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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들춰내 헐뜯다 보면 개인·조직·국가 모두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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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들춰내 헐뜯다 보면 개인·조직·국가 모두 불행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63회)] 긍정적으로 나와 세상 바라보기

긍정적인 면 찾아내 칭찬해주는 것이 더 행복하고 보람

단점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앞으로 나갈 동력마저 상실
2000년 새해 벽두에 간행된 ‘미국심리학자(American Psychologist)’의 특집호는 새로운 심리학의 조류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행복, 탁월성과 기능최적화(Special Issue on Happiness, Excellence, and Optimal Human Functioning)’라는 제목으로 간행된 이 특집호를 기점으로 소위 ‘긍정(肯定)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심리학의 사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긍정심리학은 기존의 심리학적 연구가 지나치게 부정적 측면에 치우쳐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이 새로운 심리학 사조를 이끌고 있는 셀리그만(M. Selligman)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심리학은 세 가지 분명한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사명은 정신병을 치료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더욱 생산적이고 충만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명은 탁월한 재능을 밝혀내고 육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참전했던 많은 군인들이 심리적으로 큰 장애를 가지고 전역하게 되었다. 이 결과 많은 심리학자들이 정신질환을 고치는 분야에 취업하게 되었고, 심리학의 중요한 연구와 봉사 분야가 자연적으로 부정적이고 병리적인 측면에 집중하게 되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들이 건강한 사람들보다 불안과 우울이 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심리학의 연구가 불안과 우울을 심하게 느끼는 원인과 그 치료에 집중하게 되었다.

물론 병리적인 연구를 통해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고, 그 결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과 제도가 마련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한 쪽으로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현상에 대한 염려와 반성을 토대로 새롭게 대두된 분야가 긍정(Positive)심리학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도 주요한 탐구 주제가 행복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행복한 삶에 대해 좋은 조언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길가에 ‘인생철학관’이란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종교가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고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가르쳐주는 종교적 교리를 믿고 따르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서울시 홍보대사 겸 방송인 김미화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긍정의 힘으로 도전하라’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시 홍보대사 겸 방송인 김미화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긍정의 힘으로 도전하라’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철학과 종교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주제가 아니다. 다만 행복에 대한 경험적 연구의 역사는 생각보다는 일천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뿐이다. 행복에 대한 체계적이고 경험적인 연구가 적다보니 개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나 특정 가르침에 근거한 검증되지 않은 이론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 비추어볼 때, 행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이 ‘행복’이라면 심리학은 당연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심리학의 연구는 실제적으로 불안이나 우울처럼 부정적 감정에 치우쳐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부정적 감정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런 연구를 지속하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근거는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부정적 정서는 행복이나 보람과 같은 정적 정서와 부적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 쪽이 약해지면 반대 쪽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에 의하면 불안이나 우울을 없애거나 약하게 하면 행복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에 대한 연구는 타당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의 결과는 그 가설이 틀렸거나 최소한 경험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즉, 과도하게 불안한 사람을 치료하여 불안을 낮추어주면 행복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덜 불안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같은 결과가 우울에서도 나타났다. 심하게 우울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 우울을 낮추어주면 행복이 증가하기보다 단지 덜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부적 정서와 정적 정서는 예상했던 부적 상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오히려 행복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높여주는 변인들을 찾아내고, 그 정서를 높여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심리학의 원래의 사명을 완수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심리학의 연구 역사를 살펴보면 왜 21세기 벽두에 긍정심리학이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이 긍정적 측면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하는 추세는 비단 심리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심리학이 속해 있는 사회과학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추세이고 ‘시대정신(時代精神)’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개개 학문 분야의 특성에 따라 이 변화가 조금 일찍 나타난 분야도 있고 조금 더디게 나타나는 분야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큰 흐름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교육 분야에서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교육이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부모나 교사의 임무는 당연히 자녀나 학생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깨우쳐주어 고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교사는 자녀나 학생의 장점보다는 결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예리한 감각으로 다른 사람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단점을 찾아내어 지적해주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라고 평가받았다. 이런 교육은 한 마디로 ‘부정적 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교육’은 자녀나 학생의 장점, 즉 적성이나 잘하는 면을 찾아내어 더욱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단점(短點)보다는 장점(長點)에 관심이 있다.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둔다. 그리고 그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회자되듯이 부정적인 면을 지적하는 것보다 긍정적인 면을 칭찬해주는 것이 더 삶을 행복하고 보람 있게 해준다.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조직이나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단점은 하나도 없고 장점만 있는 개인이 존재할 수 없듯이 크기에 관계없이 어느 조직이나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을 포함하여 상대방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지적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도처에서 너무나 자주 보아왔다. 칭찬도 서너 번 들으면 지겨워진다고 하는데 너무 집요하게 자신이나 상대방의 단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서 지치고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야가 지나치게 대립하고 상대방의 결점을 찾아내어 공격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그 결과 장점을 더욱 살리기 위해 건설적이고 창조적으로 쓰여야 할 에너지가 단점을 지적하고 공격하는 데 지나치게 묶여있다. 그렇게 되면 개인이나 조직은 물론 국가조차도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퇴보하기까지 한다.

단점을 고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가치가 있다. 만약 지나치게 단점에 매몰되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이보(二步) 전진을 위한 일보(一步) 후퇴’는 바람직하지만 일보 후에도 계속 뒷걸음치거나 그 자리에 묶여 있으면 개인도 조직도 국가도 불행한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긍정사회’가 되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