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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헤아림 아는 총명함 미래의 판소리 한류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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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헤아림 아는 총명함 미래의 판소리 한류 이끈다

[미래의 한류스타(37)] 김보림(소리꾼,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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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극 'KASSANDRA',
누런 들판위로 사월 햇살 떨어지면/ 마른 동백 잎사귀 오방색 바람에 실려/ 느릿한 외 딴 섬/ 소리 삭히며 길게 울리던 소리/ 아이는 소리를 귀에 담고/ 포말에 연마되어 몽돌이 되어가던 소리/ 파도를 타고 넘은 몽돌은 혼(魂)을 이고, 지고/ 푸름에 겨워 검푸른 바다와 무지갯빛 받아들이던 소리/ 시간의 촉수를 떨구어 버린 판소리 가락/ 남녂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내 안 흔들며 달라붙는/ 비릿한 판소리 꿈길 되어/ 연향(緣香)이 밤을 비틀어 소리 익어가는 봄

김보림(金寶林, Kim BoRim)은 아버지 김종국과 어머니 고춘영의 외동딸로 1994년 12월 대전에서 태어났다. 개띠 해, 늦은 나이에 얻은 아이는 기다림과 헤아림을 아는 총명함으로 부모의 유별난 사랑을 받고 자랐다. 맞벌이 부부가 늦을 때면 재간둥이 보림은 조부모 앞에서 라디오나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래를 곧잘 따라 부르곤 했다.
충남 공주에 ‘박동진판소리전수관’(1998년)이 설립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였던 박동진 명창이 고향에 전수관을 개관하여 후학양성과 충청권 판소리 문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때 김보림의 어머니는 음악에 흥미와 소질을 보이던 다섯 살 박이 어린 딸을 데리고 전수관을 찾아간다. 보림은 이곳에서 소리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박동진 명창의 수제자이자 판소리 <적벽가> 전수교육조교인 김양숙 스승을 만나게 된다.

맞벌이 부부가 집에 늦게 올 때면


조부모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춰

유년시절부터 예의범절 훈련 받아

7세때 박동진 판소리대회 장원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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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극 'KASSANDRA'

그녀는 다섯 살부터 스물다섯이 되기까지 이십 여 년 간 신뢰하고 존경하는 스승을 통해 배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엄하고 무섭기만 하던 스승 앞에서 목청껏 소리하는 것이 어린 보림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었기에 레슨 시간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우느라고 제대로 소리를 부르지 못하자 스승은 단호하게 야단을 치다가도 이내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 눈물을 닦아주며 달래곤 했다. 그 모습은 보림에게 잊을 수 없는 스승의 서툰 사랑법이었다.

김보림의 성품은 어쩌면 부모보다 스승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보림은 유년시절부터 음악을 비롯한 예의범절을 꾸준히 훈련받으며 이른 나이에 주목을 받았다. 보림은 판소리 입문 2년째 되던 7세에 ‘박동진 판소리 명창 명고 대회’ 유아부에서 장원을 하면서 본격 전공활동을 시작한다. 김보림은 대전 원평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또래들 사이에서 ‘판소리’를 하는 예인으로 이목을 끌었고, 3학년 때 전교생이 참가한 경연대회에서 1등으로 입상하기도 했다.

판소리 명창 김보림이미지 확대보기
판소리 명창 김보림

이후 꾸준하게 성장하던 중, 충남여중에 진학하며 첫 어려움을 크게 겪게 된다. 여자임에도 심한 변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매일 쉬지 않고 연습을 해도 이전과 달리 목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다양한 음역대를 소화해야 하는 소리꾼임에도 상청(높은음), 하청(낮은음)이 온전하게 연주가 불가능해지자 회복과 휴식을 위해 약 2년간 판소리를 잠시 내려놓게 된다. 늘 또래와 주변에서 판소리로 인해 주어진 ‘의미’속에 살아왔던 김보림은 소리를 그만둘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의미를 가장 크게 부여받을 수 있고, 자신이 최선을 다하며 집중할 수 있는 것이 판소리라는 것을 깨달으며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보림은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예고 진학을 결정하고, 서울 국립전통예술고교에 입학(2010년) 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예술 전공 또래들과 적응하며, 좌절하지 않고 큰 배움을 얻어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교 3학년 초에 건강이 악화되어 약 석 달간 입원, 수술을 받게 되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보림은 대학 입시를 위해 컨디션을 회복하느라 애썼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연습량을 늘려가며 내공을 다지던 중 제12회 박록주 전국국악대전에서 학생부 우수상을 수상한다. 보림은 좋은 기세를 잘 유지하여 제30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부 판소리 장원이란 큰 상을 수상한다. 열심히 가꾼 실력을 통해 총 네 곳의 대학교 수시를 지원하였고 한양대를 시작으로 중앙대, 한예종에 이어 서울대에 이르기까지 지원한 모든 대학교에서 합격을 하게 된다.

김보림이 2017년 11월 25일 금호영아티스트 콘테스트에서 판소리 독창을 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림이 2017년 11월 25일 금호영아티스트 콘테스트에서 판소리 독창을 하고 있다.

기적같은 영광의 시간을 지나 김보림은 2013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에 입학했다. 현재 국악계에서 최고의 소리꾼인 김수연, 이난초 명창에게서 강산제 <심청가>와 강도근제 <흥보가>를 사사받는다. 재학기간에도 꾸준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경험과 실력을 쌓아가던 그녀는 매해 국악과 판소리전공생 주최와 참여로 만든 다수 정기공연 작품에 출연 및 기획에 참여했고, 전통 판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품과 현대음악에도 깊은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서울대 재학 중 꾸준히 대내외 활동


현대음악에도 깊은 관심과 재능 보여


2016년 10월 남산국악당에서 작곡가 정일련의 <KSSANDRA>라는 곡이 1인현대음악극으로 공연되었는데 김보림은 ‘카산드라’라는 역할을 맡았다. 현대음악 장르에서 음악적 성과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약 1시간에 가까운 모든 곡을 암보하고 연기까지 해야 하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이때 연출을 맡았던 천재현(현 정가악회 대표)과 인연이 닿아 김보림은 2017년 학부 졸업 이후 정가악회의 단원이자 창작그룹 ‘심심한명태’의 메인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김보림은 정동극장 주최의 청춘만발 콘서트에서 데뷔와 함께 참가팀들 중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또한 인터내셔널엑터스앙상블과 함께 셰익스피어 소리극 <헤이논노니!>라는 작품에 음악과 줄리엣 역으로 참여하여 전주세계소리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 일산호수공원축제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활발한 팀 활동을 통한 재기발랄한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김보림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2017년 9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공연된 김보림 출연 '심심한명태 X 인터내셔널엑터스앙상블 헤이논노니!'이미지 확대보기
2017년 9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공연된 김보림 출연 '심심한명태 X 인터내셔널엑터스앙상블 헤이논노니!'

창작그룹 심심한 명태의 '청춘만발 콘서트'이미지 확대보기
창작그룹 심심한 명태의 '청춘만발 콘서트'

다양한 창작활동 속에서도 전통음악 공부를 지속한 김보림은 2016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영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2017년 금호영아티스트 콘서트 시리즈로 11월 25일 김보림 판소리 첫 독창회에서 그녀는 약 90분 동안 박동진제 <적벽가>를 발표했다. 그녀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진심어린 소리를 얻고자 한다. 보림은 앞으로 큰 스승 故 인당 박동진 명창의 소리를 연구하여 소수의 제자를 양성한 스승의 소리를 많이 부르고 가르치고자 한다.

김보림, 음악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유익함을 구하지 않고, 판소리를 끝까지 잘 가꾸고 지켜내고자 하는 소리꾼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을 갈고 닦아 진정성 있는 미래의 한류스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예술가이다. 자신의 수행을 위해 늘 길 떠나는 자세로 세상을 맞이하는 그녀에게 행운과 축복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