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맞붙은 아마존·월마트…“식료품 시장 잡아라”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아마존과 월마트가 인도 유통회사 지분을 사들이며 인도 식료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두 유통업체가 맞붙는 셈이다. 식료품 시장은 인도 소매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망도 밝다. 지역 맞춤형 상품 구색,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등이 과제로 꼽힌다.

외신은 지난 2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두 유통업체 아마존과 월마트가 인도 식료품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19일 인도 슈퍼마켓 체인 모어(More) 자회사의 주식 49%를 인수했다. 모어의 나머지 주식 51%는 사마라캐피탈(Samara capital)이 보유하고 있다. 모어의 기업가치는 5억8000만 달러(약 6618억원)다. 최근 4년 동안 인도 오프라인 소매업계에서 이뤄진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모어는 인도 곳곳에 540개가 넘는 슈퍼마켓과 대형마트를 갖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8월 인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Flipkart)의 지분 77%를 160억 달러(약 18조 2448억원)에 사들였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플립카드가 취급하는 품목은 80개를 넘는다. 8000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플립카트는 상품인도결제방식(Cash on Delivery·수입업자가 상품을 인도받으면서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 쉬운 환불 시스템 등을 선보이며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두 유통 대기업이 인도 식품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식품 시장이 인도 소매산업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연합상공회의소(Assocham) 등은 6720억 달러(약 765조7440억원) 규모의 인도 소매시장이 2020년에는 1조1000억 달러(약 1253조2300억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은 지난해 5억 달러(약 5698억원)를 쏟아 부으며 인도 식료품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키라나(Amazon Kirana)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가 지금은 프라임 나우(Prime Now)로 이름을 바꾼 두 시간 내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며 기반을 닦고 있다.

월마트는 소싱, 조달, 창고 관리 등 식재료 소매 노하우를 인도 시장에 적용하는 한편, 플립카트에서 다양한 PL(자체 개발 상품)을 파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크리쉬 이어(Krish Iyer) 인도 월마트 최고책임자는 얼마 전 “현재 월마트는 PL상품을 월마트 매장에서만 팔고 있는데 다른 가게에서 팔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플립카드도 한 옵션”이라고 말했다.

아마존과 월마트의 전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얼마나 잘 통합할 수 있는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인도 최대 기업으로 불리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의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 회장은 고객이 매장에서 상품을 살펴본 뒤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온라인에서 구입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게 하는 등의 서비스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매끄럽게 하나로 엮는 일은 현지 기업에게도 쉽지 않았다. ‘모어’의 모기업을 갖고 있던 인도의 재벌 대기업 아디티야 비를라 그룹(Aditya Birla Group)은 지난해 어보프닷컴(Abof.com)이라는 벤처를 앞세워 온·오프라인 통합을 시도했다가 쓴맛을 봤다.

넓은 인도 땅만큼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입맛을 어떻게 만족시킬지도 아마존과 월마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다른 주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제각각이라 어느 곳에 있는 식료품 매장이냐에 따라 그곳에 맞는 구색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첫 번째 온라인 소매업체 팹마트(Fabmart)의 설립자 K 와이디스와란(K Vaitheeswaran)은 “마두라이(Madurai·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있는 도시) 주민들이 사가는 식료품은 푸네(Pune·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찾는 식자재와 다를 것”이라며 “각 지역에 맞는 상품을 갖추려면 그 지역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