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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무한 탐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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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무한 탐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지름길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74회)] “너 자신을 알아라”

인간만이 ‘나는 누구인가’ 질문…끝없이 진‧선‧미 추구하는 활동

인간답지 못한 사람 점점 늘어…눈앞 이익만 좇는 교육의 결과
‘너 자신을 알아라(Know yourself!).’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 B.C. 469~399)가 했다고 알려진 이 명구(名句)는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神殿)에 새겨져 있다. 아마도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철학적으로 많은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심리학적으로도 인간 이해의 본질적인 측면을 설파하고 있는 명언이다.

이 말은 무엇보다 먼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고 탐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아왔다. 예를 들면 ‘공작인(工作人, Homo Faber)’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인간만이 물건을 만들고 또 이것을 만드는 데 도구를 사용한다고 보는 견해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원숭이들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처음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여겼던 많은 특징들이 사실은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인간하고 제일 유사한 생활을 하는 영장류라고 해도 아직까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체계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을 밝힌 연구는 없다. 비록 원숭이들이 간단한 문제를 풀고 먹이를 얻기 위해 단순한 도구들을 사용한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또 고릴라나 우랑우탄이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질서를 유지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지만 그들도 역시 본능에 의해 행동할 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특징, 즉 인간이 인간인 소이(所以)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만이 앞서 이야기한 대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고 해답을 구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다면 ‘너 자신을 알아라!’라는 명제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충고이자 명령인 셈이다. 아마도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끝까지 놓을 수 없는 과제가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인간으로 사는 것을 멈추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도 계속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 욕구의 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고 탐구하라는 의미의 ‘너 자신을 알아라’는 명구가 새겨져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고 탐구하라는 의미의 ‘너 자신을 알아라’는 명구가 새겨져 있다.
인간은 자신을 찾기 위해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노력과 활동을 한다. 이 활동은 인간은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하지 않는 활동을 찾으면 된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공부이고, 둘째는 종교이고, 마지막은 예술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세 활동은 인간과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고릴라나 우랑우탄과 같은 영장류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이다.

비록 동물들도 새끼들이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생존방식을 교육시킨다. 먹이를 찾는 방법을 가르친다든지 위험한 적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이는 본능에 의한 행동일 뿐 자신이 살아가면서 익히고 터득한 생존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새끼들에게 가르치려는 의도를 가진 행동이 아니다. 사람만이 자신이 누구이고 환경은 어떠하며 그 환경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더 잘 살아남고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도구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후대에게 그 방법을 전하려는 제도를 만든다. 소위 교육제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후대들에게 효과적인 삶의 방식을 전수(傳授)한다.

거의 모든 인간 부족들은 나름대로의 종교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 유역에서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부족들도 각기 자신의 부족을 지키는 수호신과 섬기는 부족신을 가지고 있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지각할 뿐만 아니라 대자연의 힘에 비해 자신은 극히 무능력하고 자신의 미래가 자신이 예측하고 계획한 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불안하고 고뇌하며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노력은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넘는 초월자나 전능자와의 관계를 통해 영원불멸을 꿈꾸며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인간만의 독특한 의식(意識)과 의식(儀式)을 발전시키게 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종교적이고, 또 종교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미 제도화된 특정 종교의 교리와 제도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종교를 만들고 그것에 의지하려는 노력을 한다.

울산의 반구대에는 육지동물과 바닷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동굴의 벽화나 조각들이 발견된다. 왜 고대인들은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었을까? 물론 사냥 등의 편의를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 사람은 그림이나 노래 춤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 활동은 경제적 이득 등 실용적 필요가 없는 상활에서도 단지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활동들이다. 지금도 어린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또 보상이 없어도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왜 인간은 공부(眞)를 하고, 종교(善)를 가지며 또한 예술(美) 활동을 할까? 그리고 이런 활동들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하면, 이 모든 인간만의 활동의 목적은 ‘나’를 찾기 위한 것이다. 체계적인 공부를 통해 나를 이해하려고 하고, 초월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며,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는 진·선·미를 추구하는 활동이 없다.

자신이 아테네에서 제일 현명한 사람이라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을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정치가, 시인 등 많은 사람들은 만나보았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점이 한 가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그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 있다는 소위 ‘무지(無知)의 자각(自覺)’을 했다. 자신이 모르고 있고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쉬지 않고 진·선·미를 추구하는 것이 결국 가장 인간답게 사는 지름길이다.

우리 주위에는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 추세는 아마도 ‘참되고’ ‘착하고’ ‘아름답게’ 사는 교육을 등한시하고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가벼운 교육이 범람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교육을 포기한 대가(代價)는 비인간적인 삶의 범람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