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서(31)] 김병조 한국무용가(국립무용단 단원)
발레로 다진 점프-탄력 좋아긴 팔에 시원한 춤사위 일품
무대에서 행복찾는 게 희망

멋진 신세계를 꿈꾸며 성실하게 일상을 그리는 김병조의 춤 기행은 외형의 평온함과는 달리 마음속으로는 밀림의 호랑이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기득 차 있다. 겉보기와는 다른 이타행의 화려한 심성은 자신의 꿈을 영글게 하는 원천이며, 사회와 주변을 이롭게 하는 인자(因子)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려에서 나오는 그의 양보는 늘 공자의 미덕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날 부모님은 병조를 불러 “넌 대학을 가려면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해야 가능성이 있겠다”라는 말을 던진다. 그 말에 병조는 동네에 있던 발레학원에 등록하고 발레 전공으로 세종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더 큰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채로 국립발레단에 오디션을 봐 연수단원에 합격한다.

국립발레단에서 1년간 유리그리가로비치 3부작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호두까기인형』에 출연하게 된다. 그후 군에 입대하고 전역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한국 춤의 매력에 푹 빠져 전공을 바꾸게 된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발레리노에서 한국 춤 연기자로 대전환을 한 것이다. 그때가 김병조의 대학 4학년인 스물네 살 때의 일이다.


발레로 다진 점프력과 탄력이 좋은 그는 뛰어난 연기력에 팔이 길어서 시원한 춤사위가 특징이다. 그는 지금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안무와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춤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갖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 꿈은 있는데 경제적 여건이 안 돼서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바른 길을 제시하는 좋은 선생이 되는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눈뜬 그는 어린 학생들과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들에게 애국심과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기를 강조한다. 그렇게 탄생된 작품이 『겨레의 꽃』과 『태극기, 품에…』이다. 그는 자신의 위엄과 품격의 근원을 용기에 두고 있다. 그가 마음속에 심은 벽오동(碧梧桐)은 부동의 중심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높이며 줄기를 튼실하게 뻗고 있다.


국립무용단 작업에 충실히 해온 그의 데뷔작 『그렇게, 시작됐다.』는 어떤 일의 시작을 앞두고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나 느낌을 춤으로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누구나 새로운 일의 시작을 앞두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가 발레를 그만두고 한국무용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기대, 설렘, 두려움, 걱정 등)을 생각하면서 안무한 작품이다.
그가 안무를 하면서 주안점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 조건들은 확실한 방향감각으로 1)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히 있는가? 2)무용이라는 장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움직임의 언어가 다양한가? 3)음악과 움직임이 잘 조화되어서 관객이 볼 때 불편하지 않게 고민했는가? 등이다. 그는 이런 조건들을 냉정히 따져 작품을 연구하고 구성하고 안무를 한다.


그는 제8회 젊은작가전(춤과 사람들 주최) 심사위원특별상과 한국발레협회 동상(2001)을 받은 바 있다. 김병조는 꿈을 피해가는 사람들,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한국무용을 20대 중반에 시작하여 힘들게 길을 걸어왔듯 꿈을 위해 나아가는 데 늦은 시기는 있을 수 없으며 나이 때문에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포기하지 말도록 당부한다.
작은 울림으로 거침없는 유동을 감행하는 그는 진정한 춤의 기쁨이 서식하는 곳에서 투박하고 거친 것들을 연마시키는 세공을 거듭하고 있다. 시련이 쏟아지는 평원에서 그는 맞서 싸우며 포말로 만들어 버리는 전사이다. 그의 균형감은 ‘예술 없는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며, 감정의 참된 포진을 보여줄 것이다. 그의 몽환의 캐비닛은 서서히 열리고 빛을 받을 것이다.

김병조, 수사(修辭)와 신비의 주인공이다. 그가 의지, 감정, 이성이 만들어 내는 자유영혼은 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을 것이다. 작은 날갯짓이 나비효과를 만들어 내듯 그의 움직임은 주변의 ‘의식’을 깨고 압도하는 작품들을 양산할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것인가 아닌가는 그의 문제이지만 이제 그가 투혼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