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재계 5위 롯데그룹은 극도의 위기감에 쌓여 있다. 신동빈 회장의 1심 선고를 한 달 앞두고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외로 추진 중인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좌초될 위기에 쌓인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롯데는 지난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뜯어고치고, 복잡한 순환 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향후 공개 매수와 분할 합병, 지분 매입 등을 통해 편입 계열사를 확대하려는 계획이 '올스톱'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실형을 받으면 호텔롯데는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장 심사 통과가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다시 지배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내부에서는 계속되는 수난에 "어두운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례없는 악재(惡材)에 롯데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벌어진 검찰수사와 재판, 사드 부지 제공으로 인한 전방위 보복 피해, 부당한 면세점 탈락에 이은 뇌물 의혹을 받고 있어 그 고통이 언제 끝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내년을 바라보는 롯데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계 역사를 보면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새로 등장했다. 롯데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지배구조만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롯데의 적폐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상장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