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만능 생산기계' 3D프린터, 제조업 지형 확 바꾼다

글로벌이코노믹

'만능 생산기계' 3D프린터, 제조업 지형 확 바꾼다

[미래전략가 박경식의 미래 대예측(9)] 제조업의 신혁명, 인더스트리 4.0
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주도권 잡기 국가적 투자

선진국 간의 치열한 미래 제조업 경쟁이 시작되었다. 18세기에 일어난 제1차 산업혁명(증기기관), 20세기 초에 일어난 제2차 산업혁명(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체제), 1970대에 일어난 제3차 산업혁명(공장자동화)에 이어 제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진국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제조업 최강국인 독일은 제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거기에는 BMW, BASF, 지멘스 등 독일의 세계적 기업들이 참여하여 미래 기술인 사물인터넷(IoT)과 3차원(3D) 프린터, 빅데이터 등을 결합한 제조업의 혁명적 신개념인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 연구소인 브라운호퍼연구소와 독일연방 인공지능연구소(DFKI)를 중심으로 국가, 산업계, 학계, 연구소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결국 미래 제조업도 오늘날의 정보통신산업같이 표준화를 주도한 국가와 기업이 움켜쥐게 될 것이다. 우리 제조 산업도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
오늘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3D프린터는 도면만 있으면 어떤 물건이든지 만들어내는 특성 탓에 제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프린터는 플라스틱 제품은 기본이고 옷, 신발, 음식, 인공장기, 건물까지 무엇이든지 척척 만들어 낸다. 때문에 대형 공장을 짓지 않고도 소량생산이 가능한 1인 제조업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공장의 기계마다 인공지능 설치

인더스트리 4.0은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을 의미한다. 지금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공장의 기계, 산업장비, 부품들이 정보와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으며 기계마다 인공지능이 설치되어 모든 작업과정이 통제되고 사람 없이도 수리가 가능하다.

이미지 확대보기
제조업은 한 나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오늘날 세계경제, 특히 유로존의 침체 속에서도 독일 경제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것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밀켄연구소는 ‘제조업 2.0보고서’에서 제조업에서 일자리 1개가 없어질 때마다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 2.5개가 창출된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조선·자동차산업 같은 제조업의 경쟁력은 결국 생산성에 달려 있다. 미래의 제조업은 어떻게 인더스트리 4.0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국 네트워크 설립 지원

이미 미국과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능형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생산 시설을 네트워크화하는 지능형 공장 연구에 2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기업을 비롯한 많은 독일 산업협회와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연구소 및 기업으로 구성된 전국적인 네트워크 설립을 위해 최대 1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독일은 2014년 하노버 박람회에서 보듯이 산업현장에서 직접 활용이 가능한 매우 실질적인 융합기술에 관심이 많다. 2010년대 들어 국가적으로 ‘Industry 4.0(제4세대 산업생산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나라도 독일이다.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이 실현되면 생산효율성이 30% 이상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로봇이 전문인력을 대체함으로써 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이라는 고질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생산기술연구원이 주관한 한독 제조혁신 포럼에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기획·수행 중인 독일 브라운호퍼 응용정보기술연구소 볼프강 프린츠 부원장은 "한국 제조업이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빠르게, 스마트하게,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행태 변화로 계속 짧아지는 제조, 개발, 생산주기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세계 모든 제조업이 안고 있는 숙제다. 그는 이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빠르고, 스마트한 생산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빠른 생산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기존 생산설비를 모두 해체할 수는 없으므로 ICT를 활용한 새 환경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매년 전 세계 국가의 거시경제, 공공제도, 기술 등의 경쟁력을 평가하여 세계경쟁력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경쟁력지수 국가 순위에서 25위로 전년 대비 6단계 하락했다. 기본 요인(18위→20위), 효율성 증진(20위→23위), 혁신 및 성숙도(17위→20위) 등으로 3대 순위가 전년 대비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세계경쟁력보고서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한국은 제도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제도부문 74위, 12단계 하락),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비효율적(78위, 5단계 하락)이며,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81위, 10단계 하락)"며 "이러한 이슈에 대해 단호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른 아시아 호랑이들과의 경쟁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경쟁력지수 주요 국가 순위이미지 확대보기
세계경쟁력지수 주요 국가 순위
한편 세계경쟁력보고서의 12개 부문 중 과학기술과 관련된 부문에서는 혁신과 기술수용성 부문으로 전년 대비 3단계 하락한 20위를 차지했고, 기업성숙도는 22위에서 24위로 2단계 하락했고, 혁신도 16위에서 17위로 뒷걸음질쳤다.

이미지 확대보기
기술수용성 부문과 혁신 부문은 상호 보완적 관계다. 두 부문 모두 국가경쟁력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데 특히 기술 수용성 부문은 국가가 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의 기술을 흡수·활용하는 기업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수용성 부문이 3단계 하락한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산업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새로운 제조혁명 세계가 경쟁

이제 우리의 국가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의 하락시점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해서는 인더스트리 4.0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인더스트리 4.0과 지능형 공장에 대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새로운 제조 혁명을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하다.

미래 제조업을 이끌 인더스트리 4.0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 세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1·2차 산업혁명에 철저히 소외됐던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에 동참하며 놀라운 경제성장을 일궈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우리가 이끌어 나가야 한다.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제조업에서 더 많은 부를 만들기 위해 인더스트리 4.0과 지능형 공장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때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