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도마에 오르는 비인간적 처사를 낭만적 틀에 담아 희화시키는 행위는 그녀가 예술가적 상상력을 소지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인간도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인 제품처럼 시간에 지배당하며 살고 있다. 일차원적으로 컨베이어벨트의 제품들, 더 나아가서 시간에 의해 움직여지는 인간들의 모습들이 작품에 담긴다. 이런 현상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그녀는 의지와 상관없이 앞으로 굴러가고 있는 시간 위에서 우리 모두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녀의 안무 분위기를 감지한 음악 담당 황찬용은 부드러운 재즈 풍의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의 ‘물의 입, L’eau a la Bauche’ 등을 음악으로 사용한다. 원주연의 춤은 부드러운 물결위의 돛단배처럼 간결하고도 매끄럽게 시대를 풍자한다.
3장에서는 약간의 영화적 편집 영상이 재현된다. 모두가 일정한 움직임을 보일 때 어떤 특정무용수에게는 슬로우 모션, 모두가 스톱 모션일 때 어떤 무용수는 페스트 모션,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무용수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조명보다 움직임이 덜한 무용수들에게 조명을 주어 움직임이 많은 무용수들은 오히려 아웃 포커싱이 되는 등의 작업이다.
4장: 군무에서 한명씩 빠져나와 다시 엔진으로 돌아간다. 처음 사람의 부분 부분이 조립되어 한명의 완벽한 사람으로 시작이 되었듯, 마지막은 엔진의 부분 부분이 조립되며 완전한 처음의 엔진 모습으로 돌아가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롤러가 달린 빨간색의 벤치가 컨베이어 벨트 역할을 해낸 공연은 끝이 난다.
원주연, 경희대에서 발레를 전공하고, 경희대 발레강사, 경희대 김화례 발레노바 정단원인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황다미, 황찬용, 김보경, 한은열 다섯 명의 춤꾼으로 현대라는 사각의 링 안에서 다급하게 넘어가는 초침과 종소리를 계산하며 원색적으로 움직임을 만들면서 싸워내는 복서들처럼 현대 인간들을 잘 연기해 내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된 이 작품은 의미 있는 신작이었다.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대하는 그녀가 많은 미작(美作)을 생산할 것을 확신한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