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은 “바쁜 현대인들이 일주일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주말이라는 ‘쉼’이 있기 때문이다. 알차고 달콤한 주말은 그들에게 원동력을 주었고, 또 다시 돌아오는 월요일, 그들을 다시 달릴 수 있게 한다.”라고 단정한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에서 안무가는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본다. 냉혹한 현실에서 자신을 살펴보고, 괘도를 수정하고, 새로운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안무가는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인생에서 지쳐만 갔던 자신의 모습, 지쳐 나가 떨어졌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쉼’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희구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매일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일상, 더 높이 오르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도록 현대인의 일상은 이어진다. 예술가들의 삶에 있어서 공통적인 바람은 ‘쉼’에 걸쳐있다.
이정민은 바쁜 현대인의 삶을 제쳐두고 ‘쉼’으로써 재충전하자며 『콤마, Comma』를 구성한다. 그녀는 각자가 지닌 일상의 무게를 포대자루(짐)를 사용해서 설명한다. 포대자루는 인생에서 짊어지고 가야할 짐, 삶의 무게, 여유와 쉼의 다중적 의미로 사용된다. 시지프스의 신화, 일탈, 아울렛, 해탈 등 극기를 위한 의미가 스쳐간다.
포대자루, 크기가 다름은 각자의 짐은 종류, 크기, 무게 등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같은 짐이나 삶을 살아내는 방법과 양식과 느끼는 무게는 다르다. 안무가는 무용수들의 포대자루를 동일한 모양의 짐 셋과 하나의 확연히 다른 모양과 크기의 짐으로 구분하여 다르게 표현한다. 소품으로 사용된 포대자루는 당혹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정민, 김서현, 양세인, 최은진이 출연한 이 작품은 프롤로그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는 이미지 신으로 바쁜 현대인의 삶은 ‘일개미’로 묘사된다. 각자의 짐은 크기가 다른 포대자루로, 공장에서 나오는 짐을 하나의 일거리로 해석한다. 『콤마, Comma』는 장과 장 사이에는 보다 명확한 차별성과 연관성이 있어야 했다.
1장 ‘달리자, Run’
성공적인 내 미래를 위해 미친 듯이 쉬지 않고 달린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의 삶을 표현한다.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과 똑같이 돌아가는 사회를 반복되는 템포의 움직임과 음악을 통해 표현된다. 무미건조한 표정의 사람들, 획일화된 사회의 모습을 4인무가 담당한다.
2장 ‘조금 더 열심히, More more more’
솔로씬,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더 높게 오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의 삶을 표현한다. 아직 지치면 안 된다며 스스로를 독려하고, 남들이 쉴 때도 더 달려야하며 더더더!를 외친다. 무엇 때문에 쉬지 않고 달려왔나, 불현듯 회의감이 든다. 외롭고, 슬픈 현실과 부닥친다.
3장 ‘쉼, comma’
그래, 조금 쉬었다가자. 개구리의 도약처럼 잠시 쉬었다 감을 느끼게 되는 씬이다. 그들(3인무)과 자신을 분리한다. 자신을 바라 볼 수는 없지만 타인의 모습에서 ‘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열심히 일한 뒤 잠깐의 휴식은 달콤하다. 충분히 여유를 즐기자. 그리고 다시 뛰자! 각자의 짐에 기대어 쉬었던 콤마를 뒤로 한 채, 그 짐을 안고 일어서면서 작품은 종료된다.
일이자 짐이기도 했던 포대자루는 자신의 삶 속에서 쉼의 공간, 여유를 상징하며 휴식은 다음을 기약한다. 자신의 짐, 포대자루를 안고 일어섬은 다시 달려보자는 의미이다. 빡빡한 삶과 남보다 뒤쳐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아가는 현대인은 시간적 여유와 쉼을 간과하며 살고 있다. 안무가에게 주말이 소중하듯 인생에서의 한 박자의 쉼, 여유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정민, 영혼이 맑아서 늘 배우고자하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안무가이자 춤꾼이다. 신인 안무가로는 늘 서늘한 카리스마와 독창성에 빛나는 걸작을 보여주어야 하고 이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결단’을 내어야한다. 『콤마, Comma』에서 안무가의 고민은 여전히 아름답게 보인다. 표정연기와 심리연기에 대한 보다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
『콤마, Comma』, 아직 그녀의 작품에는 염도(鹽度)가 약하다. 간이 적절히 베이지 않은 것이다. 촘촘히 짠 구성은 작품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높여준다.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은 작품은 춤 기교와 구사가 우수하나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반한 이 작품은 자신의 안무작 제목처럼 ‘쉼’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에너지를 충전하라!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