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李智惠, Lee Jihye)는 부 이창호, 모 박금자의 두 딸 중 언니로 기미년 시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몸매가 부드럽고 춤 체질인 동생은 유치원 시절부터 발레 학원에 다녔는데, 이지혜는 그곳에서 발레를 처음 접했다. 체력이 약했던 그녀에게 발레를 권장할 생각이 없었던 부모는 벌써 30여 년간 그녀의 열렬한 발레 팬이 되어 있다. 이지혜는 오륜초, 선화예중·고(실기우수자 졸업)를 거쳐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모든 장르의 무용을 즐기는 이지혜는 감정선이 굵고, 기복이 심하지 않다. 그녀는 김인선(선화예중), 김수정(선화예고), 신은경(이화여대) 선생을 대표 은사로 꼽는다. 그녀가 안무자로 참여하거나 출연할 때는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편이어서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시점에는 유연하게 대처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매진하는 태도는 그녀의 장점 중 하나이다. 그녀는 꼼꼼함과 열린 사고를 구사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이런 경험 축적은 이지혜로 하여금 무용 인접 연관분야로 까지 확장적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디지털 시대에 그녀는 최신 기기를 다루거나 음악·영상 편집도 직접 할 수 있게 되었고, 의상이나 공연 홍보물 제작에도 두루 관심을 갖게끔 되었다. 이러한 형태는 영화 등 타 장르에서와 마찬가지로 1인 독립 제작시스템이나 기획사의 모습을 보인다. 한국에서 생존하기 위한 저예산 예술가들의 겨울나기 풍경, 혹은 쓰나미를 예방하는 바람직한 사전 모습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발레학원 다녀…부모님은 열렬 팬
모든 장르 무용 즐기며 감정선 굵고 기복 없는 편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가 되길 희망
이지혜는 동시대를 반영한 작품이 공감을 얻고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회현상이나 자신이 느끼는 삶의 경험으로부터 안무의 소재를 얻는 그녀는 10여 년간 작업한 작품 중 박사논문의 주제이기도 한 막달라마리아의 이야기인 ‘Her story’(2016)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희망을 찾고 긍정적 감동을 얻었으면 한다. 그러다보니 늘 좋은 결말로 마무리를 짓게 되고, 이를 위해 고통과 어두움을 더욱 강조한다.
이지혜는 이화여대 출신이 주축인 발레블랑과 이화발레앙상블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면 미술 전시나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이지혜는 신은경 교수 안무의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를 초연부터 올해까지 15년 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공연에 참여해왔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군무에서부터 독무, 주역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작은 부분 하나 하나까지 동선을 외울 정도로 애정을 쏟는 작품이 되었고, 삶의 중심이자 등불이 되고 있다.
이지혜는 현재 충남대, 청주교대 강사이며, 이화여대, 한성대, 경성대, 선화예고 강사 등을 역임했다. 그녀는 최근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주목할 예술가상’(2016)과 한국무용교육학회의 ‘무용교사연구상’(2019) 등을 수상했다. 그녀는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국제기독교무용협회, 한국무용교육학회, 한국발레연구학회, 한국현대무용진흥회 등의 이사, 빛소리친구들 MADE 발레교육 프로그램 개발·담당 강사로서 상아탑과 현장에서 활발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지혜는 30여 년 간 발레 활동을 하면서 발레를 중단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연습하기 싫었던 시간은 있었다고 실토한다. 그녀는 부상으로 쉬었다가 이전 체력을 쌓아가는 과정이 싫었다. 유연성이 떨어진 그녀에게 휴식 이후의 연습 과정은 너무 힘들게 다가왔다. 이지혜는 부족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하나씩 조금씩 매일 하루를 살 듯이 연습하는 것이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지혜는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예술가들의 공통적 바람인 작품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해와 사랑을 기반으로 한 공감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훌륭한 예술가, 탁월한 교육자도 좋지만 그에 앞서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상대를 배려하는 사임당 신씨의 말랑말랑한 열린 마음으로 넓은 시야를 지닌 무용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지혜, 고전발레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현대발레를 수용하는 발레리나이며 안무가이다. 경쾌함을 이어가는 말들은 피아노 건반의 맑은 연주를 닮아있다. ‘현장이냐, 이론이냐’라는 도식적 선택보다는 양립을 선택한 태도는 현모양처의 모습이다. 한국에서 무용을 천직으로 삼고 계절의 순리에 순응하면서 주변과 조화를 맞추어 가는 반듯하며 성숙한 발레리나의 모습은 아름답다. 훌륭한 인성을 바탕에 두고 늘 환한 미소로 조급해 않지 않고 품위 있게 진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한류스타의 자질이 보인다. 푸른 초장이 그대의 것이니 이제 과감하게 자신의 뜻을 펼칠 때가 도래했다. 장도에 빛과 영광이 있을 것이다.
◯ 이지혜 대표 안무・출연작
2006. 11 Dance 2000 페스티발 ‘Again & Again...’ (서대문문화회관 대극장)
2007. 9 발레블랑 정기공연 ‘Between ourselves...’ (나루아트센터)
2008. 8 발레엑스포 신인안무가전 ‘Shadows of mine’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10. 2 2010 M극장 신진안무가전 ‘In Your Eyes’ (춤 전용 M극장)
2010. 8 이화발레앙상블 2010 안무 프로젝트 ‘Good-bye, Cinderella~’ (서강대 메리홀)
2014. 6 이화발레앙상블 안무 프로젝트 Ⅲ ‘여전히 향기로운...’ (성암아트홀)
2014. 9 발레블랑 정기공연 ‘하얀 꽃잎으로...’ (이화여대 삼성홀)
2015. 11 한국발레연구학회 KBA 창작페스티벌 ‘Lost the Present’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2016. 3.15. 이지혜 Ballet Ensemble 공연 <길>, ‘Her Story’, ‘Wandering’(세종M씨어터)
2017. 5.12. 크리틱스초이스 2017 초청안무가 ‘Beyond the Edge’(아르코예술대극장)
2017. 11.7. 한국발레연구학회 KBA 창작페스티벌 ‘Reflection’(성수아트홀)
2018. 1.26~27. 창무 내일을 여는 춤 ‘Separation’(포스트극장)
2019. 9.7. 2019 발레블랑 정기공연 ‘그 너머엔...’(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