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이룰 때까지 일에 몰입
당차고 늠름한 체격이지만 마음은 청초하고 가련미의 극치라 할 정도로 섬세하다. 그녀는 자기계발에 치중해야 할 시점에 있으며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노력만이 자신의 인생을 윤택하고 자신감 넘치게 만들어 줄 것으로 믿고 있으며 늘 따뜻한 남쪽나라로 질주하는 푸른 말의 꿈을 꾸고 있다.
장희정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가정과 환경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 타인에게는 마음이 너그러운 그녀에게는 일을 끝까지 처리해내는 지구력, 철저한 스케줄 관리, 진중한 평상심 관리 같은 일상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예술의 길은 너무 험난해서 우선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차분히 자신의 내면을 관조해야 할 것 같다.
그녀의 최신 안무작은 2013년 PADAF Festival 출품작 『고도를 기다리며』, 2014년 개인공연 『커피와 담배』 『낭만적 망명』, 2014년 PADAF Festival 출품작 『착한사람』, 2015년 M극장 떠오르는 안무가전 『길 위에서(고도를 기다리며)』 정도이다. 그녀는 대학로 마로니에 축제 ‘블루 지젤’(2011)과 모다페 초청작 ‘더 송, The Song’(2014)에 출연하여 자신의 가치를 알렸다.
장희정은 연극, 영화 또는 타 장르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무용으로 재해석, 재구성하여 메시지와 이미지를 중점으로 작품을 풀어내기를 좋아한다. 그녀는 정형화된 공간(무대)을 일상적 오브제를 통해 해체시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낸다. 상상을 형상화하여 사실감 있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그녀는 이슈를 깔고 그 위에 자신의 생각을 두껍게 채색한다.
『고도를 기다리며』(2013)는 ‘기다림’이라는 행동 자체의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길 위에서(고도를 기다리며)』와 공통적으로 ‘장난’을 모티브로 움직임이 구성되었으며, 『길 위에서』보다 차분한 느낌이다. 장희정 안무의 『길위에서-고도를 기다리며』(2015)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재해석하여 동화적으로 전개시킨 현대무용이다.
『커피와 담배』(2014)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화적 성격이 강하다. 장과 장 사이에는 사건과 디테일이 촘촘히 들어서고,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한국의 여성으로서 겪는 침묵의 가치를 확인시킨다. ‘커피와 담배’라는 일상적 오브제를 사용하여 현실에서는 대화보다 침묵이 더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낭만적 망명』(2014)은 사람들을 행복만이 존재하는 ‘천국’(종교적 의미를 떠난)으로 망명시키면 어떨까라는 몽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철학적 의미로서보다는 몽상에서부터 시작해떠오른 이미지들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몽상의 이미지화의 대표적 경우가 안개꽃이 가득한 손수레다. 헤드라이트가 무대 세트로 사용되는 등 실험적 요소가 많았다.
그녀의 안무작은 무용과 다른 장르의 결합을 추구하면서 연극성이 짙게 나타난다. 그녀의 안무 작업은 시작 단계이지만 그녀는 앞으로 여러 가지 실험적 작업을 시도해보고 진정성 있는 인간적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녀는 대부분의 젊은 안무가들과는 달리 큰 키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작품이나 소극장 무대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
행운과 화평을 앞에 둔 장희정은 자신의 작업으로 보람을 느끼며 집중력을 발휘한다. 명석한 두뇌로 열공정진하며 적선하고 덕행을 쌓고 인내심을 발휘하면 성취감을 더 얻을 것이다. 그녀는 늘 도전에 임하는 자세로 자제력을 길러 피곤함이 안 생기도록 노력한다. 『길위에서-고도를 기다리며』는 이진선, 전민혁이 주연으로 출연했고 장희정이 출연한 작품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연극 작품으로 여러 번 공연된 작품이다. 『길위에서-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장희정은 신의 존재에 대한 심각한 철학적 고민을 동화적·만화적 상상으로 풀어낸다. 그녀는 연극 대사 중 메시지가 강하다고 생각되는 몇몇의 대사만 남겨놓았다. ‘나무 앞이라고 하던데? 우리 꽁꽁 묶여 있는 게 아닐까? 아무리 날뛰어도 소용없는 일, 고도씨의 심부름이냐? 가자, 갈 수 없어,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등의 대사는 사유를 이끌어 낸다.
‘기다린다’라는 행위 자체와 그 기다림 속에서 오고가는 장난을 아주 사소한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해서 추상적인 움직임보다는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이 과연 ‘고도’의 존재는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둔다. 세상은 그림같이 아름답고 추상적이지만 현실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때의 고도와 디디에게 ‘기다림’, 2015년 우리에게 ‘고도’는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찰한다.
장희정, 『길위에서-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보여준 상황처럼 그녀의 정신적 방랑은 계속되고 있다. 예술가들이라면 누구나 끌어안고 방황하는 화두의 일면을 붙잡고 있다. 결국 구원자는 나타나지 않고, 고민의 근원이 자신 안에 있음을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춤 철학자가 되기로 한 그녀의 안무작들이 성숙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빛은 그대 편이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