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안내에 따르면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의 지배 속에서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중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특별한 시계도 있다.
24시간을 주기로 우리 몸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생체 시계’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타난 노동 형태인 이른바 ‘(주야간)교대 근무’로 인해 우리는 생체 리듬을 거스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야간 근무를 포함한 ‘교대 근무’는 우리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장시간 근무에 따른 건강의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확인해본다.
하나의 업무를 여러 명이 나누어 근무하는 방식인 ‘교대 근무’. 근무 시간대에 따라 낮과 밤을 바꾸게 되는 교대 근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리듬을 교란시키고, 각종 신체 기능의 질서를 무너뜨리게 한다.
그 결과 야간 근무를 포함한 교대 근무자가 비교대 근무자에 비해 수면장애를 비롯한 위장관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교대 근무’를 ‘발암 물질(그룹 2A)’로 지정했다.
교대 근무가 이처럼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연구에서는 불규칙한 교대 근무가 반복되면서 생체 리듬이 파괴되고, 이것이 호르몬 분비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암의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6월 발표된 세계의 빛 공해 실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빛 공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24시간의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잠들지 못 하고 깨어 있는 이가 많다는 뜻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병원, 소방서, 경찰서 등의 공공부문 서비스가 아닌 곳에서도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눈에 띄게 많아진 24시간 매장이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경쟁하듯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업 매장이 바로 그것이다.
한 패스트푸드점의 경우는 서울시내 전체 매장 대비 24시간 영업 매장 비율이 86.5%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공장 등 제조업 분야의 문제로 지적돼 온 야간 노동의 문제가 서비스 분야까지 번져 가고 있다.
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까지 잠을 잊은 사람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이혜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몸에 좋은 교대 근무는 없으므로, 필요한 영역 외에는 교대 근무를 없애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교대 근무로 나타나는 문제는 건강 악화뿐만이 아니라고 충고한다.
불규칙한 근무로 인해 교대 근무자는 자신만의 시간을 전혀 갖지 못 하고 있으며 가족, 친구 등과의 사회적인 관계가 소홀해지는 문제도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야간 교대 근무의 문제점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방서에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2009년 12월부터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 형태를 전면 전환한 인천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은 3교대 근무를 통해 이전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차윤호 기자 gen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