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뒷모습은 그 사람의 현재 심리를 읽게 해주는 좌표로 흔히 사용된다. 떠오르는 안무가 조윤정이 착안해낸 뒷모습에 관한 에세이는 청춘 기상도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녀가 속임수 없이 보여준 상징들은 다가올 징조들에 대한 우울보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개인감정의 예술적인 객관화 작업, 객관적 상관물(이미지, 상징, 사건 등)을 춤으로 구성하는 작업은 위험을 감수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조윤정은 노련하게 침울을 극복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자유분방한 브리지와 연결을 통해 자신만만한 ‘자신’을 표현해 낸다.
그 뒤를 따라 남자 무용수 등 뒤에 마치 책가방인지 짐인 듯한 느낌의 여자가 매달려 조명을 따라 걷는다. 공간을 채우는 한, 세 사람의 호흡과 뒷모습이 주는 각자의 이미지들로 해석된 몸짓이 연기된다. 사각조명 안, 옷을 잡아당기며, 무음으로 처리되는 춤은 몰입을 유도한다.
각기 세 사람의 등 뒤에 옷을 잡아당기는 장면은 움직임으로 발전되고 컨텍으로 이어지는 호흡, 조명은 백색으로 떨어진다. 벽 신에서의 세 사람의 그림자를 이용한 관객의 뒷모습, 움직임에 대한 반응들, 여러 가지 반응 속에 가려진 내면의 모습들이 거침없이 표현된다.
자신의 춤 관습에 익숙한 조윤정은 독창적 원초성을 갖기 이전에 테크닉 수행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다. 안무가들이 고려하는 작품의 예술화에 따른 부담과 상품성 작품 사이에서의 고민의 흔적이 스쳐가는 『뒤를 따라와 주시겠어요?』는 의도적 부담 털기로 고민을 우회한다.
조윤정은 이미지로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관객들은 추상의 늪에서 그들이 만들어 내는 현대적 몸짓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의 춤에 등장되는 사운드는 노이즈소리, 사람들의 웅성대는 듯한 잡음, 무음이 전부이다. 현대적 춤 풍경이다.
현대 무용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연기력을 확장하고, 타인과 연결하면서, 전체적 조화를 이루어내는 작업이 주제와 밀착되면서 관객과 공감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열린 공간에서 박동, 피아노, 소음으로 엮어진 사운드는 쓸쓸함이 감도는 늦은 밤 모습으로 연결된다.
암울한 시대를 몸으로 부댖끼며 가볍게 피어나는 드럼 속 듀엣은 조각품 같은 슬픈 시대적 조형이다. 점멸하는 불빛 속에 서로를 불사르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객석에서 여인이 등장하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그들을 나누는 불빛, 그들은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모아진다.
조윤정은 경북예고를 거쳐 세종대학교 및 동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체육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세종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작품으로 현대 무용의 커다란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툇마루 무용단의 작은 빛임을 입증시켰다.
●안무자 조윤정 프로필
▶약력
경북예술고등학교 무용과 전공강사 역임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실용무용과 전공강사역임
대구 미래대학교 특수예술재활과 초빙교수 역임
현)세종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툇마루 무용단 정 단원
대경 대학교, 서울종합예술학교, 한양대학교 에리카 사회교육원, 충북예술고 출강
▶수상경력
2006.제 11회 전국 현대무용협회 콩쿠르 대상
2011.제21회 대구무용제 연기상
2011.제16회 한국무용협회콩쿠르 안무상
2013.제 8회 독립만세운동94주년 기념 전국무용경연대회 안무상
2012.Street jam 10th 심사 및 게스트
2012.제1회 무지개예술축제 심사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