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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만나는 한국 상고사(上古史)의 장엄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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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만나는 한국 상고사(上古史)의 장엄한 재현

[무용리뷰] 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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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최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서울시무용단(예술감독 예인동)의 광복 70년 기념 대공연 국수호 안무의 『신시(神市)―태양의 축제』는 거대한 상고사가 꿈틀되며 기지개를 펴는 장엄미를 선사하였다. 한국무용사에 길이 빛날 역작으로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는 동아시아 문명의 기원인 홍산문화(紅山文化)를 재현한 작품이다. 새로운 문화원형으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우리 춤의 국제화에 기여할 대표작이 되었다.

신시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흥미진진하다. 태양이 하늘의 한가운데에 위치했을 때, 오신상(五神像)을 앞세우고 천족의 환웅과 풍백, 우사, 운사의 삼천의 무리가 구름을 뚫고 강림한다. 그는 태백산 정상, 신단수 아래 신시를 열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통치를 한다. 땅을 숭상하는 웅(곰)족은 포악한 호(호랑이)족의 지배하에 놓여 고난을 당하고 있다. 호족장은 웅족의 여족장 웅녀를 농락하고, 쫓기던 웅녀는 환웅을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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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전형적 갈등의 도식적 구성은 늘 익숙한 풍경이어서 신비적 상고사의 낯설음을 털고 관객에게 쉽게 다가오고, 새로운 문화형성자 안무가 국수호는 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손질한다. 그의 손길이 닿는 작품마다 ‘그의 기법’은 빛나는 ‘비료효과’를 뿌리게 된다. 그의 이번 작업은 거친 모래를 필터링한 고운 모래에 비유될 수 있다. 무사(舞師) 국수호의 안무작은 서울시무용단의 제대로 된 위상과 능력을 보여준 쾌거였다.

시기한 호족장은 분노하고, 천족(하늘을 숭배하는 족, 환웅)과 호족은 전쟁을 벌인다. 천족의 승리로 전쟁은 종식되고, 상생의 땅 신시에서 모든 이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환웅과 웅녀는 결혼을 한다. 구원받은 신시에서 둘 사이에 단군왕검이 탄생하고 신시에는 화합과 상생의 ‘홍익인간’ 정신이 발현된다. 가공할 스케일과 상상력의 구성, 탁월한 연기력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환웅의 세계관과 웅녀의 모성애로 우리 민족이 빚어졌음을 각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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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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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안무가의 고도로 노련하고 풍부한 상상력, 다양한 춤극의 경험, 엄청난 상상력, 상상력을 자극하는 안무 지도력, 차별화된 구성과 배치, 디테일은 우아한 기품이 춤에 스며들게 하여 단 맛을 내게 하는 매력의 단자(單子)들이 된다. 『용호상박』에서 보여준 즐거움을 확장시킨 『신시(神市)―태양의 축제』가 걸작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국수호는 소작과 대작의 특징과 차이점을 인지, 자유자재로 위대한 전통을 만들어 내어왔다.

4막 14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서곡, 1막(강림), 2막(인간), 3막(전쟁), 4막(태영의 축제)의 큰 줄기를 갖는다. 1막 1장의 ‘천족의 강림’에서 4막 14장 ‘결혼식’에 이르는 서울시무용단 오십 여명의 장엄무는 안무가 국수호만이 해낼 수 있는 자신감과 신뢰감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단기간에 전체를 아우르며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시대정신과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그가 천부적으로 물려받은 천재성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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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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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위대한 안무가, 마이스터 국수호가 서울시무용단과 첫 호흡을 맞춘 안무 대작은 역시 국수호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춤을 직조하는데 있어서 극장의 규모와 조건을 뛰어넘어 늘 적응력을 발휘해온 그는 신동엽(환웅 역), 박수정(웅녀 역), 최태헌(호족장 역) 등 서울시무용단 단원들 전부의 재능을 끌어내어, 상고사 재현의 개척자임을 주지시킨다. 그의 효율적 안무력과 주변 장르의 의기투합이 빚어낸 역사춤극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살리는 최고의 문화 대작이 되었다.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는 독창적 아이디어, 출렁이는 연기를 소지한 숱한 춤꾼들의 땀, 세세한 예술적 장치들이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과하지 않게 서로를 배려하는’ 춤의 ‘교양’이 만들어낸 춤은 품격을 만들어 내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에 대한 딴지는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어리석은 짓이다. ‘저주받을 걸작’과 ‘모두를 즐겁게 하는 걸작’은 모두 다 필요한 것이다. 이 작품은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신품종이다.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이 자랑스러운 주인공이 된 이 공연은 장인정신이 번뜩이는 안무가 국수호, 수려한 연기로 새로운 신시를 개척한 서울시무용단, 노련한 테크니션 연출가 유희성, 공연 음악에 정통한 작곡가 김태근, 공연의 질을 드높인 조명의 이중우, 역사성 물씬 풍기게 한 무대디자이너 박성민, 시대를 꿰뚫은 창조적 의상 디자이너 이호준 등의 참여로 이 작품이 지향하는 고품격의 결(潔)과 향기가 탄생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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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신화를 넘어선 웅대하고 위대한 춤극의 신데렐라, 웅녀 역의 박수정은 국수호 춤극 『낙랑공주』, 『이화』의 주인공이었고, 안무가의 심리 연기 지도의 간극을 가장 잘 간파해 내는 춤 연기자로 이번 작품을 돋보이게 하였다. 박수정과 완벽한 호흡을 맞춘 환웅 역의 신동엽은 듬직한 무게감으로 장대한 춤극의 즐거움과 교훈적 서사를 탁월하게 해석해 냄으로써 독자적 연기 영역을 구축하였다. 호족장 역의 최태헌은 갈등, 분노, 대결의 상징으로 춤의 긴장감을 견지하는 연기로 관습과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였다.

사십 미터에 이르는 무대의 압도적 공간감, 대형 오신상이 주는 장엄한 비주얼, 무대를 꽉 채운 군무, 홍산문화를 상징하는 의상 등 이 작품은 안무 이외에도 수많은 연구의 텍스트를 제공하였다. 안무가의 그간의 춤극 접근방식을 총합한 작업은 국수호의 춤 전개 방식에 기생해온 상당수의 안무가들을 당혹하게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국수호가 만들어낸 『신시(神市)―태양의 축제』라는 춤 예술의 품격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긍정의 정도를 넘어 열광적이었다. 나만의 예술이 아닌 모두의 예술로 만드는 국수호의 신기(神技)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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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총괄 안무의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시간이 흘러도 『신시(神市)―태양의 축제』는 긴 여운으로 감동의 중심에 서있다. 국수호의 일관되며 뚜렷한 입장을 보여준 춤극과 작업들은 우리 춤의 부진을 타개할 정답 중의 하나이다. 그는 늘 정도의 가치를 수용해왔다. 작은 춤사위와 발 디딤새에도 고민해왔고, 역사의 뿌리를 찾는 길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찾아다녔다. 그가 만들어 낸 신비의 ‘신시’로 우리 춤에 대한 믿음의 층이 하나 더 생겼다. 모두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진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