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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들의 휠라, 우리의 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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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들의 휠라, 우리의 휠라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어린 시절, 부모님 옷장을 열면 걸려 있던 옷들에서 봤다. 거실 한 쪽에 놓여 있던,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내 장난감이 아닌, 골프가방에도 있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휠라는 그 정도다. 조금은 ‘올드’하고, 조금은 촌스러운 휠라는 그렇게 우리 부모님 세대의 브랜드인 줄 알았다.

중고등학생들에게 휠라가 엄청난 열풍을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실제로 신발가게 앞 ‘코트 디럭스’ 앞을 떠나지 않는 교복 부대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과 우리가 보는 휠라가 완전히 ‘다른’ 브랜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휠라라는 브랜드가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된 것이다.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기용하고, 브랜드 리뉴얼 작업의 일환으로 내놨던 코트 디럭스, 그 훌륭한 가성비가 브랜드 자체가 됐다. 반면 과거 휠라는 가성비와 거리가 먼 브랜드였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인식은 휠라가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힘입어 한때 적자였던 휠라코리아의 국내 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휠라는 2016년 310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지난해 14억원의 흑자를 냈다. 휠라는 2016년 테니스화를 모티브로 내놓은 ‘코트디럭스’ 신발을 100만 켤레 이상 팔았다. 6만9000원이란 합리적 가격에 내놓은데다 백화점 중심으로 이뤄진 소매 방식의 유통을 ABC마트, 슈마커 등 도매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수수료를 절감하기도 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아들 윤근창 사장이 주도한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 가져온 변화다. 지난해 휠라코리아의 연결기준 매출은 2조5303억원으로 전년보다 16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118억원)보다 18배나 많은 2175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본사 인수 당시 매출 규모 3934억원이던 회사가 10년 만에 6배가 넘는 외형 성장을 한 것이다.

휠라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휠라는 2007년 3월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하면서 한국 기업이 됐다. 휠라코리아는 휠라글로벌지주사인 ‘GLBH홀딩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휠라의 선방이 아웃도어‧스포츠의류 업계의 활기로 이어지고 있다. 분위기 자체가 상기된 것으로 사실이다. 관계자들은 휠라의 브랜드 리뉴얼 성공에 대한 관심이 많다. 다른 업체들 역시 비슷한 작업에 들어간 곳이 여럿 있지만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는 곳은 많지 않다. 휠라의 변화가 업계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제2의 휠라가 기대되는 이유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