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때 방이와 그 아우가 살았는데 아우는 못됐지만 부자였고, 형은 착하긴 해도 몹시 가난했다. 어느 날 방이가 아우에게 누에와 곡식 종자를 좀 꾸어 달라했더니 성질 고약한 아우는 누에와 곡식 종자를 '삶아서' 형에게 주었다. 이를 전혀 모르는 방이는 누에를 열심히 치고 씨앗도 뿌려 잘 가꾸었다. 하늘이 도와서인지 그 중에 단 한 마리의 누에가 살아나서 날로 자라 소만큼 커졌고, 공교롭게도 곡식 종자도 한 알만 싹을 틔워 한 자가 넘는 이삭이 되었다.
이 설화는 여기서 끝이 나는데, 정작 '내 코가 석자'의 연유는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설화가 회자 되며 이야기가 더 부풀려 져, 그 후속으로 "어려움에 처한 아우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아우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가, 아우가 '내 코가 석자다'라고 했다."라면서 이야기가 이어져 왔다면 이 말의 어원은 한층 더 그럴듯하게 설명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어느 마을에 흉년이 들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만 갔다. 그러는 중 어느 집에 애 딸린 엄마는 젖을 보채는 아이에게 젖을 물려 보지만 젖이 나올 리 만무하자 아이를 남겨 둔 채 산으로 올랐다. 소나무껍질이라도 삶아 아이에게 먹여 볼까 해서였다. 그런데 엄마는 산 중턱 풀숲에서 죽은 꿩을 한 마리 발견한다. 꿩도 먹을 것이 없어서 죽었는지 깡말라 있었지만, 엄마는 그나마 웬 횡재냐 생각하며 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털을 뽑고 삶아 보니 예상한 대로 살은 거의 없고 그 조차도 질겨서 아이에게 도저히 먹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질긴 고기를 혼자 씹으며, 자기도 달라고 울고불고하는 아이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가, 내 살아야 너도 산단다. 내가 먹고 젖을 만들어 주마."』
참으로 가슴 시린 속담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에는 이 속담을 거의 쓰지 않는다.
종종 말하지만 우리말의 유래는 출처가 불분명한 것이 많다. 다만 '그럴듯한 설(?)'일지언정 유래를 통하여 우리말과 더 친숙해진다면 이 글을 쓰는 목적에 부합된다 하겠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