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과 각이 유난히 두드러진 몸, 부드러운 관절이 움직임의 가동 범위를 크게 만들고 ‘춤깔’은 신선하고 자극적이다. 색다른 경험에서 채집한 세련된 감각은 상상 이상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극적 움직임은 유행을 타거나 질릴 수도 있기에 많은 것들을 생각해낸다. 10년 가량 보깅댄스(Voguing dance)를 해온 유정에게는 유연하고 라인이 잘 보일수록 유리하다.
색다른 현대무용‧스트리트 댄스 경험
대학 때 가혹할 정도로 연습 매진
시너지 효과 내며 실력 일취월장
그녀는 춤으로 치면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댄스 동아리에서 춤을 만나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면서 공연과정을 겪고 나서, ‘이건 내 평생 운명의 길이다’라는 계시 같은 확신을 갖는다. 내성적 성격이지만 ‘춤 자리’라면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유정은 스트리트 댄스에 먼저 입문했고 비슷한 시기에 재즈댄스와 현대무용을 접목하면서 무용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현대무용 연습 첫날, 검정 타이즈에 바를 하고 있는 수련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여겨졌던 유정은 흥미와 열정으로 자신의 부족한 기본기 충족을 위해 가혹할 정도로 춤 연습에 매진했다. 당시 입문단계 처지에서 몸 쓰임이 다른 현대무용과 스트리트 댄스 둘 다를 학습하면서 서로 방해되던 춤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춤 길을 열어준 재불 홍윤선, 대학시절 ‘춤 멋’을 알려준 양정수 교수, 대학졸업 후에 만난 기은주,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스트리트 댄스 시작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함께 활동하고 있는 팀 ‘멜로우딥’ 멤버들이 스승이자 동료다. 김유정의 안무작들은 자신의 내면 들여다보기, 자아성찰인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을 옥죄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끈질기게 정진하는 자신의 모습이 작품에 투영된다.
스트리트 댄스 계열의 작품들은 주로 콘셉트•음악•동작에서 영감을 받는다. 보깅댄스 작품들은 Oldway•Newway•Femme의 특성을 살린 움직임과 상응하는 의상, 언더그라운드 ‘볼룸 씬’의 문화를 이해하고 표현한다. 김유정이 안무•출연한 대표작은 『Plastic effect』(2014, 모다페 스파크 플레이스), 『3셋(set)』(2013, SIDance 춤추는 도시), 『Random Variation』(2013, 젊은안무자 창작공연), 『Unexpected situation-엔트로피의 법칙』(2012)을 들 수 있다.
무의미를 유의미로 존중하는 김유정은 작품의 주제성, 표현 방식, 진정성을 중시한다. 『Plastic effect』는 인간의 신체를 통해 만들어 질 수 있는 구조적•조형적 요소들에 대해 탐구한다. ‘plastic effect(정형적 결함)’는 왜곡되어진 정형(조형)의 결함을 뜻하며, 분절과 왜곡된 신체 이미지, 새로운 시각으로 본 신체 부위 등의 탐구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을 담고 있다.
범인(凡人)들이 ‘면벽수도’처럼 방치된다면 오기와 반항심 야기는 자명하다. 스무 살에 경험한 방치와 정진 사이의 경계를 통해 찾아낸 유정은 자신의 움직임과 캐릭터를 살리는 작업을 오늘도 진행시키고 있다. 유정은 자신을 특별한 캐릭터로 만들어 준 이 엄청난 사건을 방치가 아닌 축복이라고 생각하였고, 끈질기게 쉬지 않고 연습하고 대범한 모습을 보인다.
작품 주제성과 표현 진정성 중시
신체가 만드는 조형적 요소 탐구
완성도 높은 자신만의 색깔 추구
유정은 자신의 몸을 통해 파생하는 작업들, 왜곡되거나 꼬여있다거나 이상한 것,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적 삶에 많은 관심을 둔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서 상투적 표현 방식을 피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집요하게 작품을 풀어간다. 완벽한 디테일을 추구하면서 일 분 일 초도 쉽게 흘려보내고 않고 고차원적으로 파고 드는 세밀한 부분들까지의 완성도를 중시한다.
유정은 인간의 삶은 감각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옷을 입는 것, 사물을 대하는 태도,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들을 수 있는 평상시의 미적 감각이 작품에 투영된다. 자신이 평소 생활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살리려고 한다. 그녀는 출연자의 감춰진 재능을 이끌어 내어 극대화시키고, 거침을 다듬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도한다.
창작 과정의 한계점들은 안무가로서 두각보다는 그녀를 댄서로서의 활동을 더 많이 하게 만든다. 스트리트 댄스의 안무는 음악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유정은 무용 안무에서 음악은 움직임의 기본 배경이 되지만, 스트리트 댄스 안무에선 음악적 요소와 소스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중요도가 크고 의상도 전체적 콘셉트의 이미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정은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시도하고자 한다. 최근에 폴댄스와 실크댄스, 아프리카 댄스를 배우고 타 장르와의 협업으로 여러 작업들을 시도해보고 있다. 영상물과 사진의 모델로서 피사체가 되는 작업도 즐기는 그녀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예술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김유정이라는 자체가 피나 바우쉬처럼 순수예술과 대중을 아우르는 아이콘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유정은 Seoul&Tokyo Deut Festival 신인상 우승/ 제1회 서울댄스딜라잇 (한국대표 선발), I am a dancer, Holiday In Waacking 포즈 컨테스트, The Girl vol.3 퍼포먼스부문 준우승/ HighLike vol.1 MVP, Dance Inside, Battle is over, Korea Performance Championship, Rave Up 보깅 컨테스트 특별상/ Street Jam에 빛나는 댄서다.
김유정, 안산 거리극축제 개막공연에서부터 배준용 안무 ‘Pop Art Pina’(2017)에 출연하기까지 안무, 출연, CF•MV에 출연했다. 문제적 주제에 대한 김유정식 춤해법은 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춤 세상이 해빙과 햇살을 맞아 ‘푸르른 날에 쓸 착지의 경험’을 유쾌하게 이야기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옥상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