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즌이기도 한 오월, 봄 숲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꽃 중에 하나가 족두리풀이다. 전통 혼례에서 신부가 머리에 썼던 족두리를 닮아 이름 붙여진 꽃이다. 족두리풀은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전국의 산지의 나무그늘에서 자란다. 종류로는 족두리풀을 비롯하여 잎에 무늬가 있는 개족두리풀, 꽃받침 잎이 뒤로 젖혀지는 각시족두리풀, 잎이 자주색이 자주족두리풀, 꽃받침잎이 뿔처럼 생긴 뿔족두리풀 등이 있다.
봄이 되면 땅속에서 두 개의 잎이 먼저 나오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잎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와 끝부분에 한 개의 꽃이 옆을 향해 달려 핀다. 꽃잎은 퇴화되어 없어지고 둥근 항아리처럼 독특하게 생긴 꽃받침이 암술을 보호하고 있는 족두리풀의 홍자색 꽃은 땅 색깔과 비슷하여 눈여겨보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없는 신비로운 꽃이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족두리풀의 뿌리를 세신(細辛)이라 하여 약재로 썼는데 발한·거담·진통·진해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민간에서는 벌레를 쫒는데 쓰이기고 하고, 입 냄새나 가래를 없애는 데에도 이용했다는데 독성이 강한 식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만지거나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른 봄날 진달래꽃의 꿀을 빠는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의 독성에 대한 면역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잎만 먹고 자란다. 오직 일편단심으로 족두리풀의 잎에 알을 낳고 성충이 될 때까지 족두리풀을 떠나지 않는다니 족두리풀이 사라지면 애호랑나비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연지곤지 찍고 칠보족두리를 쓴 화사한 오월의 신부가 연상되는 이름과는 달리 족두리풀에는 애달픈 전설이 담겨 있다. 옛날 경기도 포천 지방에 꽃 아가씨라 불리던 어여쁜 처녀는 궁녀로 뽑혔다가 중국의 몹쓸 요구로 멀고 낯선 이국으로 떠나 낯선 나라에서 고국을 그리다가 한 많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편 고향집에서 딸자식을 기다리던 어머니도 뒤따라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는데 그녀의 집 뒷동산에 이상한 풀이 자라나 꽃을 피웠는데 꽃 모양이 신부가 시집갈 때 쓰는 족두리를 닮아 모녀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다는 전설이다. 그래서일까. 족두리풀의 꽃말은 ‘모녀의 정’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은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오월의 신부를 연상케 하는 족두리풀을 볼 수 있어 행복한 달이다. 자연과 친해지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이름을 알게 되면 더 다가서게 되고, 한 걸음 더 다가가면 예전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숲은 살아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