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바틱 연결 많이 시도
심중에 해를 품은 그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왕성한 호기심으로 성실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우보(牛步)를 하고 있다. 태연하게 보이지만 그의 가슴 속엔 ‘이루어 내리라’는 뜨거운 용광로가 들어있다. 그의 심색(心色)은 보랏빛과 백색을 오간다. 춤을 절실하게 사랑하여 사랑을 고백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가변의 날개’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송치봉은 안양예고와 중앙대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면서 발레리노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미국 오리건 발레단 서울투어 ‘호두까기 인형’에 객원 무용수로 출연(2010)했고, 진주 신인안무가전에서 ‘추락하는 천사들, Falling Angeles’(2011)로 금상을 받은 전도유망한 춤꾼이다. 그는 늘 자신을 응원하는 부모를 위해 열정적으로 춤에 임한다.
장귀옥, 김종오, 서라벌, 김긍수 등 스승을 거치면서 그의 발레 연기력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변에서 남자가 발레를 한다는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굴하지 않고 그는 춤꾼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송치봉은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송치봉은 리더답게 상대방에게 원인을 돌리고 자신을 고립화시키는 일들을 싫어한다.
그는 일본 도요타 발레 컴퍼니 ‘호두까기인형’ 솔리스트 공연, 고양아람누리 춤 대공연 ‘비상’(2014), ‘내가 바로 안무가’전(2014), 서울 무용제 대상작 ‘G-마이너’에 출연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에게는 급할수록 느긋하게 사물을 생각하는 편이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선이 굵고도 섬세한 그의 모습대로 그대로 무리와 어울려 있을 때 로맨틱하고 신비롭다.
송치봉은 발레 전공으로 무용을 시작하여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다. 지난 3월 포이동 M극장 신진안무가전에 안무 데뷔작 ‘바보들의 도시, City of Fools’(2015)를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춤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그는 발레 작품부터 현재 현대무용 작품까지 다양한 무용을 경험하며 여러 장르의 더 많은 춤들을 보고 경험하고 배울 각오를 다진다.
‘바보들의 도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그리스 신화의 여신 디케를 대상 인물로 삼는다. 그녀의 정의로운 눈이 가려지게 된 배경에는 ‘소송과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장악하려는 권력자들의 짓이다’ 등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바보들의 세상이 오면 정상인들도 바보처럼 행동한다.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바보들 안에 스며들게 된다’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 작품은 권력자의 개입으로 변해가는 세상이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내면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레의 부드러운 동작과 현대적 느낌의 뚜렷한 동작들이 어우러져 잘 조화를 이루고 있고, 1대 1 파트너십이 차별화되며, 리프트 동작에 신경을 많이 썼고, 발레와 현대의 아크로바틱한 연결 동작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송치봉은 많은 리프트 훈련으로 1대 1 동작에 장점이 있으며, 발레를 기본으로 한 동작의 끝선이 부드럽다. 그는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또 다른 안무 작품을 내며 주목받기를 바란다. 무용작품이 어렵고 이해가 안 된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깨며 대중들에게 기억에 남는 장면과 동작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바보들의 도시’가 보여준 부서지고, 박동치며, 전동타자기처럼 요란한 젊은 날의 모습들은 불꽃처럼 강렬하다. 인간에 대한 절대미감(絶對美感)은 이지적 균형이 전제되었을 때 가능하다. 대지는 흙색 자양분과 진청의 기운이 잘 혼합되었을 때 안정감을 얻는다. 엄숙을 잠재우는 활달하고 부드러운 느림, 카키색 바지를 타고 흐르는 현의 울림은 고뇌와 낭만의 방황을 위로한다.
‘바보들의 도시’를 준비하면서 그는 갑자기 살이 너무 많이 빠져 기존에 입던 의상 바지가 흘러내려 파트너와의 컨택 동작이 갑자기 어려워져 큰 난항을 겪었다. 약간 부자연스러웠던 감추어진 비밀, 공연을 이틀 앞두고 여자 무용수가 연습 중 부상을 당했는데, 다행스럽게 공연 날에는 움직일 수 있어서 공연을 무사히 마친 에피소드도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조금한 원형의 울타리에는 너무나 많은 제약과 간섭이 있다. 그것을 탈피하여 자유인을 꿈꾸는 욕망은 춤으로 현실화된다. 그는 세상의 어두움과 마주치면서 절규와 저항 대신 신화와 전설을 찾아내고, 아름다운 가교(架橋)를 생각해낸다. 많은 공연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안무가로 첫 발을 내디딘 그가 현대무용계의 새로운 길라잡이가 되길 희망한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