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비를 계획하고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비전? 목표? 계획? 물론이다. 그 밖에도 실행과 열정 그리고 혁신적 사고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중이다. 이 집중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다. 당신이 플랜비를 계획하거나 준비하면서 포기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플랜비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는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발목이 잡히기 때문에 플랜비에 집중을 못한다. 결국 집중을 위해서는 포기(내려놓음)가 필요하다.
사회 초년일 때는 변화를 위해 손에 쥔 것을 포기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다. 스티브 잡스도 워즈니악과 애플을 만들었을 때 고작 스무 살이었고, 자신들은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무모할 수 있었고 도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걱정했던 것은 낡은 자동차 한 대였는데 그 정도를 감수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잡스도 만약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히려 도전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에 확실하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생각이 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 쪽으로 달려들 수 있다. 많은 것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으니까. 그러나 이것저것을 손에 쥐게 되면 쉽지 않다. 안정적인 직장, 가까워진 사람들,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급여와 복리후생 제도 등을 갖춰지게 되면 플랜비를 위해 그것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겠는가? 특히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감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 앞에 서게 됨으로써 이는 당연한 말이다.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포기할 줄 알아야, 그러니까 내려놓을 줄 알아야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박수칠 때 떠나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하고 박수 칠 사람들이 옆에 없을 때 쯤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현실이라는 이유로, 가장이라는 이유로 버티기를 한다. 물론 필자는 회사를 떠날 것을 종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잡고 있는 끈 하나를 과감하게 내려놓으라고 강조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최근 같은 저상장 시대에 그 끈을 잡고 있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끈을 언제까지 잡고 있을 수 있는지? 또 언제쯤 끈이 삭아서 끊어질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을 기준으로 지금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과 준비에 있어서 내려놓음, 즉 포기가 필요함을 얘기하고자 한다.
어렵게 구한 돈 2000만원을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200억원의 건실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친구 B가 있다. 그는 늘 자신만만하고 호기로운 사람이라서 사람들도 잘 이끌고, 사업도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난 2000만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망하면 다시 그렇게 시작하면 되지’라고 말했던 그였다. 그런데 지난 해 술자리에서 ‘이제 두렵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까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앞의 얘기처럼 무언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그 종류와 수량이 커진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필자는 누군가에게 내려놓음을 권유하거나 강권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설령 그것이 친구라 할지라도. 그러나 내려놓음의 종류와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수 있다.
플랜비를 잘 진행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보면 내려놓기를 잘한다. 반면 성공적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려놓기를 못한다. 계속 성장하고 잠재력을 발현하려면 큰 내려놓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플랜비를 준비하는 단계에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내려놓기의 순간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자주 내려놓기를 반복해야 한다. 사실 내려놓기는 평생 끝나지 않는다. 내려놓기를 그치면 인생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된다. 이 때 성장도 끝난다. 그 날이 오면 전성기는 막을 내리고 가능성도 모두 시들어버린다.
그렇다면 내려놓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양한 갈림길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 플랜비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경우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두려움을 따라가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꼭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포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의 가치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된다. 포기는 성장을 위한 기회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주변의 지인들이나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이 바뀌었으면 하고 바란다. 최근 플랜비 코칭을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던 마흔 중반의 A는 3년 후 대학가에서 원룸 임대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19년 근무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일로 플랜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일을 플랜비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그의 계획이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플랜비에 대해 듣고, 지금 준비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별로 없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연구원이 원래 바쁘기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소홀하다는 답변이었다. 지금까지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갖고 싶다면,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하고 싶다면,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것을 공부하거나 그것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같은 결과만 나올 뿐이다.
현재가 바쁘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보호막이다. 이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수단으로 가장 좋다. ‘바쁘다’는 그 말 속에서 우리는 포기를 찾아야 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도 집중을 위해서는 폐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랜비는 시간이 날 때, 여유가 생기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포기,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플랜비를 위해 기꺼이 포기해야 할 것은 ‘즉각적인 만족’이다. 즉각적인 만족과 플랜비는 양립하기 어렵다. 밤에 세 시간씩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면 당연히 좋은 책을 읽거나 플랜비를 준비할 수 있는 세 시간이 줄어든다. 즉각적인 만족을 바라는 마음을 이겨야 한다. 즉각적인 만족을 뒤로 미루고 플랜비를 준비하는 것 그것은 모두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다음으로 뜻 깊은 일을 위해 안정을 포기해야 한다. 화려한 영상이 돋보였던 리안(李安)감독의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에는 명대사가 많았다. 이 중 필자가 좋아하는 명대사는 바로 “네가 두 손을 꽉 쥐면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두 손을 활짝 편다면 세상이 너의 손 안에 있을 것이다”이다.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과 같이 내려놓지 않으면 다른 것을 얻기 어렵다는 말이다. 안정은 정서적, 신체적, 재정적 등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기도 하다. 안정은 행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높다. 현자들은 안정지향보다는 의미지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뜻 깊은 일을 위해 안정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밥벌이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이런 경우 내려놓기는 오히려 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플랜비를 계획할 때 인생 후반부의 뜻 깊음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마지막으로 쾌락을 좇는 삶을 포기해야 한다. 하루, 일주일, 한 달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므로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한정된 자원인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해소라는 미명하에 맹목적으로 취하는 쾌락적 행동을 끊어야 한다. 취미 활동을 하지 말라거나 일과 삶의 균형을 깨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무의미하거나 일상화가 된 쾌락적 활동(음주, 게임, TV시청 등)을 중단하거나 줄여야 한다. 대학 후배였던 P는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1주일에 2~3회 영화관에 가고, 출퇴근 시에는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한 영화를 보고, 집에 도착해서도 VOD서비스로 영화 한 편을 시청한다고 한다. P의 가장 좋은 플랜비는 영화를 중심으로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러나 P의 플랜비는 강의를 하는 것이다. 그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1년 동안 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더 큰 것을 위해서 좋아하는 것을 잠시 내려놓는 것, 이것이 현명한 것일지 모른다. 저술가인 제임스 앨런은 “적게 이루고 싶은 사람은 적게 희생하고, 많이 이루고 싶은 사람은 많이 희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후배 P의 포기가 큰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을 믿는다.
플랜비에 있어서 포기는 정말로 중요한 활동이다. 플랜비와 같이 큰 변화를 계획·준비하고 있다면 기꺼이 내려놓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봄 향기가 물씬하다. 플랜비를 계획하거나 준비하고 있다면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내려놓아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