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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81회)] 삶에 즐거움이 있어야 생산적이고 자기실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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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81회)] 삶에 즐거움이 있어야 생산적이고 자기실현 가능

홀로 존재할 때 부정적인 성향도 바람직한 성향과 만나면 긍정적

불필요한 욕심 제어하고 살아야 만족스러운 생활 누릴 수 있어

『자유로부터의 도피』 『건전한 사회』 『사랑의 기술』 등의 명저로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알려진 심리학자 겸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성격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수용적(收容的)’ 성격이고 두 번째가 ‘착취적(搾取的)’ 성격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외부에서 얻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의존하고 수동적으로 온갖 애교를 부림으로써 얻는 성격이 ‘수용적’ 성격이다. 이와는 다르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뺏어오는 성격이 ‘착취적’ 성격이다. 이 두 성격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다만 필요한 것을 얻는 방식에서 서로 다를 뿐이다. 이런 두 유형의 성격은 봉건제도에서 많이 나타난다.
세 번째는 ‘저장적(貯藏的)’ 성격이다. 이 성격의 사람들은 저장적이라는 말 그대로 한번 들어간 것은 곳간에 쌓아두고 소비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성격으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챨스 디킨슨(Charles Dickens, 1812~1870)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의 주인공 스쿠루지 영감일 것이다.

네 번째는 ‘시장적(市場的)’ 성격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모든 것을 시장의 상품으로 간주한다. 불행하게도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가치까지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 사회에서 많이 원하는 자격이라든지 스펙을 갖추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고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제일 비싸게 팔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

프롬에 의하면 세 번째와 네 번째 성격 유형은 자본주의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도 수정할 부분이 있는 불완전한 제도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사람은 자신을 시장의 상품으로 간주하게끔 교육시키고, 그 결과 스스로를 그렇게 믿고 행동하게끔 세뇌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건전하지 못한’ 사회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진정한 자신이 되는 자유를 불안하게 여기고, ‘자유로부터 도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강원 화천에서 열린 산천어축제에 부모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얼음놀이를 즐기고 있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강원 화천에서 열린 산천어축제에 부모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얼음놀이를 즐기고 있다./사진=뉴시스
다섯 번째는 ‘생산적(生産的)’ 성격이다. 이 성격이 제일 바람직한 것이고, 자기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성격이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성격을 가지고 있다.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는 또 다른 명저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양식을 크게 두 가지로 대비해서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소유(所有)’의 양식으로 사는 것인데, 이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느냐에 비례해서 자신과 타인의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삶의 양식이다. 자신이 소유한 재산, 즉 살고 있는 집의 크기, 타고 다니는 차의 종류 등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고 느끼는 삶이다.

‘존재(存在)’의 양식은 자신이 얼마나 하고 싶은 것을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는 삶이다. 생산적 성격의 사람들이 결국 존재의 양식을 살아간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비록 다섯 가지 유형 중에 ‘생산적’ 성격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나머지 네 유형의 성격이 생산적 성격과 어떤 조합을 이루는 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수용적 성격과 생산적 성격이 조화를 이루면 즐겁고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수용적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애교는 저절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도움을 통해 얻은 자산이 생산적인 성향과 조화를 이루면 자신과 사회를 위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저장적 성격도 역시 생산적인 성향과 잘 결합되면 좋은 성격이 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을 남들이 하게끔 도와주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이타주의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도 가진 것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버는대로 다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저장한 사람이 결국 다른 사람을 많이 도와줄 수 있다. “가난이 슬픈 것은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진 것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시장적 성격도 마찬가지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듯이, 조건이 같다면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하거나, 가진 것이 많거나, 용모가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갖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영향력이 큰 자리에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이 생산적인 성향과 결합되면 바람직한 성격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수용적, 착취적, 저장적, 시장적 성향은 생산적인 성향과 결합되는 정도에 따라 부정적이 될 수도 있고 긍정적이 될 수도 있다. 즉 홀로 존재할 때는 부정적인 성향들도 생산적인 성향과 조화를 이루면 긍정적이 될 수 있다. 다만 부정적인 성향보다 생산적인 성향이 더 커야 긍정적인 결과를 이룰 수 있다.

결국 한 개인이나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생산적 성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삶에서 ‘즐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달아야 한다. 우리 문화에서는 ‘즐긴다’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것을 ‘논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직장도 없이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어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면서 시간이나 보내는 사람은 ‘노는’ 사람이 결코 될 수 없다.

재미있는 일은 누가 억지로 시키거나 보상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하게 되어 있다. 1953년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1914~1986)와 함께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 1919~2008) 경에게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에베레스트산에 오른 이유를 묻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올랐다”라는 대답은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덧붙여서 그는 자신이 부와 명예를 위해서라면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들이 의외로 우리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생활하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고 불필요한 욕심을 자제하고 살기 때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대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살거나,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행복의 척도를 삼는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설 명절에는 서로 흩어져서 바쁘게 살아가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어른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조상에게 예를 올렸다. 동시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다. 가족은 소유의 양식이 아니라 존재의 양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이다. 동시에 존재의 양식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육의 장이다. 민족의 명절 설을 계기로 점차 잃어가는 감사(感謝)의 마음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일년 동안 생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받는 소중한 시간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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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