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흔들리는 삶에 천착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일상 표현
흔들려 봐야 인생의 참맛 깨닫듯
마음 찡하게 울리는 감동 담아내
열네 살 때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용상은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과 주변 환경과 작은 사물에 집착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다. 차분함, 성실함, 섬세함으로 읽혀지는 그의 기질과 성향은 미술 작업과 잘 맞아 떨어졌고, 눈과 손으로 와인을 세묘(細描)하고, 선호하는 극사실주의 작업에도 도움이 되었다.
형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그의 극사실주의 선택은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에 대한 중독적 사랑, 작가로서의 진로선택, 현재적 순간과 시간을 표현하는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용상은 현대라는 시대성과 사회성을 담고, 현대인들이 울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형상이 있는 극사실화(極事實畵)가 용이하다고 판단한다.
다양한 매체를 오브제로 한 ‘자연적 물’을 주제로 추상미술을 하던 작업 초기, 그 작업은 너무 주관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방대함, 난해함, 무책임한 행위로 다가왔다. 2006년부터 시작한 ‘와인’ 작업은 ‘종이컵’ 작업과 함께 ‘자연적 물’ 시리즈 다음에 나왔던 ‘인공적 물’ 시리즈로 가공된 탄산음료나 와인 등이 용기에 담겨지기 시작하는 유용상의 제2단계 작업이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와인을 마시다가 와인 잔에 담긴 와인을 바라보면서 긴장되고 불안정한 감정과 마주친다. 와인을 마시다가 자주 와인 잔을 깨뜨리기도 했다. 그는 방황하고 힘들 때면 잔이 깨진다고 생각한다. 이 때 가냘프고 나약하게 생긴 와인글라스를 자신과 동일시시키고, ‘심리적 불안에 떨고 있는 현대인의 몸짓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유용상은 현대인의 감각과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 음료가 ‘와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 때 느낀 감정을 모티브로 삼아 캔버스에 유화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작은 작품은 3주일에서 한 달 정도 제작 시간이 걸렸다.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표현된 그의 작품이 사진 같이 보이는 것은 인화지처럼 곱고 탄탄한 밀도감 있는 화면 처리 때문이다.
사진과 회화의 장르가 무너진 건 오래전 일이다. 현대 사진 작품 중에는 회화 못지않게 비싸고 좋은 작품들이 많다. 그는 와인글라스의 딴딴함과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을 위해 그라운드 밑 작업에 제작과정의 절반 이상을 투자한다. 그는 이러한 밑 작업방식을 아직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완전한 프로가 되기 위해 지금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가 작품에서 표현해 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자연적인 물을 극사실로 그리는 그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와인과 와인 잔을 중심에 두고 만남이든, 이별이든, 사랑이든 인간 삶의 다양한 흔적을 내보인다. 최근에는 여기에 꽃을 등장시킨다. 투명한 와인잔 안에 가둔 꽃송이를 통해 숨쉬기를 막는 현대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표현한다.
현대인들은 오늘도 많이 흔들리며 살아간다. 실제 사진으로 흔들리는 와인잔은 초점이 맞지 않아 어떤 물체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살짝 흔들어도 초점이 맞지 않아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찡하게 울리며 사실적인 느낌으로 살아 있는 감동을 주고 있는 작가 유용상이 그려낸 와인잔들은 흔들리고 부대끼고 있다.
그의 와인잔은 흔들리고 있지만 정지된 순간과 움직임에서 담겨진 시간이 동시에 함축된 연출된 와인잔이다. 순간적이고 영원한 세계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다. 그가 그려내는 것들은 단순히 사진처럼 재현해내는 극사실주의가 아니라 사진이 담을 수 없는 이미지나 기억, 순간과 시간 사이에 담겨진 현대인들의 감각, 심상, 흔들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몸짓이다.
유용상이 매체위주의 작업이나 형식주의에서 탈피하여 자신을 찾아가는 작업은 자신의 심성대로 자연과 순수와의 필연적인 만남으로 연결된다. 메시지가 있는 구상, ‘성인식’(2016)은 가장 화려한 탐닉이 가장 깨지기 쉬운 공허의 예고편이란 은유처럼 읽힌다. 상처를 입을지언정 유리 온실을 부수고 나와야 비로소 홀로 설 수 있다는 역설의 긴장감까지 나돈다.
유용상의 작품은 세 개의 시리즈 작품이 많다. 순환의 고리는 와인글라스에 와인이 가득히 채워져 정지되어 있거나 흔들리며, 비워짐을 보여준다. 그의 연작물은 루이제 린저의 ‘생(生)의 한 가운데’를 떠올리게 하며 무엇인가에 흔들리다가 비워가는 과정 속에 무소유를 떠올리게 한다. 바쁜 일상 속에 늘 채우려고만 했던 욕망에 대한 질책과 성찰의 시간을 주는 것 같다.
비움은 곧 채움이기에 그는 빈 잔을 선호한다. 빈 잔에 채워지는 포도주처럼 그의 영혼을 채워주는 음악은 영혼의 안식과 공허함을 채워주는 사막의 오아시스로 다가온다. 와인을 마실 때 잔을 흔들어줘야 와인이 공기와 어울리며 산화되어 맛을 내는 것처럼 인간도 흔들려야 인생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서 흔들림은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다.
지난 여름, 인사동 전시 이후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 왔다. 한 동한 붓을 못 잡고 방황했다. 많은 화가가 그렇듯 그를 다잡아준 건 가족, 특히 두 아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예술가이기 전에 한 평범한 인간임을 많이 느낀다. 피 같은 신비스런 와인으로 현대를 표현해내는 멋진 컨템퍼러리 화가로서 자신이 인정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그는 분명 미래의 한류스타다.
임상진, 이두식 두 존경하는 스승의 빈 자리는 늘 허전하다. 이제 유용상이 그런 스승의 모습을 해야 할 때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아주 열심히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될 위치에 놓여있다. 와인이 오크통에서 잘 숙성되어 명품와인이 되는 것처럼 작가가 작업실에서 잘 숙성되어야 하는 이치를 그는 알고 있다. 오늘도 서해안 염전에서는 소금꽃이 피고 소금알이 익어가고 있다.
●유용상
○개인전 32회
2016 Invitation – 아름다운 구속(Beautiful Curb)전 (갤러리 그림손/서울)
유용상 초대전 (GS Tower Gallery), PIU 갤러리 초대전(전주),
예기람길 미술관(남원)
2015 프랑스 남불 FREJUS Laurence Barbero 갤러리초대전), 르뮤제 갤러(서울)
2014 유용상 초대전 (89 갤러리/프랑스 파리), 유용상 초대전 (아프리카나 갤러리/ 서울)
누보티스 초대전시 (서울), 서희 갤러리 초대전 (서울)
2013 유용상 초대전 (수호개러리/서울)
국제 와인엔 푸드 박람회 (킨텍스/서울), 상상갤러리 (서울)
유용상 초대전 (전북대 예술 진흥관/전주), 소담 갤러리 초대전
2012 Galerie Winter, 초대전 (Galerie Winter/Germany), 유용상 초대전
브숑드뱅 갤러리 초대전 (서울), 하나로 갤러리 초대전 (서울)
2011 갤러리 유로초대전 “The Chosen person & Instant” (갤러리유로/서울)
Pink 갤러리 초대전 (Pink 갤러리/서울)
2008 인사 미술관초대전(서울), 신한 PB갤러리 여의도&정자동 초대(신한갤러리)
2007 서호 미술관 초대전(남양주) 2006 아카(AKA) 서울갤러리 초대전(서울)
2004 석사학위 청구전(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2003 한전아트센터 초대전
(한전아트센터/)
○단체전 493회
실재의 세계 극사실전 (광주예술회관/광주)
2011 2011 서울 미술대전- 눈을 속이다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Heroes 전 (가나아트센타/ 부산), Useful&Unique전 (인터알리아/ 서울)
2010 부산 비엔날레 한.중.일 극사실작가전(부산시청전시실)
극사실주의 화가들展 (현대예술관/ 울산)
2009 Digital Realism (ART GATE Gallery/ NewYork)(인사아트센타/ 서울)
극사실회화의 어제와 오늘(성남아트센타/ 성남)
The promise artist 전 (가나아트센터/ 부산)
○작품 소장
삼성 반도체. 포르투갈 대사관. 코스타리카 대사관, 헝가리 대사관.
Galerie Winter Germany Museum.
○수상실적
2010 대한민국미술인상 청년 작가상 수상
2002~03 단원미술대전 최우수상, 특선, 입선 (단원전시관/ 안산)
21~2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입선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