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울 안무의 『동행』은 가슴 따뜻한 사랑의 약속을 표현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우리 평생 이 길을 함께 걸어가오.’에 어울리는 코믹한 장면이 연출된다. 노인 역을 맡은 이한울, 김효준 2인무는 자신의 개성을 담아 춤의 예술성 극대화나 오락 지성주의를 우회하여 ‘풀이’ 형식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1장 ‘동행’; 함께 걸어온 ‘세월’이라는 길 속에서 부각시킨 ‘고생’은 느릿한 속도의 걸음, 두 눈을 천천히 끔뻑이기, 어깨동무, 땀 닦기 등의 소소한 움직임만을 사용하여 춤을 단순화 시킨다. 김광석의 ‘은하수’가 음악으로 사용된다. 한 곳을 향해 걸어가는 움직임 동선은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온 세월을 의미한다.
3장 ‘우리만의 블루스’; 회상 속 여인은 할머니로 돌아오고, ‘차차차’는 한국적 춤사위로 이루어진 노부부만의 블루스가 된다. 노부부는 마주보며 신명나게 춤을 춘다. 춤이 끝난 후 허리를 곧게 펴는 장면은 마음만은 젊고 열정적임을, 뒤돌아 걸어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허리 굽힘 동작은 그 열정과 사랑으로 평생을 함께 걸어가자는 것을 의미한다.
4장 ‘동행’; 열정으로, 사랑으로 평생 같은 곳을 향해 길을 함께 걸어가자는 각오가 담긴 장이다. 신명난 춤사위가 끝난 후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다. 그들은 뒤돌아 두 손을 마주잡고 천천히 함께 걸어간다. 3장과 4장에 걸쳐 장구, 소리, 신디에 이르는 김용우 편곡 및 라이브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동행』은 결혼을 앞둔 안무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짜여진 소박한 춤이다. 춤에서 상대역을 했던 남자처럼 여유롭고 너그러우며 다정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그대에게’ 바치는 결혼선물 같은 작품이다. ‘차차차’로 시절인연을 만난 안무가가 해학적인 요소와 신명나는 춤사위로 그린 미래 모습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동행』은 겉절이 같은 풋풋함과 신선한 창의력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동명의 제목이 많아서 유감이고 보다 촘촘한 짜임새로 거침을 연화시키고, 상징들을 침화시키는 노력이 깃들어 있어야했다. 담대한 패기와 용기로 현실에로의 안주보다는 거친 춤판의 승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작품이 되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한울, 자신을 긍정의 도구로 삼아 황망한 현실에서 빛줄기를 찾아 희망을 구가하는 작품은 그녀의 레벨에서 안주할 위험을 수반하지만 그녀의 긍정의 믿음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창의력, 기교, 구성이 이루는 완성도, 그 예술성은 안무가가 감지한다. 존재감을 살릴 차기작을 주문한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