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려있다./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흉흉하게 경직된 표정/대화조차 없는 무관심/바닥에 깔린 그림자는 그들의 무심함을 대변해 준다. 그 쓸쓸함을 대변하는 여섯 개의 상자가 견고한 성(城)처럼 쌓여있다. 두 청춘 남녀 커플의 소원(疎遠)에 관한 에세이는 물감의 혼색처럼 많은 조합으로 나타나고, 누구나 경험했을법한 이성(理性)의 상실과 혼재의 통과의례를 능수능란한 테크닉으로 표현한다.
이다애가 누군가로부터 ‘낯설음’을 느낄 때, 전에 본 기억이 없는 누군가를 보았을 때, 이상한 행동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원초적 감정이다. 이다애의 ‘낯설음’에 관한 심층적 에세이는 신뢰와 믿음을 주고 있던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갑자기 낯설게 느끼는 감정을 다룬다. 이런 사고의 형성은 세상의 모든 밀린 때와 황폐한 도회의 동물적 본능을 체험하지 않은 순수함에 기인한다.
얕은 듯 결코 얕지 않는 기교로 야심을 드러낸 안무가 이다애는 전국무용콩클 장관상 특상(2011), 필라테스 자격증(2012),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수료(2013), 한국현대무용협회 듀엣부문 동상(2014),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2014청년예술가상(2014), 제20회 복사골전국무용경연대회 안무상(2015)을 수상한 전도유망한 신진 현대무용가이다. 그녀의 신작 『낯선 사람』은 열정이 배반당하는 순간의 슬픔을 냉정하게 전개시킨다.
이다애, 최은지, 김준영, 윤희섭이 열연한 『낯선 사람』은 일상(日常)과 연(緣)의 소중함, 소음 같은 현실에서의 극기, 어울림의 가치를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의 감지와 상처의 봉합을 현대 감각에 맞게 담백하게 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의욕이 넘치는 열정을 분별로 가라앉혔으며, 연결은 매끄러웠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신선한 작품이었다. 심리변화를 읽게 하는 사운드와 빛은 춤 흐름과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다애는 2014 신인데뷔전 『보통시간』(2014), 제4회 인천신인작가데뷔전 『여러분』(2014), M극장기획 신진안무가전 『Fine』(2014), 한양대 『I still exist』 (2012), 『Wanna C More?』(2012)에서 안무 및 출연, 한양대 공연 『Butterfly Effect PartⅡ』(2014)에서 조안무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자신의 안무작에 출연하며 작품을 주도하기 이전 그녀는 춤꾼으로 다양한 국내외 작품들을 소화해내며 안무력을 키워왔다.
그녀는 최근 몇 년 동안 무용수로서 타인의 안무작에서 다양한 춤을 경험하였다. 그녀는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2014), 『한글, 세상의 아름다움』 (2014), 『Butterfly Effect』 (2014), 『빈 잔』(2014),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말들의 시간』(2014), 『Black Ville』(2014), 『Human C9H1203N』(2014), 『한글아 놀자』(2013), 『아득한 근원에 숨겨진 폭포 소리』(2013), 『EmergencyⅡ』(2013), 『Mimicry』(2013), 『말들의 시간-그 두 번째 이야기』(2013), 『Role-playing』(2013),『우리들의 이야기』(2013), 『천개의 강에 뜨는 달, 월인천강지곡』(2012), 『한글, 함께 누리다』(2012), 『태양의 인간』(2012), 『뿌리 깊은 나무』(2012),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물들다』(2011), 『Emergency』(2011), 『한글 춤으로 노래하다』(2011), 『달의사나이』(2011), 『파르티잔』(2011), 현충일기념공연 (2011), 『Mad Sonata』(2011), 『귀머거리』(2011),『Rising tide』 (2010), KBS ‘낭독의 발견’ 한글날 기념 방송 『몸으로쓰는 한글』(2010), 『한글아띠』 (2010), 『찬기파랑가』 (2010), 키르키즈스탄 한인회 초청공연 『Sun and Moon』(2010), 『훈민정음 보물찾기』 (2009)등에 출연하여 연기력을 쌓아 왔다.
이다애는 한양대학교ERICA 예체능대학 대학원 공연예술학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무용학도이다. 작은 발걸음으로 큰 빛을 만들어가는 그녀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늘 고민하면서, 온 몸으로 세파를 이겨내며 자신의 춤 길을 개척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세상은 자신이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했으니, 그녀가 마주친 ‘낯설음’은 세상을 깨우치는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밀도감 있게 창작한 그녀의 작품은 아이디어, 역동성과 기교면에서 타 작품과 차별화 되었으며, 춤을 사유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분발을 주문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기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