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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간' 세운상가, 장인 기술과 메이커운동 결합 통해 개방형 창작문화 거점공간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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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간' 세운상가, 장인 기술과 메이커운동 결합 통해 개방형 창작문화 거점공간으로 변신

서울문화재단, 7일부터 '2016 서울상상력발전소: 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 개최

전유진+이경성 메이커 '아날로그 TV의 변신: 오디오 비주얼라이저'.이미지 확대보기
전유진+이경성 메이커 '아날로그 TV의 변신: 오디오 비주얼라이저'.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세운상가는 추억의 공간이다. 한때 탱크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못 만드는 것이 없다던 세운상가는 1980년대 이후 대중들에게 서서히 잊혀져 갔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 잊혀진 세운상가의 기억을 불러낸 데 이어 올해는 세운상가를 지켜온 장인들의 기술과 메이커운동의 결합을 통해 개방형 창작문화의 거점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제3의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메이커 운동'은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인 메이커(Maker)들의 제작방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일컫는 용어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세운상가 장인의 기술과 예술가의 상상력을 융합한 프로젝트 '2016 서울상상력발전소: 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를 7일부터 30일까지 종로 세운상가 5층 실내광장에서 개최한다. 지난해 실시한 '2015상상력발전소: 다시 만나는 세운상가'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로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을 도입해 기획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청계천 인쇄기술자·벤처기업 종사자·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으로 구성된 '산딸기마을'을 비롯해 Tech D.I.Y. 메이커를 위한 다양한 기술자료와 메뉴얼, 소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하드카피월드 운영자 서영배,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리틀보이 사이언'을 창업한 유상준, 컴퓨터공학과 컴퓨터음악을 공부한 뒤 음악활동으로 창작을 시작한 전유진이 참여한다.

여기에 병원에서 사용하는 특수 인터폰 관련 제품만 전문적으로 디자인하고 개발해온 동성전기통신 권영길, 개발자들과의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유저가 원하는 대로 노력하는 수리·개발자 특수전자의 설영복, 1986년 전자박람회에서 520대의 멀티비전 화면을 처음 선보인 후 20년 동안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곁에서 그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기술적 해법을 제시한 이정성, 세운상가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40여 년 동안 말하는 로봇, 공룡 로봇 등을 제작한 자연기술랩 이천일, 전자회로를 스스로 실습하고 탐구할 수 있는 브레드보드 실험 키트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홍인전자의 조수웅·장은진, 친환경 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는 차산전력 차광수, 시스템 개발자 현성 Hi-Tech의 한영만이 메이커로서 가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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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서울상상력발전소' 오프닝 행사로는 ▲쇼케이스 ▲메이커 프레젠테이션 ▲세운뮤직마켓 ▲축하공연이 진행된다. 또 부대 프로그램으로는 ▲3분체험 키트만들기(향앤미과학, 홍인전자) ▲세운수리실 with 수리수리 협동조합 ▲빈티지 워크맨 판매(광진전자) ▲턴테이블 바늘의 모든 것(서울남전자) 등이 준비돼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는 ▲DIY 악기 만들기(유상준) ▲아날로그 TV의 변신: 오디오 비주얼라이저(이정성, 전유진) ▲반응형 네온사인 조명 만들기(서영배) ▲라즈조이박스 ver 1.5(산딸기마을) 등 4개의 워크숍이 마련돼 있다.

특히 백남준의 엔지니어였던 이정성 장인(아트마스터 대표)이 미디어아티스트 전유진 작가와 협업한 '아날로그TV의 변신: 오디오 비주얼라이저'는 아날로그 TV를 분해해 영상을 반전시키거나 소리를 영상신호로 변환하는 고전적 미디어아트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으로 주목된다.

서울문화재단은 4주에 걸쳐 진행되는 시민참여 워크숍을 위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교류 프로그램 '메이커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세운상가에서 일하는 장인 8명과 예술가 4명이 만나 총 12회의 기술교류를 가졌다고 밝혔다.

'DIY 악기 만들기'(8~9일 오후 1~4시)는 디지털 악기 제작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아두이노를 활용해 악기를 제작한다. '아날로그 TV의 변신'(15~16일 오후 1~6시)은 아날로그TV 해킹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아날로그TV 해부실습을, 회로 보드제작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컨트롤러 칩을 이용한 오디오 비주얼라이저 보드 제작을 진행한다.

또 '반응형 네온사인 조명 만들기'(22~23일 오후 1~5시)는 엘-와이어(EL-wire) 컨트롤 모듈을 직접 제작해 반응형 조명 장치를 만드는 시간이다. '라즈조이박스 ver 1.5'(29~30일 오후 1~5시 30분)는 아케이드 게임기 제작에 관심이 있는 가족 혹은 개인이 라즈베리파이를 이용해 오락실에서 볼 수 있던 2인용 아케이드 오락기를 직접 제작하는 워크숍이다.

이번 행사기간 동안 30년 이상 세운상가를 지켜온 차산전력 차광수대표의 기계부품, 전자기판, 모터, 바퀴 등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도 설치된다.

7일 오후 4시부터 9일까지 운영되는 '세운뮤직마켓'은 ▲'영레코드' 복원 운영 ▲세운상가 키드 8명(팀)의 LP 콜렉터 마켓 ▲세운상가 청음실 등으로 구성됐다. 종로좌판, 동양표준음향사, 알루엣, 핑크판스, 김영훈, 볼빨간과 돌코, 송명하(와 편집증들), 신윤철(서울전자음악단 기타리스트) 등 8명의 콜렉터들이 참여해 소장품 전시와 함께 판매를 진행한다. 현장에서 구입한 LP는 세운상가 시장 상인회가 운영하는 세운상가 오디오 청음실(세운상가 1층 다열 128~9호/고전오디오, 124~4호/반도전자)에서 고품질의 장비를 이용해 바로 들어볼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주철환 대표이사는 "한때 탱크도 만든다는 말처럼 못 만들 것이 없던 제작문화의 중심이던 세운상가가 침체된 것에 착안해 예술가의 상상력과 장인의 기술이 다시 만나는 '메이커 운동'을 본격화했다"라며, "지난해 '서울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가 그동안 잊힌 세운상가의 기억을 불러왔다면, 올해는 장인의 기술과 메이커운동을 결합해 개방형 창작문화의 거점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