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0) 부산안면옥] 100년의 명맥을 이어온 평양냉면 전문점

여름 하면 역시 대구다 할 만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하루종일 더위를 피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고 있지만 좀처럼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더위를 이겨내는 게 어떤것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냉면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 여름 음식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냉면일 것이다. 대구에는 유명한 냉면집이 몇군 데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랜 명맥을 이어오는 평양냉면 전문점 부산안면옥을 빼놓을 수 없다.
특이한 영업기간 때문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4월 1일부터 추석 전까지만 영업을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문을 굳게 닫아 놓는다. 이곳에서 아쉬운 점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다.

겨울 음식인 평양냉면 맛을 겨울에 맛보지 못하고 여름에만 볼 수있다는 게 아쉽다. 평양냉면은 원래는 이북지방에서 추운 겨울날에 동치미와 꿩육수를 섞은 국물에 메밀면을 말아서 먹던 음식이지만 이곳에서는 겨울에 그 맛을 보지 못한다.

예전 이곳이 관한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안면옥이라는 안은 주인의 성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평양에서 안면옥을 모르면 간첩이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안면옥을 운영하시던 분에게 형제가 있었는데, 큰아들이 부산에서 부산안면옥을 시작했고 작은 아들이 대동면옥을 운영했다고 한다. 대구에서 부산안면옥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다.




그런데 부산안면옥과 달리 대동면옥은 주인이 몇 번 바뀌었다. 이곳에 가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육수를 뼈와 고기‧인삼 등을 넣어 내는 모습이다. 갈색 빛을 띄는 맑다고 할 수 없는 육수에 동그란 완자가 눈에 들어온다. 면을 풀기 전 국물 맛을 본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첫 맛은 밋밋했다.

두 번째 입안에서 감도는 맛에서는 시원한 맛이 났다. 세 번째 육수를 들이킬때는 목젓을 타고 내려가면서 특유의 진한맛이 느껴졌다. 먹을수록 그 맛이 느낌이 다른 독특한 매력이 숨은 맛이었다. 우래옥처럼 진한 육향이 나지는 않지만 쌈싸르한 맛이 혀 끝에 살짝 감돈다.




육수를 입안에서 느끼며 면을 젓가락에 가득 말아서 입으로 넣어본다. 질감이 부드러우면서 톡톡 끊어진다. 입안 가득 채운 면은 씹을수록 엇구수하다고 느껴졌다.

비빔냉면은 보기와 다르게 입안에서 감칠맛이 살짝 감돌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양념이 면발에 잘 베여 있어 좋았다. 냉면 한그릇은 단순하지 않았다. 100년 이라는 세월이 녹여진 맛이 있었다. 늘 꿈꿔본다.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음식을 늘 맛볼 수 있도록 또 다른 100년을 기대해본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