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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참모습 바라보는 고통 이겨내야 행복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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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참모습 바라보는 고통 이겨내야 행복 찾는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69회)]

무의식에 많은 것 담아두면 삶은 무거워지고 괴롭게 된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친지 많아야 진정한 부자
심리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일반인들은 거의 대부분 심리학하면 제일 먼저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가 떠오른다고 답을 한다. 프로이트를 공부하기 위해 심리학을 택했다는 학생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만큼 프로이트가 많이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프로이트가 유명한 이유는 ‘마음’이라고 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 거의 처음이라고 할만큼 체계적인 이론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인간의 마음은 물론 프로이트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탐구하고 나름의 이론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계속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 속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는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마음에 대한 이론을 구축하였고 자신의 이론을 나름의 방식으로 경험적으로 검증했다.
프로이트의 이론 중에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은 ‘무의식(無意識)’에 대한 것이다. 인간의 합리성과 이성(理性)에 대해 큰 긍지를 느끼고 있던 19세기 말에 그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의 진짜 원인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사람의 행동은 무의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의식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무의식은 물 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의 진짜 원인이 무의식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프로이트 자신도 이론을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은 최면(催眠)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면에 의해 일어나는 다양한 행동 중에 ‘후최면성(後催眠性) 암시’에 의한 것이 있다. 최면 중에 행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최면에서 깨어난 후에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후최면성 암시는 최면에서 깨어난 후에 행동하도록 암시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의 중에 한 학생에게 최면을 유도한 후 “최면에서 깨어난 후 10분이 지난 후 창문을 열어라”라는 암시를 주고 최면에서 깨운다. 최면이 깊게 유도된 상태라면 그 학생은 강의 중 10분이 지난 후 창문을 연다. “왜 창문을 열었는가?”라는 질문에 이 학생은 어떤 대답을 할까?

이 질문을 받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면서 당황스러워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경우 문을 연 학생은 “방안이 너무 더웠다” 라는 등 아주 그럴 듯한 답을 한다. 이 경우 이 학생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본인은 정말 방이 더워서 문을 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 학생이 문을 열었는지 진짜 이유를 알고 있다. 즉, 그는 그렇게 하라고 최면 하에 후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연 당사자는 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무의식’인 것이다.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기존 작품에선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크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천재적인 악마로 표현해 ‘악마와 왕자’의 대결 구도로 연출했다.이미지 확대보기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기존 작품에선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크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천재적인 악마로 표현해 ‘악마와 왕자’의 대결 구도로 연출했다.
우리의 행동이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행동을 하게 된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의 모든 행동이 무의식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행동을 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하는 행동도 많이 있다. 정말 방이 더워서 창문을 여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행동에 대해 왜 우리는 정확한 원인을 의식하지 못하고 제일 적당한 이유로 ‘정당화’를 하는 것인가?

오랫동안 남편과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는 한 부인이 상담을 받았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 남자를 사귀게 되어 그와 결혼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는 많은 면에서 맞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면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을 강행하였다. 아버지를 포함한 많은 친지들이 실망하고 걱정하였다. 결혼생활은 여러 사람들이 예상한대로 초기부터 행복하지 않았고 부부간에 잦은 싸움이 이어졌다. 부인과 남편 모두 의식적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이혼까지도 고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혼에 앞서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이 부인은 남편과의 불화에 대해 중요한 통찰(洞察)을 했다. 통찰은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행동의 진짜 원인을 깨닫는 것이다. 이 부인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아버지를 매우 미워하였다. 하지만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이 부인은 이 감정을 억누르고 의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혀온 아버지를 똑같이 괴롭혀주기 위해 이 부인은 아버지가 싫어하는 타입의 남자와 사귀고 결혼을 강행했던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싫어할 남자와 결혼한 것이기 때문이 이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불행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자기가 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한 딸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는 아버지도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

이 모든 과정이 무의식적이었다는 것이 이 부인의 불행이었다. 다시 말하면 왜 자신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었다. 자신의 결혼생활이 불행하면 할수록 미워하는 아버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들이 효과적일 수 없었다. 상담을 통해 남편과 결혼한 진짜 이유를 깨달은 후에야 결혼생활이 개선될 수 있었다. 결국 남편도 아버지에 대한 복수극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착하게 행동하라고 교육받는다. 그리고 부모나 교사의 요구에 맞게 행동하면 보상(補償)을 받고 거역하면 처벌을 받으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보상과 처벌의 기준은 어느덧 마음 속에 내재화되어 양심(良心)을 형성한다. 일단 양심이 형성되면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불안해진다. 적당한 불안은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그 상황에서 도피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견딜 수 있는 불안의 수준을 조절하는 기제(機制)를 가지고 있다. 비유하자면, 원하는 온도를 맞추어놓으면 자동적으로 그 온도를 유지해주는 에어컨과 같은 기제가 있다. 그리고 에어컨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면 이 사실을 잊고 생활한다. 이처럼 불안을 조절하는 마음 속의 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마치 에어컨이 쾌적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생활하는 것과 같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마음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무의식의 의식화’가 일어나는 정도에 비례한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는 것이다. 부족한 점이 많고 양심에 어긋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 과정은 결코 즐겁지 않다. 자신의 참모습을 알아간다는 것은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참모습과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한다. 소위 ‘저항(抵抗)’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을 극복해야만 무의식의 의식화가 일어난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무의식에 가두어두었던 생각과 감정을 꺼내기 위해서는 처벌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어떤 감정을 표현해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자신의 참모습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이 믿음은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감을 받는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무의식에 많은 것을 담아두면 둘수록 우리의 삶은 무거워지고 괴로워진다. 마치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여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등에 지고 있는 짐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있다. 하지만 무의식의 짐은 보이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줄조차 모르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참모습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성숙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필수적인 요인인 이유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친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富者)이다. 그리고 우리 이웃들이 불행하고 미성숙한 삶을 산다면 그들이 자신의 참모습을 깨달을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않은 우리의 책임도 크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