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초등, 신월중을 거쳐 덕원여고 3학년이 된 김현아(金賢娥)는 아버지 김시용과 어머니 원명주 사이에서 1998년 11월 서울 화곡동에서 출생했다. 겨울에 태어난 현아는 오빠 김우중과 여덟 살 터울이다. 가족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희망의 별이 된 현아는 긴 싹 틔우기를 거친 대나무의 성장속도를 닮은 놀라운 춤 기량으로 국민 현대무용소녀가 되어있다.
'Sing Hope, 청춘을 노래하라'에서 경쾌한 피아노 소리에 생일 케이크, 현아를 포함한 세 명의 10대 소녀들은 노랑, 검정, 빨강의 꿈을 꾼다. 부푼 풍선처럼 또 다른 세 명의 소녀들이 자유를 구가한다. 노력을 상징하는 소녀들의 독무, 듀엣, 삼인무, 군무의 힘찬 도약, 시선처리에서 점프에 이르는 엄정한 균형, 엄청난 연습량에서 분출되는 10대답지 않은 기교는 경이롭다.
고2의 이른 봄, 현아는 경쟁사회 속, 10대 하이틴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고민과 희망을 그린 '휘파람부는 날'에 출연했다. 청소년의 꿈을 상징하는 작은 화분 속 푸른 나무에 물 조리개로 물을 주면서 춤은 시작된다. 흔들리지 않으면서 크는 나무는 없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10대들의 경쟁, 청춘스타 춤꾼 현아의 참여로 빛나는 일면을 보여주었다.
이후, 현아의 사유의 시간이 된 2015년, 예기치 않은 허리 부상을 당했다. 현대무용은 한국무용이나 발레와는 달리 빠른 회전과 점프 등 몸 쓰임이 많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도 고난도의 춤에는 부상이 따르기 일쑤이다. 현대무용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춤꾼, '춤판의 김연아'는 자신의 내적 성숙의 시간을 보내면서 봄과 여름에 이르는 금빛 콩쿠르를 접어야만 했다.
춤밭을 일굴 무용소녀 현아는 고1의 9월 말, 대학로 노을 소극장에서 공연된 초저예산 현대극 페스티발에서 젊은 '여자들의 욕망'을 모티브로한 최효진 안무의 '유리구두'에 녹색 꿈의 여자에 출연하여 갈망, 갈증,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을 담백하게 표현했다. 빨간 열정의 여자, 보랏빛 향기의 여자, 명품 중독의 여자 역의 선배들과 대등한 춤을 선보인 것이다.
현아는 2002년 유치원에서 발레와 한국무용 교습을 받다가 2006년 현대무용가 최효진 선생의 눈에 띄어 2008년부터 본격 현대무용에 입문하게 된다. 호기심이 많은 현아에게 춤은 재미있고 신기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춤을 출 때면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현아는 언니들과 팀을 이뤄 나가노 국제무용경연대회에 출전, 특별상을 수상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게 된다.
많은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의 예술적 재능에 감탄하다가 이내 실망하고 만다. 믿음으로 지켜 보다 보면, 숨은 재능과 끼를 발산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아이 중의 하나가 김현아 이다. 현아는 자신의 견고한 입지를 굳히기에는 턱없이 어린 나이지만 작품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춤 기교는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명망 있는 현대무용가가 될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9년 '새장 속 인형'이라는 데뷔 작품으로 세종대 금상, 성균관대 은상,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동상 등 많은 대학 콩쿠르에서 수상을 했다. 2010년에 '스타킹'이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 현대무용을 알리기도 했다. 또한 '시크릿'이라는 작품으로 한예종에서 금상, 예총에서 특상(장관상), 세종대에서 금상 등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간절한 기도와 지극정성으로 보살 핀 여린 꽃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고, 자신감을 가진 조국에 빛을 보탠 '새장 속 인형'은 얽매인 삶에서 야성을 가진 상상력 충만의 댄스 키드로써 성장하라는 스승의 염원을 표현한 작품이다. '시크릿'은 여성만의 소박한 비밀을 희망의 근원으로 삼고자하는 '밀실 엿보기'같은 기대감으로 전개시킨 작품이다.
중학생이 된 2011년에 '내 마음의 크레파스'에 출연했고, '중독'으로 다수의 대학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2012년 공연한 '비상, FIy'는 역동적이며 그녀만의 개성을 보여준 춤이다. 서서히 자신의 춤색깔을 드러내게 되었고, 중3이 되면서 키가 13cm나 크고 체중도 늘었다. 사춘기가 겹치면서 방황할 때마다 스승의 지도와 격려는 보약이 되었다.
현대사회의 부조리의 일면,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준 병폐를 지적한 '중독', 성장과 도약, 비상을 장맛비 같은 열정으로 풀어낸 '비상'은 끈질긴 연습의 결과물을 선사한 작품이다. 성장의 이면, 예술가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버려야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일탈에 대한 욕구는 땀방울로 덮인 자신에게서 보통아이의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지 않은 방황을 계기로 내적 성숙을 한 현아는 더욱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 중3인 2013년, '미래의 나'를 선서한 '꿈이란, Dream and dream' 작품은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고 각오를 다지게 한 작품이었다. 다수의 수상으로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과 오만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미진함을 깨닫고 지금까지 학습한 전 과정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화적 낭만에서 출발한 춤은 자신을 비추어 보는 거울의 기능을 한 스승의 조련을 통해, 꿈을 가진 청소년으로 거듭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너른 세상의 춤을 견문하고 직접 부닥치게 한 해외 춤 경연은 춤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의 법칙을 깨우친 스승의 방책 중 하나이다. 이 때 김현아가 터득한 것은 즐기면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이 된 현아가 2014년 4월 뉴욕에서 개최된 제1회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 발레 경연대회의 컨템포러리 주니어부문 금상을 수상하고, 7월 이태리 안토니오 피니 댄스 프로그램 장학생에 선정된 것은 해외에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한 것이었다. 인문고생으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제11회 서울국제무용대회 은상 수상은 주변을 경악케 했다.
예고에 진학하지 않고, 춤을 병행하는 것은 혁명에 가까운 모험과 창의력, 진지함, 성실함을 배가시키는 노력을 수반한다. 자유와 사랑을 향해 코뿔소처럼 돌진하는 넘치는 힘과 아름다워야 할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금'을 압류하고 정진하는 젊은 현대무용가의 차가울 정도의 도회적 모습은 대견하다. 현아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모습은 작은 빙산에 불과하다.
현아가 국제적 스타로 탄생케 한 작품은 아프리카의 자연과 토속적 몸짓을 뮤지컬처럼 모던댄스로 표현한 '람베르나, Lamberna'(안무가 장 필립 두리), 남성 못지않게 파워풀하고 강렬하며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몸짓을 동시에 보여준 '흔적, Trace'(안무가 최효진)은 가변성의 춤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는 시상의 평이다.
김현아의 유연함과 역동성의 시원(始源)은 스승 최효진에게 있다. 최효진은 늘 넘치는 힘과 학구적 자세로 현대무용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녀는 자신을 밀쳐두고 겸손함과 탐구심으로 세상을 살아 온 것이다. 제자 김현아에게서 분신적 스승의 모습과 불굴의 도전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인문고생의 춤경연대회에서의 은상은 예고생의 금상 수상보다도 더 빛나는 일이다.
현아는 '흔적'으로 예선을 마치고 본선에서 17개국이 참가한 컨템포러리 주니어 29명, 시니어 44명 중에서 주니어 부문에서 단연 주목을 받았다. '람베르나'는 현아 춤의 현대적 역동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귀국 후 안무가 최효진과 수정 작업을 거쳐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은상이라는 짜릿한 성취감을 맞보게 해주었다.
춤의 단계를 올라가다 보면, 또래의 전 세계의 숨어있는 은둔의 고수들이 상층부의 미학적 테두리를 두르고 월등한 기량으로 도전장을 내밀지 모른다. 현아는 한국에서 소부대 전투를 치렀을 뿐 세계 전장에는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도 더 치밀하게 짜야 한다. 오는 7월 말 국제댄스연맹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치러는 '2016 세계 댄스컵'에 도전하는 것도 자신의 기령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현아. 고1 때에도 세종대 무용콩쿠르 고등부에서 대상을 수상한 야침찬 도회의 현대무용 학도이다. 2014년 김현아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청년예술가 칭호를 부여받았다. 현대무용에 관한 한 또래의 무용수들 가운데 정상에 서있는 천재 춤꾼 김현아. 그녀가 세계의 정상들과 겨루면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무용수가 되어야할 책무가 있다. 현아의 춤이 만개하여 화려한 한류의 한 축을 담당했으면 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