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자주 마시는 에일’
몇 년 전 여행했던 캐나다 밴쿠버에는 IPA만 파는 펍이 있었다. 30~40종은 족히 돼 보이는 IPA가 메뉴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유한 맥주 가짓수로 경쟁하는 듯했던 다른 맥줏집과 달리 이곳은 IPA 전문 펍이라는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지난달 24일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 앨렉트로맨이 나오는 한국형 히어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영화에 뛰어들었다며 떠들썩했다. 2020년 개봉이 목표다. 이마트가 제작, 배급 등을 맡는다. 마블의 아이언맨이나 DC의 배트맨이 생각나지 않는 일렉트로맨을 볼 수 있을까.
삐에로쑈핑을 보면 물음표가 떠오른다. 삐에로쑈핑은 이마트가 운영하는 잡화점으로 지난 6월 코엑스에서 문을 열었다. 매장은 일본에 있는 돈키호테와 매우 비슷하게 꾸며져 있다. 놀이기구 간판을 보는 듯한 커다란 노란 글씨의 간판, 특이하지만 살 마음은 들지 않는 상품, 매장 한쪽에 있는 성인용품 코너 등 돈키호테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삐에로쑈핑 측은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가요계에서 불거지는 논란처럼 표절의 경계선이 어딘지는 불분명하다. 삐에로쑈핑이 문을 연 날 SNS에는 무인양품과 노브랜드, 웨스트필드와 스타필드, 돈키호테와 삐에로쑈핑 사진을 묶은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왔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자. 정용진 부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데블스도어는 세상에 없던 맥주를 파는 곳이고, 삐에로쇼핑은 세상에 없던 잡화점일까. 시도는 좋으나, 정용진 부회장의 말이 정치인들이 남발하는 ‘빌 공’자 공약처럼 되지 않길 기대한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