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일본 국제 콩쿠르 무대서 정이와의 체험…주변과 자신의 혼연 일체 소중한 경험

글로벌이코노믹

유통경제

공유
6

일본 국제 콩쿠르 무대서 정이와의 체험…주변과 자신의 혼연 일체 소중한 경험

[미래의 한류스타(43)] 정이와(발레리나, 조기숙 발레단)

조기숙 안무 '데벨로빼'에 출연한 정이와이미지 확대보기
조기숙 안무 '데벨로빼'에 출연한 정이와

발원한 황지를 타고 너른 한강에 이르기까지/ 내 생의 나침반에는/ 높낮이와 도돌이표의 위계는 없었다./ 차가운 이기의 샘이 거머리처럼 달라붙고/ 냉엄한 눈이 활시위에 정조준 하는 데도/ 홍옥은 붉게 익어갔다./ 깃털처럼 가볍게 나선 거리에서/ 슬픔을 축복처럼 한 다발 안고 돌아와서/ 캘빈의 사유와 북방 인디언들의 명상을 껴안는다./ 칠월 초하루의 꿈이 영글 수 있도록/ 빛과 바람을 불러/ 홀로 외로움 벗 삼아/ 여름 바람이 가을 같은 날엔/ 비발디의 사계에 몸을 맡겨/ 천년의 고독을 즐겼던 이들의 이름을 읊어야겠다.(장석용 작 ‘그리운 날에’)

정이와(JUNG LEE WHA, 鄭이와)는 정인섭, 은종옥 사이의 2녀 중 장녀로 갑자년 칠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정이 온다’라는 뜻의 한글 이름을 가진 정이와는 열 살 때 발레를 시작했다. 중대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 춤에 대한 의지와 고집으로 예원학교에 발레 전공으로 입학하여, 서울예고에서 발레 전공, 이화여대 무용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발레로 무용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박사과정(무용실기) 중에 있다. 정이와에게 중고교 시절은 끊임없이 부족함과 마주하고 스스로를 다듬고 채워가는 애증의 시간들이었다.

서울예고 2학년, 일본국제 콩쿠르 무대에서의 정이와의 체험은 아직 기억에 생생하고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었다. 5분 동안의 완전한 ‘일치의 순간’, ‘몰입(Flow)’, 무대에서 신체적 움직임의 한계를 넘어선 몸과 마음의 온전한 합일, 무경계의 느낌, 시공간이 열린 우주를 경험하듯 주변과 자신이 혼연 일체를 경험했던 것이다. 이후 그녀에게 ‘몸’은 신비의 영역이 되었고, 춤 추는 것이 소명의 의미로 다가왔다. 감성과 실존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존재와 사물의 비밀스러운 상처를 발견해내었다. ‘몰입체험에 관한 몸학적 연구’는 이때의 경험이 밑바탕이 된다.

정이와에게 춤이 즐겁고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어릴 적 스승은 국립발레단(임성남 단장 시절) 소속이었던 김성일 선생이다. 춤이 좋다고 매일같이 찾아가도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지도해준 기억 속의 선생이다. 이사 후, 김인희(현 선화예고 예술감독) 선생으로부터 발레의 섬세함과 정확성을, 예원중학교・서울예고를 거치면서 안윤희 선생 등으로 부터 춤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지도받았다. 정이와는 이대 입학 후부터 지금까지 멘토 조기숙 교수로부터 사람과 삶, 춤을 대하는 심도, 춤 사상과 발레의 대중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중이다.

정이와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조기숙 교수의 춤 철학, 조 교수를 통해 알게 된 몸학(somatic)의 접근방식은 자신의 기교와 움직임으로 존재감을 찾고, 내 몸의 언어를 찾아 잘못된 인식을 재정립하고 춤추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원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들은 창작 작업의 자양분이 되었고, 이후 이루어진 습작과 창작 활동들은 고해성사를 하듯 현재의 자신을 가장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는 작업들이 되었다. 숱한 진통과 갈증 속에서 부딪히고 깨져가며 인지한 자극은 실마리를 찾아가며, 매순간 자신을 깨어있게 만드는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정이와 안무의 '空 그리고 間'.이미지 확대보기
정이와 안무의 '空 그리고 間'.

정이와 안무의 'Between and Beyond.이미지 확대보기
정이와 안무의 'Between and Beyond.

2012년부터 5년간 선화예고에서 무용실기, 작년 가을부터 한양여대에서 ‘몸다스리기, 발레’ 강의에 출강하고 있는 정이와는 2007・2008년 2년간 서울발레시어터 무용수였다. 그녀는 이화여대박물관 청자특별전에서 <춤추는 도슨트: 그 울림>(2017. 11.), <空 그리고 間>(2017. 05.), <Between and Beyond>(2014. 09.), <나의 일부>(2013. 11.), <시선>(2012. 11.), <매듭처럼 맺히는 외침>(2012.10.)에 이르는 안무작을 발표했고, 조기숙뉴발레단의 <Contact and Connection>(2018. 06), <오고가기>(2018. 04.), <감각, 체화 그리고 넘나듦>(2017.11.),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2016.05.), <그녀가 논다-여신 항아>(2015.05.), <그녀가 온다- 여신 서왕모>(2013.06.)에 출연했고, <Knocking>(2015.09., 이범구 안무), <The eyes from a cage>(2015.06., 최진수 안무), <인간 몸짓을 위한 순환>(2012.08., 정연수 안무)에 개별적으로 출연했다.

정이와 안무의 '나의 일부'.이미지 확대보기
정이와 안무의 '나의 일부'.

정이와 안무의 '시선'이미지 확대보기
정이와 안무의 '시선'

그녀의 안무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나-타자사이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공간의 의미와 그들의 관계성을 그린 <空 그리고 間>, 매 순간 변하는 ‘사이’라는 공간이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고 비워지는 모습, 만나고 헤어짐에 대한 반복, 사이의 넘나듦을 표현한 <Between and Beyond>, 나를 스치고 간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 몸의 기억들을 반추해보며 지금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나의 일부>, 바라봄’과 ‘바라보임’의 관계 속에 놓인 움직임을 통해 하나의 의식의 흐름임을 그린 <시선>, 자신의 고유한 몸 언어에 대한 탐구, 춤을 통한 몰입 등을 실험하고 연구한 <매듭처럼 맺히는 외침>은 밀도있게 인간을 탐구한다.

그녀에게 인생의 첫 스승은 그녀의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많은 지지와 헌신을 한 부모이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부모는 "여자로 살면서 한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라면서 이와의 춤길을 전폭적으로 응원했다. 그녀가 힘들어 할 때는 흔들림이 없도록 바른 생각과 판단의 힘을 보탰고, 춤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평가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은 인간만이 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예술을 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해야 한다."는 부모의 말씀을 이와는 기억하고 있다.

정이와 안무의 '매듭처럼 맺히는 외침'이미지 확대보기
정이와 안무의 '매듭처럼 맺히는 외침'

정이와는 타 무용장르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배웠다. 그래서 프로무용수 시절, 한국적 소재나 현대무용을 비롯한 타 장르의 예술가들과 작업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고, 다양한 안무가들의 작업 방식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되었다. 선화예고에서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에게 발레를 가르칠 때 단순히 발레 기교를 가르치기보다 그들이 춤추는데 발레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몸의 원리와 발레의 장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도록 도왔다.

대학원에서 몸학을 접한 후에는 몸학의 이론과 실기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적용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다양한 발레 비전공자를 만나면서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동안의 몸,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연구들은 자신의 무용교육과 안무방식의 영역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정이와는 ‘춤은 언제나 자신에게 경혐이자 새로운 시도’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었고, 겸손을 바탕으로 ‘자신이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몸매, 탁월한 기량, 유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성실하다.

정이와, 윌리엄 포사이드, 피나 바우쉬, 아크람 칸, 테시가와라 사부로 등의 안무가와 미셸 안느 드 메이 안무의 <키스 앤 크라이>, 아크람 칸 안무의 <데쉬(Desh)>의 공연, 막스 리히터(Max Richter), 바흐(J. S Bach), 골드베르크의 아리아(Goldberg-Aria),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Bolero)의 볼레로, 스팅(Sting) 등의 음악을 좋아하는 발레리나 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재의 모습, 사유들,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며 동료, 무용가들과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미래의 한류스타이다. 그녀의 창작 작업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