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면서도 자주 차가운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면서 아버지를 떠 올린 적은 없습니다. 작가다운 감정의 발상에 감탄하며, '아버지는 말하셨지'라는 책을 손에 드는 순간 늘 말없이 격려해 주시고 온 몸과 온 마음을 바쳐 가족을 위해 희생으로 살아가셨던 아버지가 그리워졌습니다.
맑은 수채화보다 더 투명한 아버지의 삶 자체가 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편 영화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프롤로그의 아버지의 한 마디에서부터 시작해 어느 문장 하나 공감이 가지 않는 구절이 없었습니다. 말이 필요가 없는 아버지와의 애정, 예전에 나누었던 따스함과 가슴 뭉클한 순간들이 고이고이 가슴 속으로 진하게 전하여져 왔습니다. 참으로 평화롭고 깊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두 분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시해 봅니다. 이어서 알맞게 좋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파란 하늘 속에 비친 나의 아버지를 잠시 그리며……. 무한의 감사함을 전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목록 속의 아버지의 한 마디를 여러분들에게도 전하며, 목록을 죽 훑어 읽는 것만으로도 아버지가 곁에 계심을 느낄 것입니다. ‘어렵게 공부해라.’ ‘네가 책임져야지.’, ‘절대 결석하지 말아라.’, ‘그 누구도 널 도와줄 수 없을 때가 온다.’,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가라.’, ‘일이든 놀이든 용감해라.’, ‘백 번 하면 된다.’, ‘선택했으면 후회하지 말아라.’, ‘손해 보는 것 같으면 그게 곧 균형이다.’, ‘그릇 크기를 보고 물을 부어라.’, ‘편견을 갖는 것은 외눈박이로 사는 것이다.’, ‘적을 만들지 마라, 인생이 고달파진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두 시간 길어진다.’, ‘도둑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게 시간 도둑이다.’, ‘하루 식사 중에서 아침밥을 가장 잘 먹어라.’, ‘멋은 내는 게 아니라 풍기는 거다.’, ‘주고 받는’것이지 ‘받고 주는’것이 아니다.’, ‘일을 하니까 실수도 있지.’, ‘몸의 소리를 흘려듣지 마라.’,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다.’, ‘책을 외면하면 제일 바보다.’, ‘나무를 스승 삼아라.’, ‘망각은 신의 선물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있다.’ 등. 틈나는 대로 한 번 음미하시길 희망합니다.
이원정 도봉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