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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소금 뿌리다'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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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소금 뿌리다'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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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순 우리말인지 아니면 '小金'처럼 값비싼 물건을 나타내는 한자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고대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샐러리맨의 'Salaried'도 소금(Salt)에서 파생되었고, 우리 선조들도 물물교환이나 화폐의 수단으로 소금이 오랫동안 사용된 것을 보면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귀한 소금을 길바닥에 뿌리는 희한한 광경 또한 우리의 오랜 풍습이란 것과 불쾌함의 '보상심리'로 내 뱉는 '소금 뿌려!'의 말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초상집에 갔다가 귀가하는 즉시 소금을 자신의 몸에 뿌린다거나 만나고 싶지 않던 사람이 집에 찾아왔다 돌아가면 문 밖에 소금을 뿌리곤 한다. 이러한 행위는 소금의 특징인 탁월한 흡착성과 정화 작용이 무속신앙과 관련을 맺으면서 소금으로 나쁜 기운을 빨아들이고 주변의 귀신을 쫓아버린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소금 뿌리는 행위가 대대적으로 이뤄져 지금도 민간 설화로 회자되는 사건이 있다.

경상북도 문경에는 '금하굴'이란 동굴이 있는데 이 동굴에 얽힌 전설이 '소금 뿌리다'라는 유래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 동굴은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의 독특한 출생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견훤의 엄마는 동굴이 있는 근처의 마을에 살았는데 처녀 시절 어느 날부터 밤마다 꿈속에 붉은 망토를 두른 장군이 찾아와서 잠자리를 하고 돌아갔다. 처녀라 누구에게 함부로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하루는 머리맡에 명주실을 바늘에 꿰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장군이 또 꿈속에 나타난 것이다. 처녀는 꿈속에서 장군의 속옷에 바늘을 찔렀다. 그런데 바늘이 옷을 뚫고 장군의 배꼽까지 들어 간 것이다. 놀란 장군은 몸을 일으키며 처녀에게 "나는 땅 신의 부름으로 너에게 천하를 통일할 자식을 잉태시키러 온 지렁이 대왕인데, 이처럼 바늘에 찔려 죽게 되었으니 네 자식은 한 나라의 왕은 될지언정 천하는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라졌다.

다음날 처녀가 눈을 떠 보니 명주실이 밖에까지 길게 늘여져 있어서 실을 따라 가보니 굴이 나왔다 한다. 그리고 굴속에는 커다란 지렁이가 몸에 바늘이 꽂힌 채 죽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처녀는 배가 부르더니 마침내 견훤을 낳게 되었다. 처녀의 몸에서 견훤이 태어난 것이다. 견훤은 꿈속의 장군 말대로 건장하게 자라서 후백제를 세우고 후고구려의 왕건과 통일을 위해서 싸운다. 경순왕의 신라는 이미 싸울 능력을 잃었고 왕건과 견훤이 마지막 승부처인 경북 안동에서 대치했다. 수차례의 전투에도 승부가 나질 않았는데 왕건의 심복 부하가 "견훤은 지렁이의 화신이기 때문에 물기가 많은 강과 하천에 소금을 뿌리면 기력이 빠질 것입니다"라고 귀띔하자 왕건이 소금 3000포대를 주변의 강과 습지에 뿌리자 견훤은 급격히 기력이 쇠하면서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한다.
이후 이 고장에서는 귀신을 쫓는 방법으로 소금을 뿌리게 되었고, '소금 뿌리다'라는 말도 이 때 생겨났다고 한다.

민간 설화나 전설은 역사적 사실과는 차이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며 다만 이 글의 목적이 유래를 통해 우리말을 쉽게 이해하기이니까 재미삼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