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선생님 권유로 시작
홍대서 회화로 박사학위 획득
작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정진
미묘하게 움직이는 사물 표현
자기 성찰 통한 인간다움 중시
극사실화 韓國化 가능성 열어
정창균(鄭昌均, Joung Chang Kyeun)은 1968년 6월 12일 전남 여천군 소라면 죽림리 하금마을에서 아버지 정병호, 어머니 황옥심 사이의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시골에서 할머니 슬하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관기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때 여수동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새로 개교한 여수자산초등학교에서 6학년 졸업을 하였다. 어려서부터 그리는 것을 좋아한 그는 재능도 좋은 편이어 여수중학교 2학년 때 주일남 미술선생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다.
여수고등학교 미술부 활동을 통해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를 체험하면서 순수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최선을 다해 그림과 학업에 정진했다.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진학, 학창시절 내내 실기실에서 먹고 자면서 미술에 대한 열정과 뚝심으로 숱한 공모전과 전시회에 출품하였으며 모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작업은 천직’이라는 초지일관의 자세로 현재까지 묵묵히 화가로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우물, 거울, 맑은 물 등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구다. 미묘하게 흐르는 마음의 유동(流動) 속에 선승의 구도 모습과 선비의 곧은 정신을 유추해낼 수 있다. 느낌을 통한 이미지의 형상화는 새벽 계곡의 세신례(洗身禮)의 경건과 정갈한 지혜의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명경지수(明鏡止水) 연작은 자신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마음 다스리기’의 경전 같다. 작가는 흐트러지지 않고 냉정하게 사물을 대하나 그 속으로 온기가 스며든다.
2009년 늘 사랑과 희생으로 정신적 평화를 주신 모친께서 예상치 못한 일로 타계하여 창균은 한동안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 그분은 창균이 미술인으로 살게 해준 과거, 현재, 미래의 정신적 안식처였다. 순수하시고 강직하신 부친은 여수시청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지금은 고향 지킴이시다.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한 부친은 창균에게 ‘먼저 사람이 되고,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 인간이 되라’고 늘 강조하셨다. 정 작가의 모든 재능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창균은 늘 성찰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단단하게 지탱하며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책 위에 올려진 사물(이미지)을 바닥의 거울을 통해 비쳐지는 모습과 함께 실재와 가상의 현실 세계를 보여주는 색다른 극사실 회화를 그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싱그러움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자연물과 묵묵히 인간의 심성을 숙성시키는 책 등의 소재를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 서두르지 않고 사물을 관조하는 자세는 선비를 닮아 있다.
작가의 극사실 표현기법은 미묘하게 움직이는 사물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한정된 공간 속에 담긴 시각적 이미지들을 반향하는 작업은 신비적 인자(因子)를 소지한다. 극사실 회화의 한국화(化)에 부응하는 새로운 가능성은 한류스타로서 정창균을 주시하는 계기가 된다. 작가의 그림, ‘화면 가득 펼쳐진 책, 그 위에 올려 진 꽃과 과일, 그 정물들을 비추는 바닥의 거울이 수평과 대칭의 엄격한 구도 아래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림’은 모두의 공통 관심사다.
화려하지만 변할 수밖에 없는 자연물, 변함없이 인간을 숙성시키는 지혜가 담긴 책 등의 소재는 작가의 눈과 거울을 통해 반복적으로 그 환영이 전해지고 영혼이 담긴 붓질을 통해 작품의 명제이기도 한 ‘명경지수(明鏡止水)’, 인간의 맑은 심성을 보여준다. 정신적 피폐함과 일상의 위태로운 상황을 정화시키고 맑음을 추구하는 투명한 거울 위에, 다산과 부귀 등 일상적 의미를 지닌 사물을 통해 밝고 아름다운 인간 내면의 성숙함을 표현해내고 있다.
정 작가는 1996년부터 2016년까지 개인전 33회, 국내외 아트페어 35회, 국내외 단체전 450회 이상의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또한 2016년 한국평론가협의회가 주최한 ‘올해의 주목할예술가상’, 제5회 대한민국 미술인상 ‘청년작가상’, 제2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제3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2013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2003 경기미술대전 초대작가 지정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예비 한류스타 정창균. 느리지만 진전하는 작가는 2003부터 현재까지 경희대, 대진대, 협성대, 신흥대, 장안대, 경민대 등에서 수행의 과정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미술인으로서 작품 활동과 강의를 병행하면서 작품의 가치와 품격을 고양시키는 작가정신으로 현재에 충실하고 감사하는 마음과 한결같은 마음으로 미술인으로서의 길을 성실히 가고 있다. 그는 어떤 일이든 정의롭고 이치에 맞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그는 자신을 부드럽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미술을 통해 느낀 부드러운 열정과 작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내유외강의 성격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이 투철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상승시킬 수 있는 유머도 있다. 미술 작업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자기 성찰을 통한 작품 활동과 인간다움을 중시한다. 지금까지 한 분야에서 스스로를 확인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한다.
정창균, 사진 같지만 사진이 아닌 정묘한 극사실적 기법으로 그가 주로 소재로 취하는 책과 부드러운 자연물 등은 사물의 존재적 실상과는 무관할 수 있다. 극사실로 묘사된 ‘화면(畵面) 상단의 이미지가 물질의 세계라면 무한의 공(空)을 지닌 거울은 정신적 내면’을 상징한다. 그의 명경지수 의미를 찾아 그림 산책을 하노라면 이 세상의 모든 티끌과 잡티가 사라지고, 물욕과 탐욕에 찌든 기회주의적 작태가 고스란히 드러날 것 같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