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창립되어 세 번째 공연을 치룬 이 단체는 세월의 흐름, 지역, 스승에 따라 다양한 유파(流派)를 형성해온 우리 춤의 계보를 있는 전통무용가들의 춤을 선보여 왔다. 다양한 지역의 특색 있는 전통춤의 원형을 보는 즐거움과 고령으로 인하여 다시는 무대에서 보지 못할 명인들의 명무는 깊은 감동을 주며 무형문화 자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정 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이 단체는 전통 춤에 대한 미지의 고착관계를 허물고 춤의 성격, 주제, 배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강한 생명력과 현대 문명의 이기들인 시각적 비주얼과 사운드의 도움으로 전통 춤은 재생하고 있으며 반드시 지켜야할, 소중한 콘텐츠와 미학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춤에 대한 몇 가지 인상은 다음과 같다.
2)둘째 날 춤인 최 선의 『호남살풀이춤』, 이현자의 『태평무』(강선영류), 김온경의 『산조춤』(강태홍류), 조흥동의 『한량무』, 김정녀의 『살풀이춤』(이매방류), 김진홍의 『지전춤』, 이명자의 『즉흥무』, 채상묵의 『승무』(이매방류)는 예능보유자들과 전수조교들의 필생의 춤들로 전통춤의 신명과 심도를 높이면서 춤 원형에 밀착되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품격을 보여주었다.
3)이번 공연을 연출하고 구성한 한혜경의 『소고춤』 군무를 제외하고 모두 작품들이 집중과 몰입을 요하는 독무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통춤의 보편적 가치를 재인식시키고, 출연진 모두가 탁월한 춤 연기자들로 인간문화재와 그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춤 지식체임을 밝히는 춤들이었다. 모두가 승자가 되는 춤의 엄정한 균형이 돋보였다.
4)첫 날의 여성무의 춤의 향기와 둘째 날의 남성무와 여성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춤 잔치는 춤의 구성과 진법의 묘미를 읽게 해주는 권위의 교본이었다. 춤의 배경에 높고 낮음이 없이, 모든 춤이 평등한 가치를 갖는 자유영혼이 번득이는 춤들이었다. 영혼에 대한 위로, 평강에 대한 염원, 신명으로 하나 되는 춤들의 힘과 지성이 돋보이는 춤들이었다.
5)주제와 양식에 맞춘 음악과 춤은 서로가 주인공이 되었고, 『지전춤』 등 소수의 녹음 곡 말고는 모두 생음악으로 현장감을 살린 연주였다. 이번 공연은 작품의 내용처럼 슬픔 속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요염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엄숙함과 참여성을 견지, 균형감각을 잃지 않은 엄숙한 공감을 일구어내었다.
6)출연진 모두가 엄선된 한국전통춤협회 집행부 임원들이었다. 춤이 아니면 생존하지 못할 희귀성을 지닌 분들로, 춤이 있으면 모든 것을 풍성하게 보는 분들이다. 춤으로 자신을 격상시키는 ‘알라존’족 들이다. 그들의 소박한 아이러니들이 만든 춤들은 ‘죽은 사람들의 제단’을 아름다움으로 대체시키고, 그 고결한 미의식으로 사자들을 웃게 만들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7)『엇중모리 신칼대신무』, 『12체 교방 장고춤』, 『지전춤』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끈 춤이었다. 전퉁춤의 새로운 가치는 지역을 바꿔 춤을 추거나 약간 춤을 응용하여 동종의 춤을 보여 주는 것, 규모와 소품의 다양성, 인물과 진법의 차이에서 발견될 수 있다. 전통춤의 향연은 전통속의 변화를 모색하는 기획의 ‘묘’(妙)가 늘 들어가 있어야 한다.
이번 공연은 탁월한 리더십, 안정된 기획력, 차분한 연출력, 고품격 연기, 음악, 조명등 스텝들의 분주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춤판이었다. 춤의 무조(舞調)는 자중이 구축된 시적 비화(悲話)와 신명의 울타리를 넘나든다. 전통춤의 미토스는 특화된 공연으로 ‘춤꾼만이 낳을 수 있는 꿈’의 세계를 이어갈 것이다. 화창한 봄날, 『인무불이(人舞不二)』전은 새로운 역사를 써 낸 걸작이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