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남 곡성에서 성장하여 상경, 동국대 공연예술과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작품 주제와 인물의 성격을 입히는 의상 창출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그는 자신 만의 비밀스런 작업을 수행한다. 특허에 해당되는 비법에 주변의 많은 모방이 수반되지만 야박하게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 그는 리듬에 색을 입히는 작업으로 서울시문화재 정화영 선생으로부터 고법을 전수하는 중이다.
이용상은 현재 180여 명의 시도지부 이사가 있는 한국국악협회 부이사장이다. 한국국악협회에는 13개 분과가 있고, 국악의 한 축을 차지하는 의상도 당연히 문예분과 소속이다. 국악 분과에서 의상이 들어가 있다는 기우는 금세 사라진다. 의상 디자이너로서 도도한 품격을 지니고 있는 크레타 리가 그의 사촌 형이다. 그는 2015년부터 금년까지 (사)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을 4년간 맡고 있다. 그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는 전체를 조망하는 지도자이다.
이용상은 안무가 국수호가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호동왕자' '이차돈의 하늘' '오셀로' '그 새벽의 땅' 등 국수호의 작품의 의상을 도맡아 하였다. 그는 전국무용제의 모태인 국립무용단, 서울시립무용단, 경기도립무용단 등은 아직도 그의 의상을 선호한다. 국수호, 임이조 등 안무가가 선호하는 의상 디자이너 이용상의 매력은 대량의 물량을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추어 빠른 시간에 제작한다는 점이고,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리듬 조율, 색 아우르는 전국 국공립무용단 의상의 절반가량 제작
외국잡지 보며 모던한 감각과 창작력 길러…해외서 패션쇼 50회
이용상은 역사와 사서(史書), 상고사를 바탕으로 한 만화 등에 관심이 많다. '대주신제국사'는 그 중의 하나이다.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역사적 문양을 디자인의 오브제로 삼은 이용상의 디자인은 연구자다운 면모를 보였고, 무용 작품 자체에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역사에 해박할수록 작품의 수준은 높아갔다. 다보탑과 석굴암의 처마를 이용하고 숯의 문화를 앞세운 신라, 천년의 고독을 파헤친 백제의 미마지, 상상력을 극대화한 고구려의 벽화, 신비의 국가 가야의 쌍어 등을 통해 이용상은 의상의 신비감을 쌓아갔다.
이용상은 의상실 견습공 시절, 사촌 형의 영향을 받아 즐겁게 의상 작업을 했다. 전통의 고품격화에 애쓰는 사촌 형과 달리 용상은 외국잡지를 보면서 모던한 감각과 창작력을 길러왔다. 이제 그는 의상 제작을 위해 일본에 가서 2m가 넘는 백제의 관음보살상을 살펴보는 등 역사의 현장에 가서 사라진 흔적을 상상하고 그 느낌을 공유한다. 그는 의상에 몰두한 35년간 슬럼프가 생길만큼 한가한 적이 없었다. 국립무용단은 아직도 그의 의상을 선호한다.
그에게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준 분은 정재만 선생이다. 김백봉 선생은 86아시안게임 시절 이용상에게 오케이 사인을 바로 주지 않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 분이고, 용상을 단련시킨 분 중의 한 분이다. 최 현 선생은 이용상과 거의 매일 만나 아들처럼 대하며 작품에 대해 논의했다. 이용희 선생은 의상 제작에 있어 색감이 남다르며 센스가 있는 편이다. 그는 최근 정혜진의 '놋'에 새 아이디어를 보여주었으며, 제주도립무용단 작품을 의상으로 정리해주었다. 용상은 자신이 꼽을 정도의 작품은 기껏해야 열 댓 편 된다고 겸손해 한다.
이용상은 정인정신이 사라진 깊이 없는 신작들 의상에 아쉬움을 느낀다. 제작비 부족이라지만 10년은 입을 정도의 의상을 만들어야지 두 번 다시 못 입을 의상이라면 문제가 된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그는 손해를 보더라도 의상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이용상은 정부수교 패션소, 쿠웨이트 왕비를 위한 패션쇼, 한일패션소, 미스코리아 무용단 의상, 한일우정의 해(요기기 대회, 한복 이호준, 양장 앙드레 김) 등 해외에서 패션소를 50회 이상할 정도로 명성이 있다.
이용상, 부지런하며 노력형인 그는 대주신제국사 같은 책을 바탕으로 하여 뮤지컬이 되건 패션쇼가 되건 고조선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확장하는 대작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패션쇼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드라마나 영화의 역사물에도 관심이 많다. 장신구나 유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접목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서울무용제 의상상, 조선일보 제1회 무대의상 최고상 등 셀 수 없이 많은 수상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그는 분명 한류스타이다. 그의 앞날의 장도에는 무지갯빛 광휘로 가득 덥히기를 기원해본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