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임학선 댄스위 정단원
부드러움이 그녀의 춤 원동력
자신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
생활 밀착형 콘셉트로 소통

지독한 연습벌레 김동민은 청춘을 담보하고 ‘바른 생활’로 뜨거운 가슴으로 울고 웃는 청춘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그녀는 추상을 우회하여 정물화적 풍경을 살아 내지만 일렁이는 파도의 깃털을 잡고 창공으로 비상하고 싶어 하는 춤꾼이다. 그녀의 심중의 외침과 원동력은 부드러움 속에 있다. 거추장스런 수사보다 생활 밀착형 주제를 선택, 차분하게 호소하는 여성적 춤을 선호한다. 현실적 소재로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의 우울을 관객의 웃음에서 털어낸다.

그녀의 마음에 이는 바람에는 외침이 섞여 있다. 열정의 열기를 흡인한 춤은 우리 춤으로 현대무용의 상부를 오가기도 하고, 발레의 부드러움을 아우르기도 한다. 그녀의 춤 행진은 우보(牛步)이다.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며 조급해 하지 않고, 들뜸을 가라앉히는 성숙함을 소지하고 있다. 불굴의 의지로 내실을 다지면서 다양한 자신의 재능으로 존재감을 보여준다. 잔잔한 흐름으로 광활한 춤 인생의 사막에서 생존해야할 야생성을 이성적 사고로 터득한다.

안무 데뷔작 『청춘 블루스』는 캐릭터의 향연이라 할 수 있다. 무용수들 각각의 개성을 캐릭터화하여 4인4색의 재미를 보여주며 ‘청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냈고, 『U감』도 맥을 같이하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갈등 구조나 주제나 소재에 대한 ‘구성’이 공감과 교감을 위해 동시대적이며 현실적으로 촘촘히 짜여 진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선택한 주제들을 어떠한 콘셉트를 잡아서 포인트를 줄 것인가를 늘 고민해 왔다.

김동민의 의욕과 열정을 보인 『동화, 너를 담다』는 소극장용(用)으로는 블록버스터형이다. 연주 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연주와 노래, 춤이 어울린 춤판은 춤의 원초적 본능에다 동화적 감성과 연(緣)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노래와 문학적 서정을 독무(獨舞)한 작품이다 아픔을 승화시킨 그녀다운 발상과 춤에 몰입한 흔적은 이 작품의 투명한 ‘블루’에서 느낄 수 있다. 반개화(半開花)의 무궁, 때가 오면 희망의 열매가 될 것임을 직관(Epiphany)으로 알 수 있다.

『안녕, 빠삐용』은 무용과 학업에만 전념해온 삶에 대한 갑갑증에서부터 시작,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노동자’ 복장을 콘셉트로 잡아 공감대를 형성한 작품이다. 그녀는 2014년 4월 세이브존 오렌지재단 아트컴퍼니에 입사하게 되는데, 『바른생활』은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직장인들의 반복되는 모습과 일상을 희극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처럼 그녀의 상황과 현실 등은 그녀 작품의 동인(動因)이 되고, 이 점이 현대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바른생활』은 이 시대에 ‘바른생활’은 합당한가를 물으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부터 반어법을 활용하고, 의상을 컬러풀한 바보스러운 의상을 선택하여 희극적으로 작품을 전개시킨다. 백분율의 전부를 순수의 감정으로 채워 넣은 이 작품은 정묘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독창적인 춤 뿌리 내리기를 위한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의 우화를 만드는 장치로서의 이 작품은 미지의 실체를 찾아가는 작업이 아니며, 열린 공간에서 상징과 간극을 허물고 ‘민낯’으로 고민하는 진정성을 보인 작품이다.
『어른에게』는 SPAF 제8회 서울댄스컬렉션 본선 공연작이다. 사회 속의 어른들은 자신의 존재가 퇴색되어가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현실에 부딪치거나 넘어져도 그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꽉 막힌 사람들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어른들과 뒤늦게 자신을 돌보려하는 어른들에게 보내는 점잖은 경고를 담은 작품이다. 무용계의 주목할 재원으로서 여성적 섬세함, 자신의 체험과 상상력으로 주제적 양식을 만드는 그녀의 춤 전개는 정전(正典)의 품계를 지향한다.
김동민, 스프링보드 위의 이 젊은 춤꾼은 경건한 마음으로 새로운 춤으로 입수할 때의 아름다운 자세와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 춤의 새 지평을 열어 갈 재원으로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에 큰 힘을 보탤 것이다. 그녀의 창작 무용이 현대적으로 해석, 수용, 확대되어 더욱 품격을 갖춰갈 것이다. 춤판의 작은 흔적을 남긴 그녀는 고전적 틀 위에서 신선한 감각과 재치 있는 테크닉들을 보여주었다. 신인안무가의 무적(舞籍)에 올린 그녀가 앞으로 춤에 대한 진지함으로 순응의 가치보다는 전복을 추구할 그 날도 기대해 본다. 건투를 빈다.
/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