피폐해진 민초들의 삶을 반추하는 작품이 이미지로서의 상징, 내용과 소재 그 자체의 해석, 함성이나 절규의 표현으로서의 의미 부여냐에 관계없이 설 시즌에 공연된다는 것은 시기에 부합되는 가치 있는 일이다. 긴 겨울을 깨고, 간절한 염원을 담은 푸너리를 포착, 시각적 정갈함과 감각적 도식으로 전개시킨 2015 『푸너리 1.5』는 민초들에게 드리는 경건한 헌사다.
『푸너리 1.5』는 동해안 별신제에서 의식의 시작을 알릴 때 사용하는 푸너리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장유경은 해마다 작품을 변주시키면서 '푸너리에 관한 모든 것'(All that puneri)을 독창적 춤구성과 상상력으로 철학적 의미를 확장시켜왔다. 그녀는 단순한 연행(演行)에서 바람과 척박한 땅을 끼고 사는 인간들의 삶과 가락을 가미,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춤을 탄생시켰다.
이 지역 거리는 우선 꽹과리·장구·징으로 청신(請神)하고, 무당이 2분박 혹은 4박자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나서 무가를 부른다. 무가를 부르기 전에 연주되는 음악을 '푸너리', 이때 추는 춤을 '푸너리춤'이라고 한다. 시종 무속 장단만으로 무용을 이끌어 가는 일곱 명의 일통고법보존회 대구, 경북지회의 '최병길과 두들무리'의 연주가 '별신굿'의 연희를 연상시킨다.
김용철, 심현주를 비롯한 장유경의 특화된 제자들은 거친 환경에서 극기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연기해낸다. 숨 가쁘게 몰아치는 무속 음악에 무용수들의 춤들도 역동성이 돋보이고, 일순간 찾아드는 침묵과 침묵을 깨는 파열음들이 골고루 배치된다. 현란한 조명, 현대와 접목한 사운드는 천지의 신명을 불러오고 희로애락의 경계를 주관하는 것이 인간임을 밝힌다.
『푸너리 1.5』의 전통에 기반한 현대적 움직임은 '늘 경계선에 한 발 올려놓은 채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현재적 모습을 처연한 아름다움이거나 처절한 몸짓으로 보여준다. 장유경에게 매 순간은 '경계이고 중간'이며 '푸너리 1.5'였다. 그녀의 상상과 이미지들은 아직 우리 주변에 살아 움직이며, 그녀는 합리화된 편견과 일상화된 공포를 물리칠 방법을 찾고 있다.
장유경은 『푸너리 1.5』를 통해 백성은 나라를 받히는 존중받아야할 단(壇)이며, 그들의 희생은 꽃(花)으로 반드시 다시 피어나며, 소통과 연결의 고리로 봉(棒)을 사용한다. 그녀는 춤 형식의 일률적 무보(舞譜)에서도 자율을 부여한다. 그녀가 농축된 이미지로 부여하는 수사는 음악과 절묘한 호흡을 맞추면서 춤꾼들의 감정선과 일치된다.
장유경, 그녀의 춤에는 낭만이 살아있다. 늘 긍정적으로 살아야한다는 '의도적 오류'를 사랑한다. 『푸너리 1.5』는 '좋은 세상'을 정향(定向)하고 보듬는 '바른 머리를 가진 여인'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수치나 기호로 표시할 수 있는 것보다 내재적 상징성과 순박함 자체가 이 작품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작품성의 신비를 드높인다. 다음 '푸너리'가 기다려진다.
안무가 장유경
*이력
계명대학교 교수 (한국무용 전공)
경북여고, 경희대학교 무용학과, 동대학원 졸업
경희대학교 이학박사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대구광역시 지방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 이수자
(사)한국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 이사
(사)한국무용교육학회 이사
김백봉 춤보전회 상임이사
대구무용진흥회 회장
*수상경력
1993년 제3회 대구무용제 (대상)
1993년 제2회 전국무용제 (장려상)
1994년 제16회 서울무용제 (연기상)
2010년 PAF-The Performing Arts & Film Review (춤과 다매체상)
2010년 대한민국무용대상 솔로& 듀엣부문 우수상 수상-(사)한국무용협회
2010년 제15회 춤평론가상 특별상-한국춤평론가회
2012년 제32회 대구문화상(예술분야) - 대구구광역시
2012년 제20회 한국 무용예술상- 월간무용지 「몸」
*주요작품
/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