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고을에 사는 부부가 부모로부터 받은 몸에서 자란 것들은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빠진 머리털이나 자른 손발톱을 한곳에 모아 광에 보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외출한 사이 남편과 똑 같이 생긴 남자가 집으로 들어와 자신이 이 집 주인이라고 진짜 남편에게 나가라고 했다. 서로 주인이라고 우기는 사이에 부인이 돌아오자, 진짜 남편이 부인에게 자신이 진짜 남편이라고 했지만 가짜 남편은 부인이 용변을 본 후 왼손으로 밑을 씻는지 오른손으로 씻는지 맞히는 사람이 남편이 되자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남편은 아내의 밑 씻는 손이 어느 쪽인지 본 적이 없어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짜 남편이 자신 있게 왼손이라 말하자 부인은 진짜 남편을 쫓아내고 가짜 남편을 받아들였다.
이를 보고 새파랗게 질려있는 아내에게 “이래도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소?”하며 지금까지의 사연을 털어 놓자 아내는 백배 사죄하면서 잘못을 빌었다.
위 이야기에서 좆은 당연히 남자의 성기를 가리킨다. 그래서 ‘쥐 좆도 모른다.’는 말이 생겼는데, 아무리 속담이라도 남자의 성기를 입에 담기는 민망한 일이고 해서 좀 점잖게 말하기 위해 ‘좆’이 외형상 성기와 유사한 ‘뿔’로 바뀌어서 "쥐뿔도 모른다."란 속담이 된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사용치 않는 유사한 속담 중에 ‘쥐 밑도 모르고 화대 친다.’는 말도 상대여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덤벼들다 낭패를 보는 경우에 쓰이는 말인데, 여기에서 ‘쥐 밑’이란 본래 ‘쥐 씹’이던 것이 점잖게 변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아무튼 ‘쥐뿔도 모른다’는 속사정을 알고 나니 유래의 진위를 떠나서 함부로 사용하기가 난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모르는 게 약’이란 속담이 딱 어울리는 경우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