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한체대 무용과 졸업 후 십여 년간 디딤무용단의 핵심 춤꾼으로 활동하면서 스승 국수호로부터 한국춤의 깊이감과 변주의 가능성을 배워왔으며, 단체 공연에 익숙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추방하고, 정제하고, 춤을 즐기는 자세는 관용의 법칙으로 '논어'의 가르침을 따라가는 바람직한 전형이다.
백민경은 '즉흥무', '신무', '살풀이 춤'을 독무로 보여주었다. 웅장함에서 섬세함까지를 아우르며 그녀가 보여준 춤은 주변기기의 특별한 도움이 없었어도 가능성의 춤 기교를 잘 보여주었고, 그녀가 춤 작업을 해온 수준을 짐작케 했다. 간결하게 핵심만 모아 속박을 털고, 자유성을 강조한 춤은 한국춤의 현대적 개성을 가져가겠다는 맹서(盟誓)였다.
백민경의 '즉흥무'는 고(故) 최현의 작품을 재안무한 것으로 한손에 부채를 들고 추는 춤이다. 한국 장단인 다스름, 굿거리, 엇모리, 자진모리 등의 다양한 가락에 맞춰 자유로운 멋을 내는 춤으로 장단의 변화만큼 다양한 한국춤의 기교가 집약되어 있다. 그녀는 압도적 표정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북방의 신비를 일으켜 내며 호방한 춤을 선사하였다.
'신무'는 1999년 백제춤 『그 새벽의 땅』 초연 시 국수호에 의해 안무된 작품으로 1400년 전 백제에서 일본에 전해진 기악무(伎樂舞) 형식의 춤이다. 현금(玄琴)과 적(笛)에 맞추어 춤의 신(神)을 다스리는 독무다. 달을 두고 가야금과 대나무 피리에 맞추어 신비감을 불러내는 이 춤은 백민경의 스타성을 일깨우며, 내면에 축적된 비밀을 들추어 보인 작품이었다.
'살풀이 춤'(이매방류)은 무당이 살풀이 음악에 맞추어 추던 무무(巫舞)에서 파생된 춤으로 종교적 속성이 강한 춤이었으나 지금은 예술 춤의 하나로 발전했다. 백민경은 이매방류 살풀이춤(호남류)의 특징인 정중동 호흡의 기교를 특징적으로 잘 추어내며, 기대와는 달리 여성적 섬세함을 능란하게 연기, 여러 작품에 합당한 개성적 구상에 부합됨을 입증했다.
백민경 안무의 제자들의 출연작 입춤 은 서서 추는 춤으로 한국춤의 기본춤이다. 한국춤을 출 때 반드시 익혀야 할 몸짓, 손짓, 발짓 등 다양한 기교의 춤으로 지역마다 입춤의 스타일에 있어 차이가 있다. 백민경의 ‘입춤 은 가야금 선율에 맞춘 춤으로 여성적 내재미를 특징으로 하며, 우리 춤의 원초적 유선(流線), 기교를 투무(透舞)한 작품이었다.
'쟁강춤' 3인무는 무당들이 굿을 하며 추는 춤과 가락을 최승희가 창작화한 작품이다. 신명을 부르는 이 춤은 부채를 들고 ‘쟁강쟁강’ 소리를 내는 방울을 양 손목에 차고 흔들며 추는 춤으로 최승의의 독무 ‘무당춤’을 군무로 구성한 작품이다. 백민경은 자유분방하며 호쾌한 춤으로 자신의 춤의 코모스(komos)를 즐기며 구성의 묘를 보인다.
백민경이 보여주는 '지전춤'은 살풀이춤에서 천을 대신하는 종이로 만든 지전을 들고 추는 무속춤이다. 악귀나 잡신, 혹은 액을 막기 위해 추는 춤, 신이나 영가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 추는 춤이며 보통 살풀이춤 다음 순서에 추어진다. 피날레를 장식한 이 춤은 아름다움 속에 제의적 죽음의 슬픈 영혼을 생각하는 춤의 엄숙한 경계를 잘 보여준다.
백민경, 이 슬기로운 춤꾼이 걸어온 길은 목신의 오후를 챙기며, 퇴행과 물러섬 없이 현실에 순응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점이다. 그녀는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연마하며, 달 빛 흐르는 비교적(秘敎的) 춤터를 찾아다니며 수행했다. 은둔적 삶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우리 춤의 전통적 도해(圖解)로 축제분위기를 만들어낸 그녀의 춤판은 의미 있는 것이었다.
●백민경 프로필
한국체육대학교 무용학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 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이학박사
제6회 전국 수리무용콩클 전체대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올해의 주목할예술가상 수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2012 )
올해의 무용수 상 수상(무용문화포럼, 2012)
주요안무작/『사람이 사람을..』, 『축제』, 『공무도하』, 『공(空)』, 『기억의 빈자리』 등
국수호 디딤무용단 단원, 중앙대학교, 상명대학교 강사역임
현 한국체육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한국춤협회 사무국장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