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 자체에게도 도래한 절박함, 위기감에서 ‘붕어’를 오브제로 삼고 자신만의 독특한 춤 형식을 개발하여, 현대무용 족보에 자신을 포진시키는 용기는 자신의 스타일을 굳히는 방식의 하나일 것이다. 장르 춤의 관습을 넘어 서글픈 현실에 대한 울분을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로 비유하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최원준 역시 외로운 도시의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
김기덕 영화의 ‘섬’을 떠올리게 하는 최원준의 『붕어』는 겨울의 미토스인 아이러니와 풍자로 가득하다. 수동적 순응으로써의 절규로 저급한 공격을 넘어서는 전략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심스러운 전투 자세는 미래를 위한 전신적 양식을 비축하기 위함이다. 상어의 공격성이 아닌 붕어의 입질은 자신의 틀 안에서 규범을 따르며 서서히 전진하겠다는 심사가 담겨있다.
두 남자와 한 여자, 남자 셋, 두엣 등으로 인원을 변동시키며 생동감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펼쳐지는 물 밑의 상황은 현실로 전이된다. 조명은 점멸하고 리듬감이 이는 박(泊), 오락성이 고조된다. 탑 조명은 떡 밥을 물고자하는 사내(물고기, 최원준)에게 집중된다. 반복되어 물고기들 등장하고, 연극처럼 대사가 끼어든다. 핏빛 천은 낚시를 물었음을 표현한다.
그 고통스런 상황은 독무로 처리된다. 물고기의 움직임에 따른 사운드, 피아노 음, 드럼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낚시 바늘은 더 아래로 내려오고 몸부림은 더욱 치열해지고, 배를 보드에 실은 물고기들이 유영(바닥을 기며)하며 상황은 종료된다. 박정미, 기영주, 이현진, 강승현, 최원준이 물고기가 되어 열연한 이 작품은 극적이며, 상황 묘사가 세밀하며 흥미롭다.
‘토템팽이’의 느낌, ‘나의 오늘에 걸린 내가족의, 너의 오늘에 걸린 너의 가족에, 나와 너의, 나와 쟤의, 쟤와 너의’ 관계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인간이 가족과 연계될 때 가장 강하지만 가장 약한 존재가 된다. 크고 위대한 희생, 가족을 위해 입질을 하며 산화하는 물고기의 모습은 현대 경쟁사회의 어두운 모습의 한 부분이다.
안무가는 현대무용 테크니션으로 한국예술평론가가협의회로부터 ‘주목할 예술가상’을 수상하였고, 『히키코모리 랩소디』로 공연과 리뷰에서 주최하는 PAF상 시상식에서 ‘뉴 비전 부문’ 안무가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현대무용가이다. 그가 가슴으로 써 내려간 『붕어』는 그가 광대한 현대무용계에서 현대무용가로서의 각오를 다지는 유쾌한 신작이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