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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미완을 채워갈 희망온도의 상승 희구…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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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미완을 채워갈 희망온도의 상승 희구…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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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제20회 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이 초청한 장혜주(링카트 대표, 무용학박사) 안무의 신작『그래도, 스마일』의 유희적 연희성에 주목한다. 겸손함이 부족한 도도한 여자가 무언가를 찾고 있다. ‘겸손보다는 교만함이 좋고, 격식보다는 소탈이 좋다. 적어도 교만은 겸손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화가 장욱진의 직설적 화법을 차용한 몸짓으로 춤이 열림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네 개의 신으로 구성된다. 신 1. 언더만 입은 무용수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태초의 빛처럼 공(희망의 빛)이 들어오고, 생명을 불어넣듯 무용수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등장인물이 그림자로 소개될 때,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이 그림자의 캐릭터를 대표하는 색상을 띄고 있다. 빛에 반응하며 그 빛(희망)을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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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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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신 2. 불완전한 이들이 옴니버스 식으로 서로 얽히는 가운데 서로를 치유해줄 수 있는 희망 같은 파트너를 만난다. 상남자 & 도도녀: 진정한 남자는 힘을 무기로 남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줄 수 있어야 한다. 겸손함이 부족하여 까칠하고 결벽이 의심되는 안하무인의 여자도 상남자 덕분에 보다 유연해지고 남들과 어울릴 줄 알게 된다.
조울남 & 애정결핍녀: 조증과 울증을 반복하던 남자를 애정결핍녀의 애정을 통해 평상심을 회복시킨다. 귀찮남 & 산만녀: 호기심 많은 산만녀의 관심이 귀찮남에게 집중되면서 귀찮남은 보다 활동적이게 되고, 산만녀의 부산스러움은 귀찮남의 제어로 잦아들게 된다. 기발한 조합의 구성은 안무가의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관찰 능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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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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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신 3. 무대 위의 대도구 큐브는 침대모양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모양으로 바뀌어간다. 불완전하던 무용수들이 보다 온전하게 바뀌어가는 과도기 과정을 다각형으로 움직이는 큐브로 나타낸다. 세트플레이 마지막 부분에 무대 뒤쪽에 문처럼 뚫려있던 곳에 세트를 끼워 넣은 것은 팸플릿 이미지 컷에서 의도한 완성되지 않은 퍼즐조각을 끼워 맞추는 느낌으로 대신한다.

신 4. 군무의 동작들은 무언가 불편해 보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동작들로 구성되었지만, 이들이 함께함으로 인해 보다 온전한 형태로 갖춰간다. 엔딩에서 다시 한 번 나오는 공(희망의 빛)은 이들이 아무리 완벽할 수 없을 지라도 웃고 힘낼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준다. 안무가는 건축사처럼 촘촘하게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행동반경을 제시한다.

안무가 자신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결백증이 이는 여자는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인가? 장혜주는 이전 작품들에서 늘 철학적 명제, 수식적 제목, 기하학적 조형으로 자신의 창작 세계에 동참하도록 장난을 걸어왔다. 깊이를 모를 그녀의 선지식, 상상은 그녀를 주목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래도, 스마일』이라는 애교적 제목으로 작품을 읽어내도록 배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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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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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조명, 의상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살려 다양한 색감을 사용했기 때문에 조명까지 너무 많은 컬러가 들어가면 자칫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화이트와 블루 위주로 사용한다. 『그래도, 스마일』에서 조명(빛)은 색 보다도 더 완전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불빛'으로 기능한다.

자신의 춤에 매진하면서 학문과 예술, 사유와 감정을 ‘유리알 유희’의 상징처럼 표현해 내고자하는 노력은 동화적으로 움직임으로 보여진다. 보통사람, 보통남자에 대한 시각을 상실한 채 태어난 여자는 사랑에 대한 희로애락마저도 무감각하다. 무거운 짐으로 거친 호흡을 토해내는 남자는 이 세상의 모든 고민을 떠안은 듯 일상이 힘들다. 여자는 남자에게 꽃이 되고 싶다.

위험을 정의로 포장한 나쁜 남자의 위로를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 ‘이웃과 교류하고자 하는 깊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안무가 장혜주는 자신의 상상에서 출발한 ‘물음표’의 몸짓에 대한 대답을 유희적으로 받아주기를 원한다. 못난 듯 보이는 이들이 말을 걸어오면 소탈하게 어울리고, 조화로운 어울림은 상생관계를 형성, 희망을 낳는다.

반개화(半開花)의 풍경에서 얻은 소박한 동력은 실종의 가치를 지닌다. 많은 고통과 불안, 불확실성을 딛고 건너오게 될 만춘(晩春)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듯 보이는 여섯 명의 무용수,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 완전수 여섯을 만들어낸다. 안무가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녀가 ‘서울하늘아래에서 쓰는 시’(The Sky over Seoul)는 따스한 희망온도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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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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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음악사용, 캐릭터마다 각각의 소리가 있다. 도도녀: 통통 튀는 실로폰, 상남자: 일렉트릭 기타,
애정결핍녀: 울림음이 있는 미니 건반, 조울남: 빠르고 느린 여러 박자의 비트, 귀찮남: 늘어지는 콘트라베이스, 산만녀: 각종 잡음과 효과음들(종이 구기는 소리, 물 끓는 소리, 빨대 빠는 소리 등...)을 사용한다.

그녀의 화법은 “선생님, 신새벽 뒷골목이 아름답죠?!”가 아닌 “선생님, 신...새벽 뒷.. 골목..이 아름답죠?”이다. 문장의 뒷부분까지 연결시키면서 많은 생각이 따른다. 불완전한 화법 속에 희망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스마일』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를 변주한다. ‘지금은 불안전하지만, 서로가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희망이 되리라’.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에서 동인(動因)을 얻은 『그래도, 스마일』은 안무가의 춤 중독증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그녀가 가꾼 무화(舞花)들 가운데 하나의 이야기가 시린 겨울을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에서 개화를 기다란다는 설정은 주변을 따스하게 만든다. 반개화의 꽃들로 황찬용, 윤일식, 김희준, 이주희, 함초롱, 현채은이 기교적 재능을 보이며 희망온도를 높인다.

장혜주의 안무 스타일, 지속되는 표정・몸짓・동작의 디테일은 유의미하게 사용되고 관객들은 내용을 독해한다. 단정 지어진 불균질 사회는 시각적 비주얼로 처리되고, 반듯하게 선 사회의 모습은 희망을 꿈꾸는 안무가의 염원으로 다가온다. 음악은 작품을 이해해내는데 소중한 역할을 하고, 강렬한 색상의 조명 사용이 춤 연기자들이 처한 상황과 성격을 반영한다.

의상, 각자의 캐릭터가 드러나면서도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기 위해 의상에 검정색이 들어가고, 띠가 부분적으로 조각내어 들어간다. 도도녀: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며 도도함이 묻어나는 빨간 원피스, 상남자: 팔근육으로 남자다움을 어필하기 위해 상의의 셔츠를 제외하고 넥타이와 베스트만 착용하고 치유되는 여성파트너의 의상이 빨간색임을 고려해 강조되는 색은 반대되는 파랑이다. 애정결핍녀: 어두운 느낌과 보호 본능을 살려 검정 슬립느낌의 원피스. 치유되는 남성파트너의 의상에 들어가는 보라를 포인트 띠로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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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그래도, 스마일(Still, Smile)』

조울남: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이중적 느낌으로 검정과 보라를 반반 나누어 사용하고 귀찮남: 움직이기 귀찮아 꿈틀대는 모습이 배추벌레를 닮아 녹색의 점프 수트를 착용한다. 산만녀: 다양한 관심사만큼 다양하고 밝은 색의 컬러블록을 사용한다. 군무부분에 블레이저를 덧입음으로 인해 이들의 본래 캐릭터에서 보다 차분하고 온전해짐을 상징한다.

『그래도, 스마일』은 ‘언제나 웃는 멋쟁이’, ‘그냥 웃지요’, ‘웃는 바보’의 연장선에 있는 지혜로움의 표현이다. 안무가는 인물 하나하나에 자신이 상징하는 성격을 부여하고, 개인성을 드러낸다.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일구어 나가는 모습은 눈물겹다. 보통사람들이 서로를 따스하게 바라보며, 자긍심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아름답다.

장혜주, 미니 유클리드적 상상으로 기하학적 조형을 선호하는 안무가다. 단조로운 일상과 뻔 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 그녀가 꿈꾸는 보랏빛 정원에서 그려낸 이질과 동질의 가치를 조화롭게 수용하는 춤 철학자로서의 태도는 늘 흥미를 불러온다. 『그래도, 스마일』은 그녀가 무르익은 봄의 한가운데 있음을 밝히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