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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제독, 프로야구 감독, 교향악단 지휘자 등 조직수장,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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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제독, 프로야구 감독, 교향악단 지휘자 등 조직수장,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카리스마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45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단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지휘자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이미지 확대보기
단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지휘자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누가 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간에 “꼭 해볼 만한 세 가지 일이 있다. 해군제독과 프로야구 감독 그리고 교향악단 지휘자다”라는 말이 있다. 이 세 가지 직업은 각각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직업의 특성상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단 상황이 시작되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제독(提督)’은 함대 지휘권을 가진 해군장성을 일컫는다. 해군은 그 특성상 일단 육지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면 그 함대의 장이 모든 사항에 대해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유사시에는 선원의 생사여탈권마저 가질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바다 위에서 긴박한 작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제독의 권위는 절대 존중되어야 한다. 만약 해상에서 작전하는 중에 명령불복종이 일어나고 지휘계통이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육지에서 일어나는 명령불복종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해군사에 빛나는 걸출한 제독 이순신 장군이 있다.
​세 가지 직업 절대적 권력 휘둘러
제독은 함대의 모든 통제권 가져

교향악단 지휘자도 마찬가지이다. 지휘자도 단원들에게 절대권력을 가진 황제로 군림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지휘자들은 모두 단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지휘자들이었다. 이 중에서도 아르투르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는 ‘무대 위의 독재자’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를 얻기 위해 연습 내내 악단원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혹독하게 다루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단원들은 악보를 집에까지 가져가서 죽도록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결과, 토스카니니는 1930년 뉴욕필하모니를 이끌고 유럽 연주여행을 하며 평론가들과 청중들의 극찬을 받았다. 뉴욕필하모닉은 그의 지휘 하에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발돋음했다.

프로야구 감독들도 선수 기용과 작전에서 전권을 행사한다. 물론 여러 분야의 코치들의 조언을 듣지만 결국은 감독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결정한다. 우리나라에도 명감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이루어 세 번이나 훈장을 탄 김응룡 감독을 꼽을 수 있다. 그는 2017년 한 언론매체(중앙일보)와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

“1977년 니카라과에서 열린 제3회 대륙간컵야구대회 감독을 하라는 거야. 대회에 가보니 대한야구협회 임원들이 타순 짜는 것까지 간섭하더라고. ‘내일 경기하는데 왜 보고를 안 해’라는 거야. 초보 감독한테는 그렇게 하는 게 관례였나 봐요.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한일은행에서 감독할 때 나는 은행장 말 듣고 야구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할 거라면 여러분이 감독을 하시고, 코치도 하십시오. 난 보따리 싸서 갑니다’라고 했지. 허허. 그런 쇼를 했다고. 그랬더니 다음부터는 간섭 안 하더라고. 내 맘대로 했지. 그 다음 대회부터 그런 관례가 없어졌어요.”

바로 그 대회에서 김응룡 감독의 지도 하에 한국 야구는 준결승에서 일본, 그리고 결승에서 미국을 이기고 세계 무대에서 처음 우승을 했다. 이 일화는 승리를 위해 왜 감독이 전권을 쥐어야하는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후 그는 감독 최다승(1554승)과 최다 우승(10회)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 최고의 명감독으로 우뚝 섰다.

이들 직업의 특징은 무엇보다 먼저 조직의 수장(首長)으로서 조직원 전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뜻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카리스마에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비유적으로 말하면 전쟁과도 같다. 해군 제독은 실제로 군인이기도 하다. 군인은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평화 시에도 항상 준전시상태(準戰時狀態)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한 두 번의 극적인 승리로 역사에 남거나 반대로 한 두 번의 참패로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김학범 감독이 1일(현지시각) 오후 인도네시아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금메달 결정전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학범 감독이 1일(현지시각) 오후 인도네시아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금메달 결정전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스 의식을 가지고 강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직업이 비단 위의 세 가지 직업만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승패가 극적으로 판가름 나고, 한번 난 승패의 결과를 쉽게 뒤집을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조직에서는 모든 리더들에게 동일한 리더십을 요구할 것이다. 이들은 첫째로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개성이 강한 조직원들을 독려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주위의 조언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있지만, 불필요한 간섭에 대해서는 단호히 직을 걸고서라도 거부할 수 있는 강단(剛斷)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둘째로는 결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최근 아시아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축구의 김학범 감독은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특정 선수를 선발한 것을 두고 많은 축구팬으로부터 ‘인맥’에 의한 선발이 아닌지에 대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학범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선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기자회견을 마쳤다. “(선수 선발을 놓고)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이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우리는 모든 힘을 모을 것입니다. 책임은 감독인 제가 다 지겠습니다.”

유사시 선원의 생사여탈권까지
바다위 긴박한 작전 권위 절대존중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그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9골을 터뜨리며 대회 득점왕의 영광을 안았다. 동시에 한국 축구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아시안게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해보였다. 그는 자신을 향했던 논란에 대해선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감독님과 동료들을 믿었고 그들을 위해서 열심히 뛰자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주위의 비난을 무릅쓰고 자신을 선발해준 감독을 믿고 그를 위해 열심히 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뛰어난 감독의 자질이다.

셋째로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혹독하리만큼 훈련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쉽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이런 속성에 기대 얄팍한 인기에 영합하면서 훈련과 연습을 게을리하면 결과는 뻔하다. 승리를 위해 혹독한 훈련을 감내하게끔 조직원과 혼연일체가 되어 독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순신장군의 경우처럼 만약의 사태에서는 장렬하게 전사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프로야구 감독은 작줜 등 전권 행사
불필요한 간섭 거절 김응룡 유명


요즘 우리 사회에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자리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리더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쟁취하려고만 하지, 이 권력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리더로서 내려야 할 결정을 미루거나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한 이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책략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리더 밑에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단합하는 팀워크가 나올 수 없다.

모든 리더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급의 조직에서 이런 리더들이 많이 나와야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승리뿐입니다. 우리 다같이 힘을 합해 훈련을 통해 목표를 이룹시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