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영업에도 빅데이터 잘 활용하면 '대박집' 가능
유명배우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우리에게 미래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일명 ‘선지자’라는 사람들의 초능력을 활용해 미래의 범죄를 알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몇몇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미래의 범죄행위가 규정되고, 관련자를 예비범죄자로 만들어 미리 인신구속 할 수 있는 미래사회의 이야기다. 이런 일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 초능력 기반의 프리크라임 시스템 구현이나 예비범죄자 사전 구속은 쉽지 않겠지만, 범죄예측 자체는 일정 정도 가능하다. 비록 우리에게는 ‘선지자’의 초능력은 없지만, 대신 첨단 공간정보기술(GIS)과 빅데이터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첨단기술들을 융합한 ‘공간적 프로파일링시스템’ 등 여러 형태의 시스템이 구현되어 범죄 예측과 예방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빅데이터란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도구로 데이터를 수집, 저장, 관리,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서는 대량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 집합을 의미하며, 이러한 데이터로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위키백과의 편집 현황의 시각화와 테라바이트급의 용량을 지닌 위키백과의 텍스트와 이미지 자료는 빅데이터의 고전적 사례다. 빅데이터는 다양한 종류의 대규모 데이터에 대한 생성, 수집, 분석, 표현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다변화된 현대사회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여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맞춤정보를 제공한 후에 재분석하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등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빅데이터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등 모든 영역에 걸쳐서 사회와 인류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미 지난 2012년에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그 첫 번째를 ‘빅데이터 기술’로 선정했으며, 대한민국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도 정보통신(IT) 10대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로 빅데이터를 선정하는 등 최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터·정보·지식·지능·지혜 혹은 빅데이터
일반적으로 컴퓨터에 입력되는 정보를 데이터(Data)라고 한다. 데이터는 가공하기 전 순수한 상태로 1차 가공 후에 의미를 가지는 정보(Information)가 된다. 지식(Knowledge)은 이러한 가치 있는 정보가 연결된 부분이며, 이 지식들이 모여서 지능(Intelligence)이 된다. 지혜(Wisdom)란 이러한 지능이 모여서 패턴화 된 것을 의미한다.
우리사회는 수집 정보들의 불완전성과 해석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많은 첨단기술들을 동원하고 있다. 질병 발생의 경우를 보자. 선진국에서는 질병이 발생하면 그 발생지로부터 데이터를 즉시 취득하고, 해당 정보를 분석한다. 지식 습득과정을 거쳐 지능을 만들어 효과적인 예방과 상황 대처가 가능한 지혜 수준으로 발전시킨다. 질병 관련정보는 물론 SNS와 날씨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함에 있어 공간 및 위치정보와의 상관관계를 해석함으로써 에볼라나 메르스 바이러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적하기도 한다.
공간적 프로파일링시스템(GeoPros)
공간정보와 빅데이터 기술, 여전히 낯설기만 한 이 기술들은 어느덧 우리의 생활안전 분야에서도 톡톡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일명 ‘공간적 프로파일링시스템(GeoPros)’으로, 지난 2013년부터 대한민국 경찰은 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해오고 있다. ‘공간적 프로파일링시스템’이란 다양한 공간통계분석기법을 경찰의 범죄수사데이터에 적용, 범죄위험지역 예측을 통해 방범전략을 수립하고, 연쇄범죄자 거주지 예측을 통한 수사활동 전개가 가능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디지털 지도 위에 범죄위험지역, 범죄자 거주지 등을 표시해 경찰의 범죄예방 및 수사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범죄위험지역을 위주로 순찰노선과 거점지점 등을 유동적으로 변경함으로써 사전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고, 사건사고 발생시 신속한 현장대응이 가능해진 것이다.
경찰의 공간적 프로파일링시스템은 범죄예측력 증진을 위해 인구통계, 기상정보, 소득수준, 토지가격, CCTV정보, 전과자 수 등 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42종의 변화되는 요인들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차 신속 배치시스템(IDS)을 구현함으로써 현장 접근성과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범죄위험지역정보 대외서비스시스템을 통해 범죄위험지역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여 범죄예방을 위한 조경과 건축, 도시 설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CCTV와 가로등 설치지점 선정, 담장 허물기 사업 등 환경개선 사업에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동 인구, 인구 연령대별 구성, 소득 수준, 기상 정보, 과거 범죄발생 현황, 최근 범죄발생 현황 등 42종의 범죄 유관변인을 분석할 수도 있다. 범죄위험지수 또한 범죄 예측과 예방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오전, 오후, 초저녁, 밤, 심야, 새벽 등 시간별 분류와 함께 죄종별로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폭력, 절도 등으로 분류하여 디지털 지도 위에 표시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빈라덴 체포를 위하여 빅데이터와 공간정보 기술을 적극 활용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뉴스와 사건들의 국가별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SNS 분석 등의 결과를 위치정보로 전환하여 디지털 지도 위에 표시해나갔다. 일명 ‘빈라덴 네트워크 지도’를 작성하여 빈라덴 체포는 물론 대테러작전 등에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분석기술들을 통해 불법시위를 미리 예측하거나 예방하기도 한다.
미국의 NASA와 일본의 JAXA는 GPM(Global Precipitation Measurement: 글로벌 강수량측정)은 위성영상을 활용하여 강우와 강설 등을 측정하는 데이터를 만든다. 강수레이더와 전자이미지 센서를 통해 비와 눈을 감지하여 폭풍에 대비하는 등 빅데이터와 공간정보를 연계하여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기상예측을 수행하고 있다. 20분 단위로 비와 눈에 대한 데이터를 전자지도 위에 표시해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공유한다. 국가별로 폭우의 정도를 예측할 수도 있다. 위성영상으로 전세계 기상을 250m 단위로 수직적인 구름 내부층 분석이 가능하며, 3차원 구조로 만들어 구름의 침전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지상관측자료와 위성관측자료를 병합하여 지구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이러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외계 행성의 기상까지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다.
빅데이터와 ‘대박’ 치킨집
빅데이터와 공간정보의 적절한 활용만으로도 대박 치킨집을 만들 수 있다. 다음의 가상 사례를 통해 그 구체적인 활용도와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얼마 전 25년간 성실히 근무했던 직장에서 정년 퇴임한 나대박 씨, 달리 가진 기술이나 큰 자본이 없던 그는 동네 앞 사거리에 치킨집을 열었다. 안정적이라는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가졌었지만 높은 가맹비 부담에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씨는 10년 전부터 ‘요리조리’라는 동네 요리모임을 만들어 나름 요리와 식재료 고르는 안목 등을 길러왔다. 자, 수많은 동네 치킨집들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씨의 치킨집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지인들로부터 ‘기록의 달인’이란 소리를 듣던 나씨는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각종 식자재와 점포세, 인건비, 광고선전비 등과 함께 매출자료를 차곡차곡 모아나갔다. 이를 ‘데이터 축적과정’이라 한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금방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초기의 붐비던 가게의 모습은 사라졌고, 가끔씩 준비해놓은 재료가 상하기 일쑤였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나씨는 그 동안 모아놓은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던 중 데이터의 반복 패턴이 있음을 파악했다. 매출자료를 일단위, 월단위, 분기단위, 연단위로 모아보니 분명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매출증대를 위한 데이터 분석이 시작됐고, 그 데이터를 이해하고 나니 지식의 단계로 올라갔다. 나씨의 가게는 매출이 오후 2시부터 시작되고 늦은 저녁에 집중된다는 것과, 특히 주말과 공휴일, 악천후에 매출이 크게 오른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능의 단계로 올라선 나씨는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그간의 여러 경험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재료가 부족해서 낭패를 보거나, 재료가 남아서 버렸던 경험을 떠올렸다. 한번은 동네운동회 날짜를 착각해서 엄청난 양의 식자재를 폐기했던 적도 있었다. 이런 경험치를 바탕으로 월간 및 연간 평균 구매 주기표를 작성했다. 또한 치킨가격을 다소 낮추는 대신 특제소스나 음료를 끼워 파는 방식이 매출증대에 효과적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를 위해 나씨는 동네 요리모임 ‘요리조리’의 요리 고수이자 과거 치킨체인점을 경영했던 노 셰프로부터 비장의 소스를 전수받았고, 장사는 날로 번창해갔다. 지능의 단계로 발전하게 되면서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맥주의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떤 신문에 전단지를 넣어 돌려야 매출에 효과가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사업은 안정세에 들어섰고, 여러 곳에서 체인점 문의가 들어왔다. 나씨는 이제 여러 체인점들을 가진 어엿한 사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확장에 따라 예기치 않았던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신선한 재료를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주변의 경쟁업체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기나긴 고민 끝에 사업방식을 새롭게 바꾸기로 결정하고, 같은 요리모임 멤버인 공간정보 전문가 김 사장에게 컨설팅을 요청했다. 김 사장은 빅데이터와 공간정보(GIS) 기술을 융합한 솔루션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한 SNS 홍보, 소비자가 원하는 파격적인 가격대의 치킨상품을 제안하였다. 대다수 대형 치킨 브랜드는 아이돌 그룹을 등장시킨 화려한 광고로 인해 과중한 비용부담이 발생했지만, 나씨의 치킨집은 하등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씨는 그 동안 소중히 모아온 데이터와 정보, 지식과 지혜 등을 디지털 지도 위에 옮겼으며, 실시간으로 SNS 상에서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한편, 각종 스포츠 정보와 날씨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예측 서비스를 받았다. 이제 사전적 재고 관리와 비즈니스 예측정보를 체인점 사장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김기사 내비게이션과 결합을 통해 최적 배달 노선도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배달의 앱도 체인점에 제공하였다. 위치기반 쿠폰발행으로 다양한 SNS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POS와 카드를 결합한 안심결재 등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여러 채널들을 통해 수집된 고객정보들을 분석하여 보다 정밀한 고객 선호도 분석이 가능해졌다. 공간정보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효율적인 체인점 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유명 치킨브랜드와 경쟁할 정도로 성장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특히 디지털 지도를 활용한 공간정보 기술을 통해 체인점간 적절한 거리를 유지시킴으로써 상권을 보호해주는 한편, 신속 정확한 식자재 운송시스템을 구축하자 체인점 사장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다. 5년 후 나씨는 국내 최대 체인점 대표가 되었고, 해외진출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만 120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게 되었다. 단순히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는 높지 않은 가격에 양질의 치킨을 제공하고, 적정 마진을 추구하는 한편, 각종 기부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가’가 된 것이다. ‘공간정보와 빅데이터의 결합’, 나씨에게도 그러하였듯이 대한민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그 날을 고대해본다.
김인현 (주)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