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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일자리 8만개 '실종', 불황으로 소비는 '절벽'… 경제 빙하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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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일자리 8만개 '실종', 불황으로 소비는 '절벽'… 경제 빙하기 온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 "트럼프 리스크, 최순실 사태 등 불확실성 증대… ‘각자도생(各自圖生)’ 소비 심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개월 연속 '소비심리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경제의 중심 축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개월 연속 '소비심리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경제의 중심 축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이코노믹 박영찬 기자]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각 가정에 배달될 것이다. 보너스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나가서 가전제품과 선물을 사라.”

2008년 12월 7일, 호주 ‘케빈 러드’ 총리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표한 정책이다.
당시 호주 정부는 저소득층과 연금생활자에 해당하는 2100만명의 호주 국민에게 1인당 135만원 상당의 호주달러를 지급했다. 8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전체 호주 인구의 37%가 이 보너스를 수령했다. 호주의 백화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규모 세일과 판촉행사를 진행하며 크리스마스 시즌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꿈만 같은 이야기 같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일본 정부는 1999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며 상품 소비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이어 2009년과 2015년에 걸쳐 각각 1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며 20조2900억원에 달하는 돈을 국민들에게 뿌렸다.
일본과 호주 같은 나라들이 이처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을 한데에는 ‘소비 심리 진작’ 이라는 일관된 목표가 근저에 자리하고 있었다. 국민들이 돈을 써야 물품 공급을 위한 공장이 운영될 수 있고, 공장이 돌아가야 일자리가 생기며,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였다고 할 수 있다.

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 만큼 소비 심리를 개선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를 둘러싼 각종 지표들이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일본식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0.8p 하락한 93.3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CSI는 생활형편, 수입전망, 경기전망 등 6개 요소를 종합해 소비자 심리를 수치화 한 지수로,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 경기전망‘이 우세함을,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 경기전망‘이 우세함을 나타낸다.

생활 물가와 관련된 ‘물가수준전망지수’와 향후 1년 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각각 0.3%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연초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전망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주성제 과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해 최근 일어나고 있는 생활 물가 상승세가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달 하순이나 내달 초에 발표될 소비자물가동향에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지난 한 해 동안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8만개가 줄었다”며 “대기업과 제조업, 수출 등 우리 경제 주력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빈번해지면서 중산층의 고용 불안정성이 증가되고 있다”고 말해 경기 불황의 여파가 경제의 핵심 축인 중산층과 소득 하위 계층의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리스크와 최순실 사태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각자도생(各自圖生)’ 심리가 소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정치, 사회적 불안정이 한동안 우리 경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시장 유동성 확보를 위해 12개 공공기관에 배정된 187조원의 정책자금을 상반기 내에 58% 이상 조기 집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박영찬 기자 y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