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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시절을 노래하는 가곡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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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시절을 노래하는 가곡 공연

[공연리뷰] 여창 가객 강숙현의 정가 입문 30주년 기념 독창회

여창 가객 강숙현의 정가 입문 30주년을 기념하는 제6회 강숙현 독창회 ‘풍류, 시절을 노래하다’가 최근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렸다. 강숙현은 1985년 국립국악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정가에 입문하면서 30년의 외길을 오직 가곡의 전승과 발전에 헌신하여 온 우리나라 최고의 중견 국악인이다.

여창 가객 강숙현
여창 가객 강숙현
공연은 풍류단 ‘시가인’이 함께 연주했다. 풍류단 ‘시가인’은 시를 노래하는 가객과 금객들로 구성된 정가(正歌) 전문공연예술단체다. 정가의 전통 연주 방식을 보존 계승하여 전통 문화인 우리 노래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에 3개의 정가 단체인 ‘전통가곡연구회’, ‘노래앙상블 시가인’, ‘가객들의 모임 정가재’ 등이 통합 결성하여 창단했다.
가곡(歌曲)은 판소리, 범패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성악곡이다. 정해진 관현악 반주와 함께 균형을 이뤄 발전하며 궁중 및 상류양반, 식자층에서 향유되었던 조선 후기 절정에 이른 풍류음악이다. 또한 가사, 시조와 함께 통칭 정가(正歌)라 불리는 전통 성악으로, 고려시대부터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천년을 이어온 ‘정악의 노래’다. 가곡은 1969년에 중요무형문화제 제30호로 지정됐으며, 2010년에는 세계가 그 보존가치를 인정하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및 구전 걸작품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자기 수양의 느림의 미학으로 노래하는 가곡은,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현재 소수의 전공자들에 의해서만 전승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전통문화예술인 가곡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민들 대다수가 서양식 한국가곡으로 알고 있다.
이날 여류 가객 강숙현은 가곡 인생 30년의 성년을 맞이하는 독창회를 통해 대중들과 함께 편안하고 친숙한 우리 가곡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려고 하였다. 뜻을 같이해 온 국악인들로 구성된 풍류단 시가인과 함께 우리의 전통 가곡을 비롯하여 정가라고 통칭하는 가사, 시조부터 현대 음악인 팝송, 대중가요, 국악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창작 가악형식으로 재해석하여 전통과 현대의 음률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무대를 마련했다.

풍류단 시가인의 반주는, 피리에 박영기 경기도립국악단 수석단원과 송미란 중요무형문화제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장구에 이영선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이수자, 거문고에 김정은 충남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 해금에 박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와 황수진 경기도립국악단 상임단원, 대금에 이희단 중요무형문화제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가야금에 김호정 명인, 건반에 김다희 객원, 드럼에 한송이 객원 등이 연주했다.

공연은 <1부> ‘아심유강(我心有江)’, ‘독도가곡’, ‘Amazing grace’, ‘바람의 꽃’, ‘꽃마음’ 다섯 곡과, <2부> ‘청풍명월’, ‘사설연가’, ‘하망연’, ‘나가거든’, ‘인연’의 다섯 곡이 연주되었다.

여창 가객 강숙현과 피리의 박영기 명인
여창 가객 강숙현과 피리의 박영기 명인
‘아심유강’은 조선 후기 심영경(沈英慶)이 지은 한시 칠언절구 ‘경포대’를 시창(詩唱)한 ‘십이난간’ 곡조에 김영랑의 시를 노랫말로 한 초연 작품이다. 박영기 명인의 ‘상영산’ 피리 연주에 강숙현이 독창하였다. ‘아심유강’의 가사인 영랑 시는 1935년 발행된 ‘영랑시집(永郞詩集)’ 초판에 제목 없이 1번으로 실려 있다.

내마음의 어듼듯 한편에 끗업는
강물이 흐르네.
도처오르는 아츰날빗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피ㅅ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잇는곳
내마음의 어듼듯 한편에 끗업는
강물이 흐르네

여창 가객 정마리 전통가곡연구회 부회장(왼쪽)과 강숙현 가인
여창 가객 정마리 전통가곡연구회 부회장(왼쪽)과 강숙현 가인
‘독도가곡’은 여창가곡 ‘장진주’의 선율을 강숙현이 새롭게 편곡하고 작사하여 2013년에 초연한 곡으로, 강숙현, 정마리가 노래하였다.

지증왕 13년 6월에
우산국이 항복하니
우산과 무릉 두 섬이 있어
울진현 정동쪽 바다 가운데 지키고 있다

울릉도 맑은 날에 보이는
유일한 섬이 독도라네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살아 숨쉬는
우산도가 독도이고 조선의 영토로다
일본 땅이 아닌 것은 역사가 말한다.

한민족 우리의 땅
아름다운 독도여
민족의 얼과 숨결
역사를 품은 독도이다
독도는 대한민국 땅

긴 호흡으로
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노래 되여 독도를 새기니
세계문화유산 가곡이라
독도는 역사가 지킨다.

‘Amazing grace’는 18세기 존 뉴톤이라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노예선 선주가 말년에 고향에서 듣게 된 고향 민요에 참회의 눈물로 쓴 시를 노랫말로 붙여 만든 곡이라고 전한다. 같은 시기인 조선후기에 널리 불려진 ‘가곡’과 같은 5음계의 선율로 짜여 있다. 작곡가 지수현이 우리 국악 음계에 맞추어 편곡하고 곡의 후반부에는 민요 아리랑을 접목시켰다. 강숙현의 독창으로 연주되었으며 이번 공연이 초연이다.

박주영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이수자(왼쪽)와 여창 가객 강숙현, 정마리(오른쪽)
박주영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이수자(왼쪽)와 여창 가객 강숙현, 정마리(오른쪽)
‘바람의 꽃’은 노래 선율만이 전승되고 있는 12가사 중 ‘수양산가’의 4마루 6절 가운데 2마루 3절을 작곡가 한광수, 정수연이 새롭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반주음악으로 편곡한 곡이다. 수양산(首陽山)에 얽힌 백이(伯夷), 숙제(叔齊)의 고사로 시작하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고, 인생의 허망함을 풍류로서 노래한 곡이다. 강숙현, 정마리, 박주영 가객이 노래하였다.

1. 수양산(首陽山)의 고사리를 꺾어 위수빈(湋水濱)의 고기를 낚아,
2. 의적(儀狄)의 빚은 술 이태백(李太白) 밝은 달이 등왕각(滕王閣) 높은 집에 장건(張騫)이 승사(乘槎)하고 달구경 가는 말명을 청하자,
3. 바람 불고 눈비 오랴는가 동녘을 둘러보니 자미봉(紫薇峯)⦁자각봉(紫閣峯)⦁자청청(自淸淸) 밝은 달이 벽소백운(碧霄白雲)이 층층방곡(層層坊曲)이 절로 검어 흰들 휘힌들.

‘꽃마음’은 사설시조 중 가장 빠른 템포의 노래인 여창가곡 ‘편삭대엽’을 홍수미가 전통과 현대적 반주음악을 얹어 편곡한 곡이다. 강숙현의 독창으로 초연되었다.

(초장)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요
(2장) 향일화는 충신이로다.
(3장) 연화(蓮花)는 군자요 행화(杏花)는 소인이라 국화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는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이라 규화(葵花)는 무당이요 해당화는 창녀로다.
(4장) 이중에
(5장) 이화시객(李花詩客)이요 홍도벽도삼색도화(紅桃碧桃三色桃花)는 풍류랑(風流郞)인가 하노라는 조선시대 김수장의 사설시조

여창 정마리
여창 정마리
<2부> 첫 곡인 ‘청풍명월’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대중가요인 ‘시조’ 중에 평시조와 우조시조의 전통 노래선율을 작곡가 권순형과 한광수가 현대적인 반주음악으로 재해석하여 편곡한 곡이다. 우조시조는 ‘월정명(月正明)’ 1곡이 전창되고 있다. 강숙현, 정마리 가객이 노래하였다.

‘평시조 청풍명월’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 창해 하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우조시조 청풍명월’
월정명 월정명커늘 배를 저어 추강에 나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가운데 명월이라
선동아 잠긴 달 건져라 완월하게 하리라

여창 강숙현 가객
여창 강숙현 가객
‘사설연가’는 지름시조의 전통 노래선율을 작곡가 홍수미가 현대적 음율 위에 새롭게 편곡한 초연곡이다. 지름시조는 가곡(歌曲)의 두거 또는 삼삭대엽(三數大葉)의 창법을 모방하여 평시조를 변조시킨 곡으로, 두거 시조(頭擧時調) 또는 소이 시조(騷耳時調)라고도 부른다. 초장의 첫째, 둘째 장단을 높은 음으로 질러 내며 중장 이하는 평시조 가락과 같다. 강숙현이 독창하였다.

바람도 쉬여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 고개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라도
다 쉬여 넘는 고봉 장성령 고개
그 넘어 님이 왔다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여 넘으리라

이어 연주된 ‘하망연’, ‘나가거든’, ‘인연’은 널리 애창되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과 명성왕후, 영화 왕의 남자의 OST곡을 국악 반주를 접목하여 편곡한 곡이다. ‘하망연’과 ‘나가거든’은 작곡가 홍수미의 편곡으로 이번에 초연되었으며, ‘인연’은 작곡가 한광수가 편곡하였다. 3곡 모두 강숙현의 독창으로 연주되었다.
임홍순 문화비평가(서경대 교수, 한국전통무예진흥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