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소통에 중점 둔 작품 그려
이웃들의 팍팍한 삶 소재로 다뤄
한국 화가 김현정(金炫廷, Kim, Hyun-Jung)은 1988년 12월 9일 서울 출생이다. 20대 후반의 이 도발적 여성 작가는 생활친화적 소재로써 대중 친밀감(팝 아트의 일면)을 획득, ‘나’의 생활과 미술의 간격을 좁히며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내숭(Feign) 시리즈’는 한국을 뒤흔들고, 국내외의 이름 모를 식당과 허름한 당구장에서까지 그림이 내걸릴 정도로 인지도를 확보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그림은 미학을 앞세운 그림을 위한 그림, 그 허식과 위선의 굴레를 슬기롭게 비켜감으로써 관람객 모두를 비차별적 동지로 만든다. 그녀의 그림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김현정은 영미의 팝 아티스트들과 분명한 차별을 이룸으로써 한국화의 독창성을 확보하고 있고 주변에 널려있는 소재들을 분명한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
김현정은 지난 3월 16일부터 4월 11일까지 27일 동안 서울 인사동 이즈 갤러리 4개 층 전관에서 열린 ‘내숭놀이공원’(Feign Amusement Park)전(展)에서 6만7402명의 역대 최다 관람객을 모았다. 2014년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의 ‘내숭올림픽’전에서는 12일 동안 2만3887명이 작품을 관람한 기록이 있다. 이 정도의 관객동원이면 흥행몰이를 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김홍도와 신윤복을 깊이 사숙한 작가, 그녀의 한국화는 ‘덧입힐수록 섬세하고, 투명해지는’ 수묵화의 전통을 존중함에서 출발한다. 전통과 현대가 보완관계를 이루고 있는 그녀의 그림은 새로운 감각의 한국화 문화원형의 상징이다. 김현정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버거운 무게를 털어내는 작업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숭’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의미 있는 날에는 늘 한복을 입고 나타나는 청년 화가 김현정은 평생 늙을 것 같지 않은 동안의 얼굴이다. 만춘의 그녀에게 불어온 바람은 수묵담채의 정갈함 위에 ‘내숭’의 격정이 엄습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그녀의 그림은 매화꽃 향기로 진하게 번져 그녀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고 밝고 명랑하고 성실한 그녀의 주변엔 행복한 밥상을 날라다줄 사랑으로 가득하다.
맑고 담백한 그녀의 그림 속에는 전통을 바탕으로 한 까칠한 도회의 감각으로 채색된 한국화의 향방을 제시하는 다양한 담론이 들어 있다. 자신을 투사한 한복 입은 서울 처녀의 일상은 여성의 삶 자체를 넘어 젊은이들의 하루가 되고, 먹이 한지에 스며들 듯 모두의 공감을 사는 울림으로 번진다. 그녀의 그림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의 ‘희락(喜樂)의 표징’이다.
김현정은 먹으로 그려진 한복 치마에 한지를 붙여 콜라주한 저고리 차림의 처녀(자신)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청초, 양순, 지고지순을 떠난 듯 보이는 처녀는 한복을 입고, 퍼질러 앉아 패스트푸드를 즐기거나, 선글라스에 하이힐을 신고 회전목마를 즐긴다. 그녀의 상상은 한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거나 말처럼 질주의 본능 보인다. 그녀는 이웃들의 팍팍한 현재적 삶에 아픔을 공유하며 다양한 색깔의 풍선처럼 비상하고 극기하도록 격려한다.
김현정은 심각함을 탈색시키고 즐기면서 작품에 임한다. 그녀의 변주는 평면 작업의 단조로움을 극복할 입체•영상•설치 작업이 들어가 있다. 자신이 피사체가 되어 사진을 찍고 인물의 누드를 그린 후 옷을 그린다. 그녀는 작품 못지않게 국회의사당, 서울시의회회관,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전시 공간에서도 위풍당당하다.
한국화의 아이콘, ‘놀러 가는’ 전시회를 만드는 김현정, 한국화를 재해석해내는 화가, ‘전시의 신’을 꿈꾸는 화가, 현대 사회의 신풍속도를 그려내는 화가, 한국화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내는 화가, 예비된 미술계 한류스타, 한국화 담론의 형성자, 가요계의 싸이나 김장훈 같은 예술가가 되고 싶은 그녀의 ‘내숭 놀이공원’은 일상의 고민을 털어버리는 거대한 놀이터였다.
표리부동한 사람을 현대 해학으로 풀어 보자고 시작한 내숭이야기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과 상호 반응으로 생기는 ‘내숭’이라는 큰 주제의 연장선에 있다. ‘내숭 이야기’ ‘내숭 올림픽’ ‘내숭 겨울이야기’에 이은 80여 점의 ‘내숭 놀이공원’은 실제 놀이공원이 아닌 일상 속의 놀이공원이며 이 일상의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현정은 한복의 고상함과 은밀한 신비감에 착안, 자신의 작품에서 한복을 입고 활달하게 생활하는 또래 여성들의 진솔한 일상의 모습들을 브랜드 가치가 있는 자신의 제품에 담아낸다. 치마폭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반투명한 한복은 ‘감췄지만 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내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매혹이 따르지 않는 예술은 가치가 없다.
그녀의 놀이동산은 현실을 반영하듯 ‘할부인생’에서 시작한다. 한복을 소녀는 내숭동산을 지나, 인생합방의 로또의 대박을 꿈꾸기도 하고, 미래에 걸린 잡다한 고민의 고리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가끔 허세를 부리고 무한도전의 인형 뽑기에 매달리기도 한다. ‘썸마(馬)타임, 축하한다는 말(馬), 달려가마(馬), 산타말(馬)이야, 여자는 말(馬)이죠’, 언어유희의 대상이 된다.
스낵, 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랑한 빗나간 애국심으로 마주한 현실은 체중계 위에서다. 불리한 여건에서도 삼겹살에 한 잔 하고 싶은 밤과 소비의 욕망이 이는 진열장, 길거리 음식도 식욕을 끈다. 말과 오토바이에 대한 ‘무게’의 풍자가 끝나면 ‘백설그램’과 ‘인스타야 인스타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인스타그램에 대한 풍자가 시작된다. 이제 그녀는 ‘우리결혼 할까요?’를 호기 있게 말하는 ‘월척’을 꿈꾼다. 그녀는 베를린 한국문화원, 미국 뉴어크 박물관, 롱아일랜드 박물관 전시일정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월척은 언제일까?
다양한 일상 속 놀이공원은 이룰 수 없다면 현재의 삶에서 인생을 즐기라는 작가의 인생관이 반영되어 있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이고, 김현정은 그것을 터득해왔고, 그럴싸해 보이는 많은 것들이 실은 내숭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준비된 한류 예비 스타 김현정의 대장정에 행운과 의미 있는 성취감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 김현정 한국화가는?
학력
201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부 졸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학부 졸업
2007 선화예술고등학교 미술학부 동양화전공 졸업
2004 선화예술중학교 미술학부 졸업
주요 개인전
2016 초대전 [This is our Future],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미국
2015 초대전 [내숭이야기], 국회의사당, 서울, 한국
2015 초대전 [내숭이야기],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중앙홀, 서울, 한국
2015 초대전 [新기마미인도], 말박물관 기획전시실, 경기, 한국
2014 [내숭, 겨울이야기], 코엑스A홀, 서울, 한국
2014 [내숭올림픽],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한국
2013 [아트서울 초대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한국 외다수
주요 단체 전시
2015 [뉴욕한인청소년재단 작품전], 뉴욕, 미국
2015 [5월의 꽃향기展], 경민현대미술관, 경기, 한국
2015 [‘아시안 하이웨이’], 동아대학교 석당미술관, 부산, 한국
2014 [The 2nd SINGAPORE BANK ART FAIR 2014], 싱가포르
2014 [Y&Y ARTIST PROJECT ‘I, My, Me, Mine’], 영은미술관, 경기, 한국
2014 [Open-in-out], 암웨이미술관, 경기, 한국
2014 [한국조폐공사 ‘쇼미더머니展’],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한국
2014 [G-LOVE 아이티 심장병 어린이 수술기금마련展], LIG-Art Seoul, 서울, 한국
2013 [Im Zickzack durch die Welt], 네우루핀 현대미술관, 네우루핀 ,독일
2013 [ZigZag, State Academy of Art and Design Stuttgart], 슈투트가르트, 독일
2013 [BANK ART FAIR, Island Shangri-La], 홍콩
2013 [SQUARE, SPACE WOMB,] 뉴욕, 미국
2013 [제3회JW중외 YOUNG ART AWARD], 홍익아트센터, 서울, 한국
2011 [제12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한국미술관, 서울, 한국 외 다수
수상 및 경력
2015 제1회 대한민국창조혁신대상 예술발전부문
2014 동아일보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2014 JTBC_다름다운사람들_최우수상
2014 제34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_주목할 예술가상
2012 서울대학교 총동창 회장상
2011 제12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한국화부문_금상
2011 제14회 세계평화미술대전_최우수상 외 다수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