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도 그중 하나인데, 국어사전에는 여럿이 모여 웃고 떠드는 가운데 혼자 묵묵히 앉아 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박 대감 어깨너머에 있는 사람이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않고 우리 얘기만 듣고 있었소. 사람 수도 하나 더 많은 걸 보니 틀림없는 염탐꾼이오”라며 턱으로 박원종의 뒤를 가리켰다. 박원종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사람이 아니라 이번 거사에 쓰려고 얻어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보릿자루 위에 박원종의 갓과 도포를 얹어 놓았는데 어둠 속이라 보릿자루가 마치 사람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이런 연유로 하여 그 뒤부터 모임에서 아무 말 않고 한쪽에 앉아서 듣기만 하는 사람을 가리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라고 했다고 한다.
역사 기록에는 거사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야음을 틈타 지금의 남대문(양생방) 어느 중인의 허름한 집에서 몇 번 모였다고 한다. 따라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의 유래 장소는 한적하고 허름한 중인의 집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보릿자루도 곤궁한 이 집의 분위기와 걸맞을 것 같다. 그러나 유래어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앞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선에서 그치고 다만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유래어를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익히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참고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사건 이후에 ‘중종반정’이 일어나고 연산군은 강화도로 쫓겨나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