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불안한 마음 이겨야 자기실현 성취하는 삶 살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들은 타고난 것이며, 그것들은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일종의 단계로 배열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낮은 단계에 있는 강한 욕구가 적어도 어느 정도 만족되어야만 더 높은 단계의 욕구를 의식하거나 그 욕구를 달성하려는 동기가 발생한다. 욕구의 단계는 한 개인이 더 높은 단계에 올라갈수록 더 많은 개성, 인정, 그리고 심리적 건강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낮은 욕구단계일수록 그 강도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안전(安全)’의 욕구이다. 일단 생존의 욕구가 만족되면 이제는 생존의 조건을 안정되게 유지하고 싶은 새로운 욕구가 생긴다. 안전의 욕구는 환경 속에서 확실하고 예측이 가능한 것을 보장받으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취업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는데 취업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안전의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종교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도 개인이 추상적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구축하고 거기에 소속되어 안전을 느끼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소속(所屬)과 사랑’의 욕구이다. 이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애정적인 관계, 자기 가족 내에서의 위치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집단이나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원하게 된다. 자동차의 뒤편에 ‘라이온스클럽’이나 ‘로타리클럽’ 등의 로고를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물론 해병대의 로고를 붙이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아무나 회원이 될 수 없는 그런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서 소속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이 관계를 통해 상호존중이나 신뢰 등의 감정을 느끼려고 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자긍심(自矜心)을 높일 수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자존심(自尊心)’의 욕구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이제 ‘자기존중(自己尊重)’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자기존중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생존과 안전 그리고 소속의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되었다고 해도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면 즐거울 수가 없다.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능력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존경받을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고 단지 자기 스스로만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낀다면 결국 자기애(自己愛)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매슬로는 가장 건강한 자존심은 명성이나 지위 또는 아첨보다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는 존경에 근거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네 단계의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킨 후에야 다섯 번째 단계인 ‘자기실현(自己實現)’의 욕구가 활성화된다. 자기실현의 욕구는 자기가 성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를 실현한다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종류의 사람이 되는 것”, 즉 자신의 잠재력(潛在力)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다. 매슬로에 의하면 “만약 그가 자기자신과 조화를 이루려면 음악가는 음악을 작곡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 인간은 인간이 될 수 있는 바가 되어야 한다. 그는 그 자신의 본질에 진실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은 자기실현을 하려는 본래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럽고 동시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살아있다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자기실현을 하며 살아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실현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실현을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단지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재력을 실현하면서 얻는 즐거움을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심지어는 두려워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넓은 길로 가지 말고 좁은 길로 가라’는 명언도 있듯이, 자기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길은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길이 아니라 홀로 가야 하는 길이다. 그 길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길이다. 혼자가 가는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환경적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각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살아가기 보다는 사회가 정해준 기능 즉 역할을 다하도록 강요한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았으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가르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이기적(利己的)인 것이다. 학교에서도 은연중에 가르쳐준 것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자신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을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안전의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용기와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지의 세계는 항상 불안하고 불안정한 세계이다. 하지만 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잠재력은 말 그대로 잠재력이기 때문에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향해 나아가는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잠재력의 실현을 통해 자기실현의 길로 나아가게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낮은 단계의 욕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사회와 교육이 이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사회 질서를 과감히 변화시킬 수 있는 끊임없는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