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뛰어나 군무하다 솔로 발탁
허문선 선생 만나 본격 무용 수업
여고시절 피나 바우시에 큰 감동
춤에 인생승부 걸고 쉼 없이 정진
능력 나누고 가르치며 사는 게 꿈
최은지의 춤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가. 서풍인지 남풍인지 구분이 없는 그녀의 춤풍향계는 사방(四方)의 신비를 탄다. 경쟁자로 울타리를 치는 주변, 그녀의 춤밭은 바람 부는 날에도 경계를 풀지 못한다. 은지는 자신을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드넓게 퍼져있는 염전으로 끌어들여 자신이 선택한 운명의 굴레 속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얼룩진 땀방울 위로 소금꽃이 피게 한다.
최은지(崔恩誌, Choi Eun Ji)는 아버지 최성욱과 어머니 이미숙의 두 딸 중 차녀로 1992년 1월 27일 서울에서 출생했다. 김포로 이주한 은지는 금란초등, 김포여중, 풍무고, 한양대 예체능대학 생활무용예술학과, 한양대 일반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석사를 거쳐 동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푸른 들판 위 말들의 질주를 꿈꾸며 뚝심으로 승부욕을 키우며 여전사 같은 무사(舞士)로 성장했다.
은지는 금란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교 회장이었던 언니의 추천으로 새로 만들어진 특기적성반인 무용반에 들어간다. 이 어린이는 무용연습실이 없어 급식실 책상을 옆으로 치워 가며 무용을 배웠고, 일주일에 한 번뿐인 춤 교습이 아쉬워 매일 친구들과 부지런히 무용연습을 했다. 은지는 한국무용으로 무용과 연을 맺게 되고, 군무를 하다가 재능이 뛰어나 솔로로 발탁되면서 지도교사의 학원 전공반에 들어가게 된다.
은지의 첫 스승은 열 살 때 만나 스무 살 때까지 살뜰히 지도해준 한양대 출신의 허문선 선생이다. 평생 은지를 춤추게 만들어 준 선생의 품안에서 은지는 춤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웠다. 어린 시절부터 밀물현대무용단의 한글공연을 접하고, 매년 공연을 본 후 한양대 입학을 절실히 원했던 은지는 이제 그 대학 이해준 교수의 애정과 지지를 아낌없이 받으며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언 최, Iron Choi’,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자신의 일에 쉼이 없다는 의미로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다. 춤추는 것이 좋아 말처럼 쉬지 않고 달려온 은지의 열정, 그녀의 십 칠년 짧은 춤 인생에서 그녀는 쉬어본 적이 별로 없다. 은지는 밀물현대무용단 황금트리오 역사를 이어온 유정재 김은희 허문선, 이정화 이보경 성유진, 최효진 박희진 윤선희의 전통을 잇는 최은지 박관정 최진실의 시대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분야로의 방향 전환을 꿈 꿔본 적 없는 만 스물여섯의 은지는 춤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운명의 춤꾼이다. 2014년 첫 안무작 ‘빈 잔’은 세 딸의 구박을 소주로 감내하며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소주잔에 담아 현 시대를 부대끼며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한다. 남다른 가족애로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무(獻舞)였다. 은지는 커튼콜 때 객석 가운데 부모님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은지는 영화보기를 좋아한다. 잠들기 어려운 날, 보고 싶었던 영화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편한 감정이 끼어들면 액션영화를 본다. 그녀는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경희대 연극영화과 출신)에 다니는 언니 최은정의 도움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했고 자연스레 형성된 영화와의 친근감은 언니와 토론을 유발하면서 안무를 구상할 때도 영화적 미장센을 고려하게 되었다.
대표 안무작이자 출연작인 PADAF 신진안무가전 ‘빈 잔’(2014)은 부친의 희생에 대한 작은 보답, 인천 신진작가 데뷔전 ‘별 헤는 밤’(2014)의 서정적 휴머니즘, M극장 기획공연 신진안무가전 ‘눈 먼 선택’(2015)은 세월호에 관한 슬픔과 충격의 풍경을 담은 애도, 제23회 한국현대무용협회 신인데뷔전과 M극장 베스트 레퍼토리 ‘나는 죽었다’(2016)는 자신에게 일고 있는 심적 동요를 그린 작품으로써 자신의 내부에 깊숙이 잠재된 이야기를 표현한 작업이었다. 이처럼 은지는 자신의 안무작에 안팎에서 접하는 희생을 주제로 삼아 진솔하게 표현해 왔다. 제9회 고양예고 정기공연 ‘어디로 가세요?’(2015)를 안무하기도 했다.
여고시절에 ‘피나 바우시, 두려움에 맞선 춤사위’를 정독할 정도로 피나 바우시를 흠모했던 은지는 피나 바우시의 ‘Full Moon, 만월’(2014년 LG아트센터)을 보고 큰 감동을 받는다. 은지는 쏟아지는 빗줄기, 무대 중앙의 큰 바위,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춤추는 무용수들, 어설픈 한국어 대사까지도 또렷히 기억해낸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비를 싫어하는 은지에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유롭게 뛰어보고 싶게 만든 작품이다.
춤꾼으로 살아가는 기본적 방법으로 은지는 무용지도사자격증(유아무용 3급, 한국무용 지도자협회), 문화예술교육사(2급 교육과정,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생활무용지도자 자격증 수료, 중등학교정교사(2급 체육, 교육과학기술부) 자격을 취득했다. ‘스토리콘텐츠로서 무용의 예술적 담론과 함의’(2016)로 한국무용학회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17회 한국현대무용콩쿠르 은상(2012), 제11회 전국 수리무용 콩쿠르 최우수상(2013), 제19회 한국현대무용콩쿠르 듀엣부문 동상(2014), 2014년 PADAF 신진예술가공연 안무상 수상 ‘빈 잔’(2014), 한국무용학회 차세대 안무가상 수상(2015),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청년예술가상(2015), M극장 베스트 춤 레퍼토리상 ‘눈 먼 선택’(2016), 제23회 한국현대무용협회 신인데뷔전 신인상 ‘나는 죽었다’(2016) 등으로 최은지는 봄보리처럼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한양대 사회교육원 강의 교수, 안산디자인문화고, 고양예고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온 최은지는 대학 졸업연도인 2010년부터 문화관광체육부 지원 한글주간 초청공연 ‘한글 아띠’2010), M극장 ‘ADIEU 2010- White Jacket’(2010), 565돌 한글날 경축공연 ‘한글 춤으로 노래하다’(2011), 문화예술기획 ‘뿌리 깊은 나무’(2012), 제21회 한국무용협회 경기도지회 ‘태양의 인간’(2012), 문화체육관광부, KBS한국어진흥원 ‘한글, 함께 누리다’(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천개의 강에 뜨는 달, 월인천강지곡’(2012), 한국 농악 보존협회 광명시지회, ‘국악과 무용의 만남’(2012), 한글춤 연구소 ‘천, 지, 인으로 그려본 한글춤’(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춤으로 소통하다’(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말들의 시간-그 두 번째 이야기’(2013), 한국무용협회 ‘우리들의 이야기’(2013), 경기도지회 ‘Role-playing’(201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memory-희로애락’(2013), 제4회 서울국제포켓댄스페스티벌 ‘말들의 시간-그 두 번째 이야기’(2013) 서울문화재단 제15회 생생 춤 페스티벌 ‘EmergencyⅡ’(2013), 인천문화재단 ‘Rising Tide’(2013), 문화체육관광부 ‘한글아 놀자’(2013), LA한국문화원 ‘천,지,인으로 그려본 춤’(2014), 제1회 대학춤 페스티벌 ‘Human C9H1203N’(2014), M극장기획 신진안무가전 ‘Fine’(2014), PADAF 중견 안무가전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말들의 시간’(2014), 이윤경 개인공연 ‘Black Ville’(2014), 서울문화재단 제16회 생생 춤 페스티벌 ‘Butterfly Effect’(2014),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을 꽃피우다’(2014),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개막 공연(2014), SCF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The Life of Mystery’(2014), 한국현대무용협회 신인데뷔전 ‘보통 시간’(2014)까지 출연하면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안산 국제거리극축제 ‘그랜드 콘티넨탈’(2015), 국제현대무용제(MODAF) ‘트라우마Ⅲ’(2015), M극장 베스트 레퍼토리 ‘낯선 사람’(2015),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초청공연 ‘이카루스 패러독스’(2015), 한글문화큰잔치 ‘다함께 즐기는 춤’(2015), M극장 신진안무가전 ‘이상한 세계’(2015), 제1회 인천아트마켓 ‘이상한 세계’(2015), 최효진의 춤 ‘상실의 새2’(2016), M극장 우리 춤의 길을 묻다 ‘In circle’(2016), 국제현대무용제(MODAF) ‘Butter Effect’(2016), 제1회 안산 춤 축제 ‘In circle’(2016), 국립현대무용단 오케코레오그래피 ‘Reflection’(2016), 최효진의 춤 ‘소쩍새 울다’(2016)에 출연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현대무용을 철학적 상위에서 함부로 다루거나 지나친 오락적 터치로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고 정도를 밟아 나가는 최은지는 미래의 한류스타로서 손색이 없다. 춤출 수 있을 때까지 무대 위에 서는 것과 자신의 능력을 나눠주며 가르치는 것이 은지의 꿈이다. 그녀는 유행하고 있는 버스킹 강연이나 렉처 퍼포먼스에 관심이 많아졌다. 작은 꿈, 군중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강연하며 자신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인생을 바꿔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러자면 은지는 부지런히 정진해야 한다. 늘 부지런한 모습의 최은지, 믿는 만큼 세상은 이루어질 것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