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우리에게 주던 냄새들은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다시 오려면 3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최장 10일 간의 ‘황금연휴’가 실현되자 내수 침체를 걱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절음식을 간편화하고,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명절 연휴 앞뒤로 고향집을 방문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명절에는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의 방식으로 연휴를 즐기는 방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석을 떠올리면 향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명절 증후군, 교통 체증, 지출 증가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늘었다. 허례허식으로 채워졌던 전통 명절을 현대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동감하는 내용도 많지만 어쩐지 슬퍼지는 기분이다.
HMR이라는 생활을 엄청나게 편리하게 해 주는 제품이 나온 것은 반갑다. 바쁜 현대인들이 명절 음식을 편리하게 준비하고 맛볼 수 있게 한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HMR 명절음식이라는 말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명절음식에는 가족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행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상품 예약은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추석엔 해외여행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해외 항공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례 없는 황금연휴, 가족들과 해외에서 색다른 추억을 쌓는 것도 좋다. 다만 추석이 주는 냄새를 아이들에게 조금은 알려주면 어떨까. 유치원에서 만드는 송편이 다가 아니라, 가족끼리 송편을 빚으며 오랜만에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것은 어떤가. 어쩌면 해외 여행보다 더 색다른 추억이 될 지도 모른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